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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12일 07시 13분 등록

 

2009년에 나온 책 중에 『일을 했으면 성과를 내라』란 책이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꽤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력 대비 더 많은 성과를 내고자 하는 여러 직장인들이 주 독자층이었고요. 회사의 중역들 또한 이 책을 아주 좋아했다고 들었는데요, 그 이유가 재밌습니다. 그분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제목만으로’ 완벽하게 대변했다는 것이 그 이유라네요.

 

2016년 새해 벽두부터 성과에 대한 이야기로 다소 시끄럽습니다. 공무원 조직과 은행들이 성과에 의한 연봉제를 기존 관리자급에서 직원들까지 확대 실시하겠다는 기사가 나오며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네요. 공무원의 경우 ‘성과중심 보수제도’를 개선함으로써 현재 4급 과장보직 이상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성과연봉제를 4급 이상 공무원 전체와 과장보직 5급 공무원까지 확대하기로 했으며, 더불어 경찰·소방 관리자에게도 연봉제를 적용하기로 했다네요.

 

은행의 경우도 유사한데요, ‘은행의 저승사자’라 불리는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올해의 1순위 금융개혁 과제로 ‘성과주의 문화’ 정착을 꼽았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연공서열과 호봉제에 기반을 둔 은행들의 고임금 구조에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한 상태로, 올해만큼은 임원급에 한해 적용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일반 직원까지 확대시킬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시중은행들이 집단 평가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소위 ‘묻어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의 근절을 위해서는 개인 평가에 의한 연봉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요? 지난 8일에는 SC은행에서 작년 12월 선발한 신입행원 50명까지도 전원 연봉제를 적용하기로 했다네요. 물론 은행노조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성과주의(인센티브)까지는 인정하겠지만, 연봉제에 대한 평가 기준의 정당성, 공정성, 평등성을 어떻게 맞출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 그들의 주장입니다. 맞는 말이죠? 영업파트야 목표에 의한 수치를 평가함으로써 상대적 비교가 가능하겠지만, 지원을 담당하는 스텝부서들은 업무에 대한 객관적 수치화와 더불어 타조직과의 상대적 비교가 현실상 어려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여러분 회사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연봉제인가요, 호봉제인가요? 아니면 임원급만 연봉제를 하고 계신가요? 우리나라 기업들의 연봉제 현황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니 2013년 기준으로 약 66.2%가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네요. 생각보다 꽤 높은 비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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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사대상: 상용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체(’05년까지 전수조사, ’06년부터 표본조사)
   2) 호봉제는 ’04년부터 조사(기본급 운영 형태 중 호봉급, 직능급, 직무급, 기타 중 복수응답 가능)
  * 자료: 고용노동부,「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08년까지「임금제도실태조사」)

 

위 자료에 의하면 연봉제는 2000년 23%를 기점으로 꾸준히 늘어 2013년에는 3배에 가까운 66.2%의 기업들이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호봉제 비율이 71.9%로 조금 더 높은 편인데요, 이는 아직 대부분의 기업들이 임원급만 연봉제를 시행하고, 일반 직원들에게는 여전히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봉제 추이를 보면 본격적인 금융위기가 몰아닥친 2009년을 기점으로 60%를 넘어섰는데요, 이는 불황으로 회사들의 경영이 어려워진만큼 연봉제 도입을 통해 확실한 성과를 내는 직원들에게는 연봉을 더 주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최근 공공기관뿐 아니라 금융기관까지도 연봉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분위기라면 대한민국의 연봉제 도입률은 조만간 호봉제의 70%대를 넘어 80%대까지 올라설 것으로 보여집니다.

 

여기서 잠깐! 본질적인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도대체 연봉제, 왜 하는걸까요? 힘빠지게 뻔한 질문은 왜 하냐고요? 이왕 살펴본 거 연봉제의 속살을 정도는 제대로 살펴봐야 연봉제에 대해 무언가 할 말이 있지 않을까 해서죠. 먼저 그 정의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사전적 정의(출처 : 두산백과)에 의하면, 연봉제는 ‘종업원의 능력 및 실적을 평가하여 계약에 의하여 연간임금액을 결정하고 이를 매월 분할하여 지급하는 능력중시형 임금지급체계’로써, ‘직무급이나 연공급과 같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고정적으로 임금수준이 결정되는 것이 아닌, 노력한 만큼 대가가 따른다는 기대감을 제공하는 동기부여형(!) 임금체계’... 라고 하네요. 살펴본 김에 연봉제 장점까지 알아볼까요?

 

① 능력과 실적이 임금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능력주의, 실적주의를 통하여 종업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의욕을 고취시켜 조직의 활성화와 사기앙양을 유도 할 수 있으며,
② 국제적 감각을 가진 인재를 확보하기가 쉽고,
③ 복잡한 임금체계와 임금지급 구조를 단순화시켜 임금관리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길게 써 놓았지만, 결국 연봉제의 가장 핵심이 되는 키워드는 ‘동기부여’와 ‘능력주의’ 입니다. 즉 호봉제의 임금체계로는 실제 능력있는 사람이 제대로 자신의 능력발휘를 못하니까, 연봉(돈)이라는 당근을 통해 동기를 부여시킴으로써 성과를 내도록 유도하는 제도가 바로 연봉제란 의미죠. 어떤가요? 동의하시나요? 사실 기본적으로 생각할 때 능력있는 사람이 더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긴 합니다. 연봉제는 이런 능력좋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대우, 즉 성과에 따른 높은 연봉을 보장해줄 때 그들의 능력을 십분 더 발휘할 것이라 전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연봉제에 대한 일반적 생각이죠.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깊이 고민할 사안이 있습니다. 과연 연봉(돈)만으로 동기부여가 될까요? 됩니다! 아무렴요. 머니머니해도 머니가 최고니까요. 바뜨, 여기에는 함정이 있는데요, 돈이 좋긴 하지만, 돈은 일시적 동기부여밖에 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성과를 잘냄으로써 연봉이 인상된 사람이, 2년째, 3년째 그리고 그 다음 해에도 계속해서 연봉이 인상된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만약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오히려 동기를 잃게 되는 것 아닐까요? 또한 이런 경우도 있을 겁니다. 타회사에서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한다면 주저없이 떠나겠죠. 왜? 확실한 동기부여가 될테니까요.

 

세계적 미래학자로 유명한 다니엘 핑크(Daniel H. Pink)의 저서 『드라이브』에 보면 제프 군터라고 하는 한 기업의 사장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회사의 목표와 보상을 연결시키는 것에 반대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죠. 돈은 ‘자극에 대해 반응시 시작되는 분계점의 동기’에 불과하다고요. 그렇기 때문에 돈을 강조할 경우 직원들이 오로지 돈에만 신경쓰게 되고, 일에 대해서는 충분하게 신경쓰지 않는 문화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대신 그는 직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주며, 개인의 발전과 직장의 비전에 대한 공통점을 찾기 위해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함께 땀흘리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고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그 결과 직원들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배우자와 파트너, 가족들 모두 이 회사의 일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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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제가 대세라면 거스르기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행 전에, 동기부여의 측면에서 연봉 외에 다른 부분들도 관심을 가지고 배려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은 단지 돈만 쫓아 달려드는 불나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비전과 목표가 확실하고, 그에 대한 인정과 수용도가 높다면 성과는 꼭 연봉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알아서 만들어 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곧 자신을 위한 즐거움이자 일의 보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칸양(bang_1999@naver.com)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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