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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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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9일 10시 11분 등록

"꽃을 보려면 반쯤 핀 꽃, 술을 마시면 적당히 거나한 기분, 이 곳에 최고의 정취가 있다. 만개한 꽃을 보거나 취해 쓰러질 때까지 마신다면 흥취가 모두 깨진다."


- 채근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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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거상 임 상옥이 늘 옆에 두고 마음을 가다듬었다는 술잔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계영배(戒盈杯)라고 불리는 잔입니다.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입니다. 이 잔은 흥미롭게도 70% 이상 술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리게 설계되어 있어 과음을 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임 상옥은 이 잔을 통해 100%만족을 추구하는 마음을 경계하고 70%에 만족하는 마음을 가짐으로써 큰 부를 쌓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재물을 풀어 사람을 돕고, 자신은 채소밭을 가꾸며 시를 쓰고 살아갑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의 욕구는 늘 필요를 뛰어 넘어 무한정 부풀려지게 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마음 안에 깃들어있는 과잉 욕구와 과잉 가치를 경계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 과잉욕구와 과잉가치야 말로 우리를 만성적인 ‘만족불감증’ 환자로 만드는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필요를 충족하는 범위 안에서 지족(知足)하는 마음의 균형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행복이란 원하는 것을 얻어서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한편, 자신이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때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말에는 정신과를 찾는 분들이 좀 더 많습니다. 연말이 되면 자신이 남보다 덜 가진 것 같고,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많이 못 미쳤다는 자책감이 깊어져서 우울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우울하고 불행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원하는 것을 덜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지나친 만족을 추구하려는 마음때문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요? 


당신이 가지고 있는 만족의 기준은 부풀려 있습니다. 계영배의 정신을 지닌 우리 조상들처럼 12월에는 ‘칠 할이면 만족!’이라는 잣대로 살아가면 어떨까요? 연말 이어지는 술자리 역시 7할 정도만 마시고 적당히 거나한 상태로 집에 들어가면 어떨런지요?        



- 2009. 12. 9.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3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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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09.12.09 12:49:49 *.248.91.49
한때,
달이 뜨고, 별이 뜨면
꼭 술병을 찾아 들고와 속깊은 얘기를 하자던 친구가 있었어요.

이사람은 술을 아주 맛있게 멋있게 나누었고 
술을 마시면 그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한껏 내보였어요.
관계에 대한 이해가 예술의 수준에 이르는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술이 깨면
다시 일상의 평범함으로 깍듯한 예의로 되돌아 가는거예요.
그리고 술을 마시고 한 얘기는 모두 무효임을 선언하더군요.

7할을 넘어,
그를 만든 8할의 술을 이해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만 우리 모두 술을 끊어
 디오니소스의 향연에 나아가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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