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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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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9일 09시 05분 등록

  

“9월에는 배롱 꽃이 지기 전에 병산서원에 가보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어우러짐을 다시 바라보고 싶어서요. 만대루에 오르면 마음편지 독자분들의 안녕도 기원하겠습니다.” 6월 24일자 마음편지에 썼던 말입니다. 9월이 되어 그곳에 다녀왔습니다. 만대루 대신 강변에 앉아 여러분들의 행복도 기원했네요. 오늘 마음편지는 서원 앞을 흐르는 낙동강변에서 쓴 글입니다.  

 

 

병산서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마자, 곧장 병산으로 둘러싸인 낙동강변을 향했다. 낙동강 앞에 펼쳐진 모래사장을 밟는데 ‘잘 왔구나’ 싶었다. 서원을 등 뒤에 두고 강을 향해 걸으며 깨달았다. 내가 서원만큼이나 낙동강과 병산의 모습이 보고 싶었음을. 강가에 앉아 2시간 남짓을 보냈다. 병산을 마주하고서 오래 머물렀다. 관광버스 행렬이 두 번 오고 갔다.


눈앞에선 낙동강이 흐른다. 잔잔하게 아니 고요히 흐른다. 고요해서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강물 위에 뜬 하얀 먼지의 흐름을 보고서야 내 앞에 펼쳐진 것이 고인 저수지가 아닌 흐르는 강물임을 인지한다. 소리 없이, 물결도 없이 흐르는 강물의 고요함이 마음 깊이 스며든다. 도시에서는 누리지 못하는 고요, 고독 그리고 이어지는 내면으로의 침잠.


분주함을 어찌 도시 탓이라고만 할까.

내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탓이기도 할 것이다.


뜻밖의 상상이 펼쳐졌다. 언젠가 먼 훗날, 십 수 명의 사람들이 내가 앉은 이곳에 모여든 장면이었다. 내가 사랑하고 존경했던 사람들이다. 정작 나는 없다. 이틀 전에 죽었기 때문이다. 한때를 같이 살아 주었던 이들이 내 유골을 낙동강 물에 뿌렸다. 어떤 이는 눈가가 촉촉했다. 그 날도 바람이 불지 않아 강물이 고요하게 흘렀다. 덕분에 유골이 흩날리지 않고 강물에 스며들었다. 


마흔이 되어가면서 세상에 이름을 날리고 싶은 마음이 서서히 옅어졌다. 그보다는 나로 태어났으니 그저 내가 되려고 노력했다. 최고가 아니어도 좋았다. 내가 가진 것들을 활용하여 나 자신에게 이르렀으니까. 그리고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행복했으니까. 이제는 봄날의 소풍 같았던 삶이 끝났다. 나는 사라졌다. 이제 낙동강이 내 육신의 흔적을 품고서 흐른다.


나는 고요하다. 자유롭다.

그리고 행복하다. 


낙동강은 흘러 흘러 남쪽 바다로 향했다. 강은 쉬지 않고 흐른다. 평생 성장하고 싶었던 나는 끊임없이 흐르는 강을 닮고 싶었다. 강은 홀로 흐르지 않는다. 생명체와 함께 흐르고 자갈과 모래를 실어 나른다. 나도 누군가와 함께 성장하려고 노력했다. 강은 마침내 바다를 만난다. 흐르고 흘러 세상에서 가장 심오하고 원대한 존재의 일부가 된다. 내 삶은 어떠했을까? 강처럼 바다를 만났을까? 강물의 미래인 바다를 알았기에 강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는 않았기를! 


나도 성장하고 또 성장하여 

깊고 넉넉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함께 했던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잠시나마 내 이야기와 나를 향한 그리움이 머물기를 바라며, 나는 남쪽 바다를 향했다. 낙동강이 내 고향을 지나간다는 사실이 고맙다. 마지막으로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산천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어서 고맙다. 삶은 금세 흘렀다. 인생의 봄날은 더욱 짧았다. 길지 않은 생이었지만, 되새기고 음미해 보니 한땐 아름다웠고 종종 행복했다.


신이여 감사합니다. 제게 삶을 주셔서.

삶은 좋았다. 죽음도 그러하기를.


상상의 나래를 접고 현실로 돌아오니,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내 앞에 앉았다. 매혹적인 나비였다. 감격에 잠겼던 직후여서일까. 나비의 출현이 마치 영화 같았다. 나비처럼 훨훨 자유롭게 살라는 하늘의 메시지일까? 가만히 살펴보니 나비의 날개가 무척 화려했다. 나는 생각을 덧붙였다. 화려하게 비상하여 자유로이 살자! 나풀나풀 날으는 나비처럼.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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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9.16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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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9 09:58:23 *.30.254.29

글 속에서

조용히 흐르는 강물소리가 들리는구나.

 

나비의 날개짓 따라

속삭이는 음표들이 그 강물에 얹어지니

 

삶은 축제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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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9 10:31:55 *.175.250.219

붉은 배롱나무가 그리워서 병산을 찾았습니다. 매끈한 몸은 여인의 속살을 닮았습니다. 만지고 싶어지니까요.

태양이 내리쬐는 강변에는 온몸으로 그를 품은 모래들이 반짝거립니다.

모래알을 보는 순간 신발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얼른 신을 벗습니다. 물론 양말도 벗었지요.

우리는 함께 따뜻하고 부드러운 모래속으로 발을 집어 넣고 걷습니다.

따사로움 안으로 시원한 강바닥이 느껴집니다.

 

모래사장 끝에서 병산을 휘감는 강으로 다가갑니다.

조잘거리면서 걷습니다.

서로의 동의없이 기꺼이 단숨에 신을 벗고 걸을 수 있는 사이./

오늘 좋은 사람과 함께왔다는 증거입니다.

 

약간의 아쉬움을 말합니다. 오늘같은 날은 남자와 함께와야 하는데...

동행한 언니도 동의합니다.  단 친절한 남자여야 합니다. 보통의 남자들은 함께하기를 거부합니다.

 

언니왈...남편은 그렇지만 애인은 다르지.

공감하면서 남편과의 동행보다 오늘의 동행이 더 좋음을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으로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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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0 13:23:08 *.192.0.229

어느해인가 나도 그 강둑위에 오래도록 앚아 있었었지~~

그날은 날이 흐렸었던가보다~~

 

병산서원앞.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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