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2016년 1월 5일 07시 19분 등록

 

새해 첫 날 저녁 즈음이었습니다. 둘째 아이의 겨울야상을 사주기 위해 동수원에 위치한 아울렛으로 가던 중이었죠. 도착장소에 거의 다 왔을 쯤 앞에서 마티즈 한 대가 길을 헤매는 듯 보였습니다. 약간 불안한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같은 방향이라 약간의 거리를 두고 뒤쫓아 갔습니다. 그러던 중 좌회전을 하는 듯 싶더니 갑자기 급정거를 합니다. 저도 급하게 따라 멈출 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는 갑자기 비상등도 켜지 않은 채 후진을 해 옵니다. 어라. 이러면 안되는데... 클락션을 빵하고 울리며, 재빠르게 후진하려는 찰나, 쿵!! 아뿔싸, 접촉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상대방 차에서도 한 사람이 내립니다. 30대 중후반 정도의 건장해 보이는 남자입니다. 제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데, 그 뒷말이 살짝 거슬렸습니다. 새해 첫날부터 사고가 나 황당하다는 투 였습니다. 순간 불끈했습니다. 누구 때문에 사고가 난건데... 황당한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더니 더 이상 사족은 안 달더군요. 사진 몇 장을 찍은 후 옆으로 옮겨 부딪힌 곳을 살펴 보았습니다. 왼쪽 앞 범퍼에 눌리고 긁힌 자국이 있더군요. 제 차가 워낙 연륜이 있는 차인데다, 여기저기 상처도 많아 이 정도라면 그저 스프레이 사다가 뿌려만 줘도 괜찮을 듯 싶더군요. 그래서 현금 3만원을 불렀습니다.

 

3만원. 사실 이 금액에는 한 가지 사연이 있습니다. 접촉사고는 이번이 2번째로, 거의 20년 전인 1998년에 처음 있었죠. 당시에는 제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였는데, 사거리 급정거시 제 차의 브레이크가 약간 밀리며 앞 차와 살짝 부딪쳤죠. 그때 앞차 주인이 자신의 차 뒷 범퍼를 보며 별거 아니라는 듯 혹 범퍼의 나사가 느슨해졌을 수도 있으니 그 값으로 3만원을 요구 하더군요. 저도 그 정도 합의로 끝내는게 좋겠다 싶어 오케이를 했죠. 그리고 돈을 주려는데, 헛! 지갑에 돈이 하나도 없지 뭡니까... 그래서 미안하지만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 줄테니 쫓아 오시라 해서(잘 따라 오시더군요!^^) 3만원을 건넸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때의 추억으로 3만원을 불렀습니다. 그러자 상대분 왈, 그러면 5만원을 주겠다며 바로 지갑을 꺼내시더군요. ‘오호, 통(?)도 크시네!’ 생각하며 합의를 보려고 했죠. 그리고 마지막 확인 차원에서 헤드라이트를 확인 해 보았습니다. 에헤라디야... 쩝. 부딪힌 쪽의 헤드라이트가 광명을 잃었네요. 평소 다니던 카센터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구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코자. 카센터 사장님 왈, 전구는 만원이면 충분하지만, 전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말합니다. 그냥 합의보고 끝내면 나중에 다른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더 이상 청구를 할 수 없으니, 꼭 정밀검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결국 명함을 받고 헤어졌습니다. 카센터에서 검진 후 연락하겠다고요.

 

헤어진 후 아울렛으로 가는데 아내가 한마디 합니다. 상대방 차 뒤쪽에 4~5살 정도 된 아이가 타고 있었다고요. 물론 제 차에도 올해 19살이 된 여자아이(제 둘째)가 타고 있긴 했습니다. 그래도 좀 미안해지더군요. 아이는 놀라지 않았냐고, 괜찮냐고 물어봤어야 했는데... 이래저래 기분이 편치 않았습니다. 하필이면 새해 첫날의 사고, 별 것 아닌 일로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 그리고 저나 상대방에게도 편치 않은 마음이 되었다는 점 등등.

 

다음날 카센터에 가니 범퍼가 왼쪽으로 약간 기울었다 합니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안쪽부분도 약간의 파손 흔적이 있네요. 카센터 사장님 왈, 이 정도면 범퍼를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그냥 합의하고 계속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문제 생기면 그때는 무조건 제가 수리해야 하는 만큼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범퍼 교체 비용이 얼마냐 물었더니, 제 차량은 통으로 된 범퍼라 적어도 40~50만원은 든다고 합니다. 결국 고민하다가 상대분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보험으로 처리하자고요. 그 분도 힘없는 목소리로 보험사에 연락하겠다 하시더군요. 잠시 후 보험사로부터 사고접수가 되었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보험 담당자와 통화했는데, 카센터에 가서 수리 후 자신에게 연락주면 된다고 하네요.

 

뭐랄까요. 이번 일을 겪으며 좀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상대분은 이번 사고로 인해 앞으로 내야 할 보험금이 더 올라갈테니 기분이 좋지 않겠지요. 저 또한 마찬가집니다. 범퍼가 새 것으로 교체된다고 해서 기분이 좋을 리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저런 시간 뺏김은 물론이고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까지 듭니다. 카센터 사장님의 은밀한 미소 또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보험처리 비용으로 받는만큼 에누리 없이 최대 가격을 부르겠지요. 보험사 직원도 비슷합니다. 규정대로 처리하는 만큼 얼마가 집행되든 크게 개의치 않을 겁니다. 만약 제가 범퍼를 교체하지 않고 그냥 사용한다면, 일은 최대한 간소하게 처리될 수 있을 겁니다. 상대방으로부터 5만원 정도만 받은 후 헤드라이트 전구 갈고, 스프레이로 도색만 해주면 끝이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도 답답하네요. 나중에 벌어질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요.

 

자꾸 생각하다보니 머리가 더 아파오네요. 그냥 이렇게 생각하렵니다. 액땜했다고요. 그리고 안 다친게 어딥니까? 만약 새해 첫날부터 다쳤다면, 어휴~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여러분들도 올 한해 건강히, 그리고 항상 안전운전 하셔서 연중 내내 무탈하시기 바랍니다~

 

 

차칸양(bang_1999@naver.com) 올림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치유와 코칭 백일쓰기> 23기 모집안내
변화경영연구소 4기 정예서 연구원이 2016년, 신년을 나를 위한 100개의 질문으로 시작하여 자신의 지도를 완성할 치유와 코칭 23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나의 과거는 어떠했는지, 현재 서 있는 지점은 어디인지, 미래의 비전은 어떻게 완성할 것인지에 이은 사회적 글쓰기까지, 내 생의 첫책쓰기 1단계이기도 한 이 과정을 통해 간절하게 자신의 신화를 완성하기를 갈망하시는 분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를 클릭해 주세요.

http://cafe.naver.com/east47/35745

 

2. <내 인생의 첫 책쓰기> 9기 모집안내
변화경영연구소 1기 오병곤 연구원이 2016년 <내 인생의 첫 책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9기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오연구원은 책은 재능이 아닌 성실함이라 불리우는 ‘엉덩이(!)의 힘’으로 쓰는 것이라 강조합니다. 책쓰기를 통해 삶의 변화와 더불어 평생을 함께 할 벗들을 만나고자 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05500

 

 

 

 

IP *.122.139.253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76 서른다섯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토크쇼 재키제동 2016.01.01 1562
1975 최고의 지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연지원 2016.01.04 1340
» 새해 첫날, 접촉사고의 추억(!) 차칸양(양재우) 2016.01.05 1504
1973 가슴 철렁하게 부러운 한 명석 2016.01.06 1370
1972 변화의 근육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김용규 2016.01.07 1564
1971 서른여섯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용기 재키제동 2016.01.08 1764
1970 마흔아홉, 넥타이를 풀다 1 [2] 書元 2016.01.09 1433
1969 애들러의『평생공부 가이드』단상 연지원 2016.01.11 1478
1968 성과 연봉제, 동기부여를 위한 최선인가요? 차칸양(양재우) 2016.01.12 1511
1967 해질 무렵 돌아보니 생각나는 사람 한 명석 2016.01.13 1351
1966 너는 아름답게 살고 있느냐? 김용규 2016.01.14 1267
1965 서른일곱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그녀 재키제동 2016.01.15 1303
1964 거울과 창문을 닦는 휴일 연지원 2016.01.18 1536
1963 연말정산 속살 들여다보기 차칸양(양재우) 2016.01.19 1480
1962 느티나무, 이토록 섹시한 도서관이라니! 한 명석 2016.01.20 1359
1961 이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김용규 2016.01.21 1375
1960 서른여덟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꿈찾기 재키제동 2016.01.22 1404
1959 마흔아홉, 올레 길을 걷다 2 書元 2016.01.23 1356
1958 책, 세심하게 읽지 마라 연지원 2016.01.25 1292
1957 12분 동안 50개의 핫도그빵을 먹으려면? file 차칸양(양재우) 2016.01.26 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