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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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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6일 13시 12분 등록


나는 정은영이라는 이름을 스토리텔링 전문회사 봄바람에서 처음 접했다. “봄바람은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구축하는 여러 작업- 웹사이트나 문서작업, 공간컨셉, 전시기획 등의 일을 하고 있었다. 기업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그들의 사례를 기억한 것은 봄바람이라는 상호 때문이었다. 크든 작든 회사에 이토록 상큼하고 경쾌한 네이밍을 할 수 있다니! 더구나 봄바람바람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두 여성이 공동대표였다. 상호보완적이면서도 서로 만나 대승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 감각에 살짝 시샘을 하며 지나친 적이 있는데, 요즘 들어 남해의 봄날이라는 지역출판사와 자꾸 부딪히게 되었다. 알고보니 봄바람이 과로로 건강을 해쳐 회사를 떠나 요양하던 통영에 눌러앉아 세운 출판사였던 것.

 

이번에도 나는 네이밍에서 멈춘다. “남해의 봄날이라는 상호는 따사롭고 이국적일 남해의 봄을 독차지한 것 같은 신의 한 수가 아닌가! 그 출판사에서 내는 책들은 속속 주목을 끌어 상도 많이 받았는데 동시에 내 스타일이기도 했다.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가업을 잇는 청년들>... 제목만 보아도 건강한 로컬주의를 견인하는 시각이 든든하다. 막 그 출판사에서 나온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를 흥미롭게 본 터였다.

 

일본에서는 지역 활성화 사례로 손꼽힌다는 아마섬에서 무대뽀로 창업한 두 젊은이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인데 그 건강한 지혜와 도전과 연대가 어찌나 환상적인지 그만 홀딱 반해버렸다. 아베와 노부오카 두 사람이 세운 회사는 메구리노와’, 순환의 고리라는 뜻이다. 그들은 어떤 사업계획도 없이 덜컥 창업했고, 가진 것이라곤 회사 이름 밖에 없었다. 나 혼자 벌어 만족하고 살면 그만인 시대가 아니라는 문제의식이 있었고, 일을 마치고 돌아오며 다녀 왔습니다!” 외칠 수 있는 고향 같은 지역을 원했지만 어떤 일을 해야 할 지를 몰랐다. 그런 그들이 지난 5년간 한 일은 부챗살처럼 다양하고 화사하게 미래를 향해 펼쳐져있다. 그 뿌리는 물론 아마섬이다.

 

아마 웨건(도쿄에서 출발하여 아마를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아마 카페 올스타즈(됴쿄에 아마의 시간을 통째로 옮겨 놓듯, 섬의 특산물로 조리한 전통 요리, 아마로 가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어부, 농부와 이야기 나누는 기회, 야마의 대표 민요를 부르는 시간) , 직거래 사이트(아마라는 섬 자체를 백화점 개념으로 이해하고 특산물 판매를 통해 외화를 획득한다는 아이디어), 일본 고유의 풍경을 미래로 이어가기 위한 논 투어(모심기, 벼 베기, 벤 벼를 한 달 정도 햇볕에 말릴 때 필요한 나락 건조대 만들기 등 생산자와 농작업을 함께 하며 쌀농사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프로그램), 오감 학원(기존에 있던 기업 연수의 일종 오감학원과 연계, 아마의 자원을 활용하여 무언가를 알아차리고 느끼는 힘을 고양시키고, 배워서 흡수하는 힘을 키우고자 하는 곳) .....

 

 

사업만 떼어 놓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한 것들이지만 그들의 발걸음을 엿보는 마음은 부럽기만 하다. 그만큼 저자들이 지혜롭고,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인 사람들이 많다. 행정가는 비전있는 리더십을 지녔고, 형처럼 자신에게 기대라는 일류 요리사가 있고, 깐깐한 철학을 지닌 농어부가 있는가하면, “채소는 돈 주고 사는 게 아냐. 얻는 거지.” 말하는 할아버지들의 넉넉함이 있다.

나도 그런 곳에서 살고 싶다. 요즘 눌러앉을 곳을 찾느라 분주하고 책도 그런 책만 읽히는데, “아마섬의 이미지가 무지개처럼 피어난다.

 

부러운 마음을 안고 남해의 봄날을 검색해 보니 책방과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지역문화에 스며드는 품이 역력하여 야무진 정착이 한창이다. 게스트하우스 봄날의 집은 작지만 문화예술로 특화하여 차별화가 돋보인다. 동네의 폐가를 구입하여 정은영씨의 건축가 남편이 고쳤다는 부분에서 나는 다시 한 번 탄식한다. 뜻하지 않게 경로변경을 한 지역에서도 어떻게 이렇게 퍼즐조각이 딱딱 맞듯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봄날의 책방역시 작지만 지역의 사랑방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한다.

 

출판사, 게스트하우스, 책방으로 이뤄진 조그만 타운은 소신을 가지고 길을 내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작은 왕국 같다. 전에도 섬 많고, 음식 맛있고, 예술가 많이 배출한 통영이 애틋한 지역이었지만 남해의 봄날의 정착으로 해서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그 정도로 지역의 보석 같은 자원을 하나로 꿰겠다는 그들의 행보는 성공적이다. 내가 부러워하는 것에 나의 가치관과 지향점이 다 들어 있다니 잘 연구해 볼 일이다. 누군가의 선택으로 해서 통영와 아마섬이 한결 친근해지고 비전의 상징이 되듯, 나의 그 곳을 찾고 싶다. 문제는 선택한 다음에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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