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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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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7일 17시 51분 등록

 

몸이 좋지 않은 신호를 보내는 것을 느낀 지 2년 쯤 됐습니다. 하루에 몇 번쯤 뚝 뚝 뼈마디가 소리를 내기도 하고 뱃살이 점점 쌓여가기도 했습니다. 근래 책이나 휴대전화의 글자를 읽는 것이 불편해지더니 바늘귀에 실 꿰는 일이 참 어려운 일이 됐습니다. 밤 운전이 불편하고 과로한 날은 이따금 찰나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증상도 있었습니다. 근육의 문제인지 뼈의 문제인지 오른쪽 어깨 부위가 심각하게 불편해지기도 했습니다. 이따금 우울감도 찾아들어 이것이 남성 갱년기 증상인가보다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뼈마디 소리 내는 것이나 노안으로 야기되는 불편이야 지극히 자연스러운 변화니 받잡을 만하지만, 배 나오고 어깨 결리고 우울감 찾아드는 일은 받아들이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따져보니 테니스를 시작한지 넉 달쯤 된 것 같습니다. 12월 중순까지는 강연으로 바빠 띄엄띄엄 배웠지만 추워지고부터는 열심히 익히고 있습니다.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졌습니다. 다수는 직장인이고 더러 자유로운 직업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그 중에 학창시절에 선수였던 이가 있어 이따금 그가 나 같은 초보자를 지도해 주곤 합니다. 나는 나이 어린 스승의 가르침을 귀하게 소중하게 여기며 배우고 익히고 있습니다. 달포 전부터는 이따금 고수들의 파트너로 끼어 게임도 익혀가는 중입니다.

 

그런데 최근 사십 중반의 한 사람이 평소와 달리 대단히 열심히 운동에 참여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정을 들어보니 테니스 마니아가 자신이 근무하는 조직의 직속상관으로 부임해 왔다는 것입니다. 일과만 마치면 조직 내 간부 전체가 테니스를 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는데, 조직의 특성상 운동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지금 그는 전과 달리 거의 매일, 함께 운동할 파트너가 있든 없든 집중적인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어제 편을 나눠 게임을 했는데, 그가 속한 편이 내가 속한 편에 졌습니다. 경기를 마친 뒤 표정을 살피니 그가 퍽 우울해 보였습니다. 이야기를 조금 나눴습니다.

 

아우님, 나는 이 운동으로 땀 흘리는 게 참 좋아. 덤으로 뱃살도 조금씩 들어가는 느낌이고 아팠던 어깨 근육과 관절도 아주 미세하게 좋아지고 있다고 느껴져. 아우님도 얼마 전까지 참 즐겁게 운동하더니 최근 며칠 꽤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네. 한 걸음씩 간다고 생각해. 며칠 서비스 집중 훈련하더니 서비스는 되게 안정적으로 잡힌 것 같은데? 포핸드 좋고, 발리와 백핸드는 조금 더디더라도 근육이 감만 잡으면 어느 순간 확 도약하지 않겠어? 감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오겠어? 저 분들은 20년 가까운 구력이 있는 분들이라잖아, 그걸 몇 달 만에 따라잡겠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 받아서 더 안 되지 않을까? 무엇보다 그냥 즐기라고.” 그의 무거운 표정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그래야겠어요. 한 걸음씩 가야된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겠어요.”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나는 테니스라는 운동 하나를 놓고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도 그도 절박함에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나에게는 몸의 이상 신호에 화답하겠다는 절박감이 있고, 그에게는 갑자기 직장생활과 연계된 절박함이 찾아왔습니다. 이렇듯 변화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출발한 아마도 절박함일 것입니다. 지금에 대한 못마땅함, 그 절실한 불만! 하지만 절박함에서 출발했다고 모두가 희망하는 변화지점에 도달하는 것은 아닙니다. 꾸준함이 뒤를 따를 때 변화의 근육이 조금씩 만들어집니다. 나는 함께 운동을 시작한 동기 초보자들에 비해서 비교적 빠르게 테니스를 익히고 있다는 평을 듣는 중입니다. 그것은 그들보다 더 꾸준하게 운동을 익혀왔기 때문임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꾸준함만으로 변화의 근육이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나는 테니스를 익히면서 상대적으로 동기들보다 세 가지를 더 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한 발자국 더 뛰는 것입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대부분은 멈추려 합니다. 자세를 낮추고 왼쪽과 오른쪽, 앞과 뒤를 반복해서 뛰면 이내 근육이 터질 것처럼 아파옵니다. 대부분은 여기서 멈춥니다. 하지만 나는 그 한계처럼 느껴지는 이 순간을 뚫고 조금 더 뛰려 합니다. 나는 그 한계라고 느끼는 지점에서 한 발자국, 1분 쯤 더 걸음을 내딛는 것을 즐깁니다. 일주일만 지나면 하체가 단단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새로운 근육이 생기는 것입니다.’ 둘째는 생각합니다. 왜 원하는 대로 되지 않지? 스윙이 늦었나? 자세가 너무 높았나? , 스텝이 늦어서구나!’처럼 분석하며 나의 진행과 시행착오를 계속 살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나는 잘되는 날이든 아니든 추위 속에서 땀 흘리고 있는 내 모습이 참 좋습니다.’

 

지난 주 여우숲의 자연스러운삶 연구소연구원 모집공고를 냈다고 알려드렸죠? 혹시라도 그대 이 과정에 참여하고 싶다면 변화의 근육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놓치지 마세요. ‘절박함과 꾸준함, 한계라고 느끼는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내딛는 자세, 질문하고 생각하고 살피는 습관, 무엇보다 참여의 과정 자체를 즐기려는 자세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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