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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26일 07시 15분 등록

고바야시(핫도그빵 먹기대회)1.jpg

 

 

최근 『괴짜처럼 생각하라』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 경제학자 스티븐 래빗과 저널리스트 스티븐 더브더의 공저인데, 이 두 사람은 『괴짜 경제학』으로 유명한 저자들입니다. 책에는 상식을 뒤엎는 이야기들이 여러 사례와 함께 소개되어 있는데, 읽는 재미도 있지만 무언가 생각의 전환을 가져오도록 도와준다는 점이 꽤 마음에 듭니다. 혹 시간이 되신다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듯 싶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이야기 중 한가지만 소개해 드릴까 하는데요, 미국의 핫도그 먹기대회에서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작고 마른 체구의 일본인 고바야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먹기 대회의 슈퍼볼이라 할 수 있는 ‘네이선스 페이머스(미국의 핫도그 체인 기업) 7.4 국제 핫도그 먹기 대회’에 참여하게 됩니다. 이 대회의 규칙은 딱 하나, 12분 동안 길쭉한 빵 가운데 소시지를 넣은, 소위 핫도그빵을 누가 많이 먹느냐 였죠. 당시 최고 기록은 25+1/8개 였다고 하네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는 처음 참가한 이 대회에서 무려 50개(1분에 4개 이상을 12분 내내!)를 먹었다고 합니다! 와우~ 대단(생각만해도 속이...)하죠! 최고기록을 조금 경신한 정도가 아니라, 무려 2배를 먹어치운 겁니다. 그는 이후 4년 연속 대회우승을 차지하면서 자신의 최고기록을 53+3/4개까지 늘렸다고 하네요.

 

고바야시가 각종 많이 먹기 대회를 싹쓸이 할 무렵(요즘 용어로 표현하자면 ‘리즈시절’이죠?^^), 딱 한번 패한 적이 있었는데, TV에서 주선한 1대1 대결에서였다고 합니다. 그는 그 대결에서 2분 30초 동안 무려 31개의 소시지를 먹었는데, 상대방은 그보다 더한 50개를 먹어치웠다고 하네요. 그 엄청난 상대는 과연 누구였을까요? 대결의 맞상대는 몸무게 0.5톤의 알래스카 불곰이었다고 합니다. 역시나 TV 예능답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오죽하면 불곰하고 경쟁을 시켰을까요? 그의 먹기 능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방증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자,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기죠? 과연 그가 어떻게 그토록 많은 양의 핫도그를 한꺼번에 먹을 수 있었는지 말이죠. 그가 식성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그 정도를 먹을 수 있는 재능(?)을 타고 난 것은 아니였다고 합니다. 그 스스로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고요. 그래서 고바야시는 일반적인 방법 즉, 핫도그를 손에 든 후 입안으로 밀어넣고 씹거나 혹은 물을 마셔 씹어 삼켜버리는 방식으로는 결코 우승할 수 없으리라 판단했죠. 그는 우승을 위해 여러 다양한 방법들을 실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한 실험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핫도그를 통째로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좋도록 절반으로 잘라서 먹으면 어떨까? 빵과 소시지를 같이 먹어야만 할까, 따로 먹으면 더 빨리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빵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씹는 시간의 단축을 위해) 물에 담궈 놓았다가 먹으면 어떨까? 찬 물보다는 따뜻한 물이 먹기에는 더 낫지 않을까? 물에 약간의 식용유를 첨가하면 더 잘 삼킬 수 있지 않을까? 이뿐 만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 최대한의 속도를 내고 이후 꾸준하게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알아냈고, 더불어 먹으면서 몸을 꿈틀거리면 위장에 더 많은 공간을 만들어 냄으로써 더 많은 양을 먹을(채울) 수 있다는 것도 발견했죠(이를 ‘고바야시 셰이크’라 합니다). 이 모든 실험에 대한 결과가 그에게 6년 연속 우승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고바야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두 가지 생각의 전환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고바야시가 대회의 룰을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핫도그를 먹을까?”가 아닌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먹을(삼킬) 수 있을까?”로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많이 먹는다”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다양하고 특별한 방법을 고안해 내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다양하고 특별한 방법들이 잘 떠오르지 않죠? 아무래도 인간이 많이 먹는데는 한계(생각만으로도)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더 쉽게 먹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보다 다양한 방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고바야시는 그 점에 주목했고, 그렇기 때문에 핫도그를 해체하고, 물에 적시거나 식용유를 첨가했으며, 몸까지 비틀어가며 먹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던겁니다.

 

두 번째는 최고기록이 25개이므로 26개만 먹으면 된다는 식의 목표 설정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는 기존 참가자들이 25~26개를 거의 인간의 한계로 생각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6개는 그야말로 엄청난, 소위 달성하기 힘든 목표로 생각할 것이라 판단했죠. 하지만 그는 생각하기를, 기존의 룰이 바뀌었기 때문에, 26개란 숫자는 별 의미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대회에 참가해서도 처음부터 개수가 아닌 핫도그를 쉽게 먹을 수 있는 방법에만 집중하기로 했고, 그 결과 기존의 2배에 해당하는 50개의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26개를 목표로 잡았다면, 아무리 좋은 방법을 찾았다 할지라도 그의 신체구조상 쉽지 않은 도전이 되었을 겁니다.

 

고바야시의 기록은 6년 후 ‘죠스’라는 별명의 미국인 조이 체스트넛에 의해 깨졌습니다. 체스트넛은 그 이후 7년 연속 우승을 이어가고 있죠. 아마도 고바야시의 방법을 참고했을 것이고, 거기에 더해 다른 여러 방법들을 접목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 결과 그는 10분동안 무려 핫도그 69개를 먹어 치우는 대기록을 세웠죠. 정말 엄청나지 않나요? 1분에 거의 7개를 먹어야만 하니까요.

 

여자 기록도 만만치 않습니다. ‘블랙 위도우(Black Widow)’란 별명으로 널리 알려진 소냐 토머스는 키 152cm, 몸무게 47Kg 밖에 나가지 않는 아주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10분에 45개의 핫도그를 먹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또한 닭날개 먹기 대회인 버팔로 윙 대회에서는 12분간 무려 181개의 닭날개를 꿀꺽!했다고 하네요.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입니다. 그녀는 한국 언론에도 자주 소개되었는데, 1997년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인이란 이유 때문이었죠. 자 여기서 돌발 퀴즈 하나 드릴께요. 먹기 대회에 참가하여 상금으로 수입을 챙기는 그녀의 직업은 뭘까요? 정답은 아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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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스티븐‘s는 우리가 생각의 한계에 막힌 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같은 면, 같은 관점만 보고 틀에 박힌 생각만을 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만약 한계를 뛰어 넘고 싶다면 책 제목처럼 “괴짜처럼 생각하라”고 강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잘못된 질문을 바로 잡아야 하며,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아이처럼 생각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찌보면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일 때 우리는 자주 이런 기본을 놓친 채 헤매곤 하죠.

 

만약 지금 어떤 어려운 문제에 봉착한 채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 그 문제를 잠시 덮어두고 이 책을 천천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괴짜처럼,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되는 순간 “유레카!”를 외칠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 퀴즈 정답 : 푸드 파이터(Food Fighter). '뜨아~'하시죠? ^^;

 

 

차칸양(bang_1999@naver.com) 올림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토크쇼 <재키가 만난 구본형의 사람들> 공지
변화경영연구소 7기 유재경연구원이 진행하게 될 토크쇼 <재키가 만난 구본형의 사람들>의 첫번째 시간이 2월 18일(목) 저녁 7시 반, 삼성생명 정도지점(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207 (논현동) KJ타워 14층, 9호선 언주역 4번 출구)에서 마련됩니다. 매월 한명씩, 구본형선생님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초대하여 미니 강연과 함께 토크쇼 그리고 청중과의 대화 등으로 엮어질 예정으로, 첫 번째 손님으로 <굿바이게으름>, <그로잉>, <스스로 살아가는 힘>의 저자이자 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인 문요한 님을 모십니다. 자세한 사항은 추가로 공지할 예정이니, 일단 일자와 시간에 밑줄 쫙~ 해두시기 바랍니다.

 

2. 1인기업 인큐베이터 안내
변화경영연구소 4기 정예서 연구원이 운영하는 함께성장연구원에서 1인 기업가를 위한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런칭하며, 1인 기업가에 관심있는 분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직이나 이모작, 조기퇴직 등을 앞두신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 하니 미래를 준비하고자 하는 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를 클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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