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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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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3일 09시 42분 등록

한걸음 떨어져 바라본 자본주의

스콧 니어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자급농이었습니다. 도시의 번다한 생활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로 내려가 철저히 자연에 가까운 생활을 하며 살다간 환경주의자 말입니다. 그런데 그가 실은 도심의 부유한 집안 출신의 학자로서 1차 세계대전에 반대하는 반전주의 운동을 펼치다 스파이로 기소 당하여 재판을 받고 교수직을 박탈당하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평화로운 자연주의 자급농과는 멀어도 너무 먼 이력이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런 굴곡진 일을 겪으며 첫 번째 부인이 아이들과 함께 그의 곁을 떠나며 이혼을 당하게 되고 시골로 내려갈 즈음 헬렌 니어링을 만났다는 사실 또한 놀라움이었습니다. 저는 스콧과 헬렌 니어링은 처음부터 평생을 함께 한, 서로에게 오직 한 사람인 운명적인 사랑을 나눈 줄로 알았기 때문입니다.

 

뭐지? 이 분 삶, 상상 이상이네. 인생 전, 후반이 달라도 너무 다르네. 그러니까 자급농 생활은 유유자적하는 멋드러진 삶이 아니라 거대한 자본주의에 온 몸으로 대항한 뭐 그런 일이었나...??’

 

지금까지 자신 안의 열망을 끄집어내어 새로운 삶으로 전환을 이루는 여러 인물들을 접해왔지만 니어링처럼 극과 극에서 변신한 인물은 처음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변해야 했는지,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스콧 니어링이라는 한 사람을 깊이 알기에 가장 좋은 <스콧 니어링 자서전>을 읽게 된 이유였습니다.

 

나는 민주주의가 귀족정치나 독재정치 등의 다른 정부형태보다 훨씬 뛰어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토론은 민주주의의 한 수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사람들이 문제점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자유롭게 토론하여 결론에 도달하고 그 결론을 자유롭게 발표하게 하는 수단입니다. … 정부가 개입하여 이러한 권리를 제한한다면 그 순간 민주주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 이러한 법이 무시된다면 이 나라의 번영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자기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우리 앞에 놓인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지금 이 나라의 풍요는 어떤 의미도 가질 수 없습니다.”

 

니어링이 미국의 1차대전 참전에 반대하여 <거대한 광기>라는 논문을 발표하자 당국은 스파이 혐의를 씌워 그를 기소합니다. 그러자 그는 최후 진술에서 직접 스스로를 변론하는데 위 이야기는 그 중 일부입니다. 이를 두고 배심원들은 장장 30시간에 걸친 격렬한 논의 끝에 결국 무죄로 판결하였습니다. 하지만 니어링은 이로서 가르치던 대학교에서 급진주의로 낙인이 찍혀 쫓겨나는 것은 물론 신문 기고나 강연 등 기타 모든 사회적 활동에서 배제되었습니다. 거기다 설상가상 안락한 생활을 지향하던 아내마저 아이들을 데리고 그의 곁을 떠났습니다. 법적으론 무죄였으나 니어링의 자기 신념은 그를 사회적으론 철저히 매장시킨 셈입니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자면 니어링은 중년의 나이에 가족과 사회로부터 고립되며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습니다. 인생의 벼랑 끝에서 과연 니어링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결단을 내렸을까요..? 도저히 짐작초자 되지 않는 그의 심경을 살짝 엿보았습니다.

 

나는 냉정한 충고도 많이 들어보고 내 선에서 입수할 수 있는 정보들을 수집한 끝에 결정을 내렸다. … 나는 계속해서 프리랜서 교사로 활동하며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강연하고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좋은데, 어떻게 먹고 산단 말인가? 친구와 지인들 가운데는 생계를 위해서 화물차를 몰거나 우유배달, 신문배달을 하고, 식당 종업원이나 하역인부로, 또는 택시 기사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1930년대 미국 우익의 압력 아래서 살아가는 삶의 수단으로 택한 것은 자급농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한가지 알게 된 사실은 미국은 1차 대전에서 승리하면서 세계 최강대국으로 발돋움하며 자국 내 진보주의 혹은 사회주의 운동을 과격하리만치 탄압하고 뿌리를 뽑은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초강대국 미국이 그 틀을 갖추는 시기로서 진보적 좌파 지식인이었던 니어링은 자신의 온 삶을 던져 무한경쟁 체제로 빠르게 돌변하는 거대한 자본주의 쓰나미에 대항하였습니다. 하지만 숫적으로 너무도 미비했던 그들의 운동은 각 개인의 삶을 무참히 파괴할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삶이 부서진 동료들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흩어질 때, 니어링은 버몬트 작은 시골로 내려갑니다.

 

내가 자급농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는 이미 내 나이 오십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도시에서 살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실행에 옮기는 데는 재적응 과정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자급농은 경제적 자립이라는 절박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뿐 아니라, 나에게 상당한 자유시간과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유익한 삶을 살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시골생활의 가장 큰 매력은 자연과 접하면서 생계를 이한 노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생계를 위한 노동 네 시간, 지적 활동에 네 시간, 좋은 사람들과 친교하며 보내는 시간 네 시간이면 완벽한 하루가 된다. … 이런 생활에는 자본이라는 것이 거의 필요치 않으며 총 경비도 적게 들고, 유지비는 얼마 안 되는 수입에 맞추면 그만이다.”

 

그러니까 니어링이 처음 자연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 것은 시골 생활에 대한 로망 때문도 아니고 친환경주의나 자연주의 운동 때문도 아닌 그야말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박함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그의 나이 오.. 이었습니다! 철저히 도시인으로 살던 그가 나이 50에 이르러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도심의 안락한 생활을 포기하고 시골 자급농으로 변신을 도모했다니 참으로 믿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물론 자신의 소신을 굽히고 교수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는 자본주의와 타협하여 자신의 뜻을 굽히는 것을 단호히 거절하였습니다. 그리고 살 길을 찾아 시골로 내려갔는데 한 가지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니 이 길을 걸으며 자신의 진정한 운명인 헬렌 니어링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헬렌 니어링 역시 부유한 가정 출신으로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여성이었습니다. 일찍이 인도의 철학자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상가이기도 한 크리슈나무르티의 연인이기도 했던 이 여성은 스콧 니어링을 만났을 때 그의 비범함에 끌렸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헬렌 역시 도심의 화려한 생활을 뒤로 하고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연상인 스콧 니어링을 따라 자급농 생활을 시작하니 여기서부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의 자연주의적 삶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돈을 벌려고 애쓰지 않았다. 돈을 번다는 것은 한도가 없는 게임이다. 우리는 돈을 벌려고 애쓰는 대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년 1년을 그럭저럭 지내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현금이 얼마지?’ 우리는 모든 계획과 목표를 고려하여 필요한 현금 액수를 정한 뒤, 그 액수를 벌어들일 수 있을 만큼만 환금작들을 생산했다. 그리고 일단 목표액이 채워지면 다음해 예산을 세울 때까지 생산을 중단했다.”

 

이것이 바로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니어링 부부의 자연주의적 삶의 모습으로 이들은 자본주의의 소비지향적인 삶에 마냥 끌려가는 것 대신, 자신들이 소비해야 할 한계를 먼저 정하고 거기에 맞춰 생산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이후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은 자신들의 삶과 철학을 담은 여러 권의 책을 통해 다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며 자본주의의 황금만능주의에 시달리는 수많은 도시인들의 마음을 정화시키며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엄격한 채식주의를 유지하며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던 니어링은 그의 나이 100세에 이르러 스스로 곡기를 끊고 평화로이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일생을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검소하고 절제된 삶을 산 사람만이 이룰 수 있는 조화로운 삶, 조화로운 죽음이었습니다.

 

책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마치 조용한 은자 혹은 성자의 삶을 엿본 느낌이었습니다. 그 어떤 삶도 타인에게 강요한 적 없이 고요히 자신의 삶을 살다 갔지만, 그의 고요한 신념은 그 어떤 웅장한 외침보다 울림이 컸습니다. 과연 자본주의에 취해서 사는 것이 마냥 좋은 일인지 태어나 처음으로 자본주의에서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았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자본주의 체제에 순응하며 사는 것은 마치 크게 의식하지 않지만 매일 공기를 마시며 숨쉬는 것만큼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나고 자란 도심을 떠나 극과 극의 전환을 시도할만한 용기는 없는 사람이었기에 아무래도 자신이 속한 곳에서 스스로의 신념을 지킨 또 다른 분이 필요했습니다.

 

사실 지난 주까지는 항생제와 진통제 후유증 때문에 좀 힘들었는데, 이번 주는 맑은 정신으로 다시금 글을 쓰게 되어 참으로 감사하고 기쁜 시간들입니다. 제가 평상시 술을 안 먹어서 그런지 수술도 힘들지만 수술 후 항생제와 진통제에 좀 많이 휘둘리는 편입니다^^:: 맑은 정신. 참으로 귀한 일이란 생각이 드는 한 주입니다^^

 

여러분. 최근 저희 사회를 보면 음주 운전이나 심지어 마약 등 맑은 정신을 훼손하는 일들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힘든 일도 많기에 니어링처럼 올곳은 신념으로 살아가기가 참으로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내 삶이니까. 나의 귀한 삶이니까. 알코올조차 너무 심하게 제 삶을 휘두르게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그러기엔 저희들 앞에 온 시간과 삶이 너무 귀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입니다.

 

아무쪼록 편한 주말되시고, 새로이 시작하는 5월 한 달은 몸과 마음 청정하게 아자 홧팅입니다!

(저와 함께 5월은 음주를 이전 달보다 최소 한번 이상 줄여보심이 어떠실까요..? ^^)

 

수희향 올림

[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https://blog.naver.com/alysapark

[카페] 1인회사 연구소 www.Personalculture.co.kr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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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경영연구소 10기 김정은 연구원이 세번째 책 <엄마가 시작하고 아이가 끝내는 엄마표 영어>를 출간하였습니다엄마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면 굳이 ‘하라 하라’하지 않아도 아이는 따라하게 되나 봅니다아이가 다섯 살이었을 때부터 중학생이 되기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가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집에서 할 수 있는 영어공부법을 담아냈다고 합니다듣고읽고놀다 보면 영어가 되는 실현 가능한 영어교육법이 궁금하신 분들의 일독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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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선

누구나 한번쯤 자본주의와 한걸음 떨어져 볼 필요가 있는것같습니다.


우선 저부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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