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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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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일 23시 48분 등록
오늘은 책과 멀어진 중학생 자녀가 다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에 대해 썼습니다.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 책과 멀어진 아이가 다시 책과 친해지는 법'입니다.

#1 책 읽는 시간을 정하자
독서가 습관이 되도록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책을 읽는다. 큰아이가 중학생이 되고나서 우리 집 독서 시간은 매일 밤 10시에서 11시로 정했다. 온가족이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중학생 큰아이도 시험 기간 2주간을 제외하고 매일 책을 읽는다.
책 읽는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렵다면 학부모회에서 운영하는 아침인문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매일 아침 수업하기 전에 학교 도서관에 모여 함께 책을 읽는 것이다. 사서 선생님과 학부모 봉사자의 관리 하에 매일 같은 시간대에 함께 책을 읽기 때문에 자연스레 독서를 이어가게 된다. 매일 40분의 독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2 그림책과 학습만화, 청소년 입문서를 활용하자
인문고전을 읽기란 어려운 일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도 인문고전을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인문고전 속 문장을 읽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비계’가 필요하다.
내 수준에 맞는 책 읽기로 시작하자. 그림책과 잘 만들어진 학습만화, 청소년 입문서와 해설서가 기꺼이 디딤돌 역할을 해 줄 것이다. 우리 가족은 본격적인 인문고전 읽기에 앞서 인문고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들을 적극 활용했다. 일연의 <삼국유사>를 읽으려고 한다면, 원전을 읽기 전에 관련 그림책과 학습만화를 읽으면서 준비를 했다. 청소년용 입문서와 해설서를 여러 권 읽으며 문장을 읽고 생각하기 연습을 충분히 한 다음에, 원전을 풀이한 책을 읽었다. 
읽고 싶은 인문고전이 있는데 읽기가 너무 어렵다면, 먼저 그림책과 학습만화, 청소년 입문서를 단계적으로 읽기를 권한다. 이러한 접근은 아이의 독서력이 자라도록 도와준다. 

#3 도서관 강좌를 활용하자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인문학 강좌를 들어보자. 4월에는 도서관 주간, 5월에는 가족의 달 문화 강좌, 9월에는 독서의 달 문화 강좌, 인문독서아카데미와 길 위의 인문학 등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강좌는 매우 많다. 강좌를 먼저 듣고 관련 도서를 읽다보면, 어려워서 덮어 두었던 인문고전을 다시 펼쳐 완독할 수 있게 된다. <열하일기>를 그렇게 읽었다.  
2013년 파주 한빛도서관에서 진행한 유범상 교수의 ‘이상이 일상이 되도록 상상하라: 인문학이 묻고 답하다’ 강좌는 온가족 인문독서의 길을 열어주었다. 2017년 파주 교하도서관에서 진행한 표정옥 교수의 ‘신화적 상상력에 비쳐진 한국문학’ 강좌로 <삼국유사> 속 이야기가 한국 근현대 문학에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 수 있었다. 신화와 문학 함께 읽기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었다.
큰아이는 2015년 파주 중앙도서관에서 주관한 유범상 교수의 '문학작품을 통해 본 자본주의와 그 속의 사람들' 강연이 인상에 깊게 남았다고 한다. 당시 초등 4학년이었던 큰아이는 엄마 따라 도서관 강연에 참석했다가 <피노키오>, <올리버 트위스트>, <로빈슨 크루소> 등 자신이 읽었던 작품 속 배경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강연을 들은 후에 아이는 <로빈슨 크루소>를 다시 읽었다.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에 아이는 고양시 대화도서관에서 김경윤 작가가 진행한 ‘철학하는 청소년, 생각의 날개를 달자’ 강연을 매우 재미있게 들었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고 우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묵자와 양주를 비교하며 미래에 대해 상상하는 등 철학이 현실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4 여러 매체를 활용하여 다양하게 읽어보자
마르크스의 <자본>을 읽고 나서 가족 독서토론을 마쳤을 무렵이었다. 왜 지금 마르크스를 읽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1800년대에 쓰인 마르크스의 저작을 읽고 우리 집 식탁에 소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지금 마르크스를 읽어야 하는가? 마르크스의 자본론뿐만 아니라 마르크스와 관련해 영화와 만화, 에세이, 신문기사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하게 읽기를 시도했다.
먼저 영화 ‘청년 마르크스’를 보면서 마르크스의 생애와 시대적 배경을 돌아보고 마르크스가 꿈꾸었던 세상을 상상해 보았다. 만화 <마르크스 자본론> (최성희 글, 손영목 그림, 주니어김영사)을 읽고 자본주의 경제의 상품 생산과 교환, 분배가 이루어지는 원리에 대해 알아보았고, <마르크스·레닌주의> (김성진 글, 주경훈 그림, 주니어김영사)를 읽고 레닌에 의해 계승된 마르크스주의 사상이 각 나라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돌아보았고, <슘페터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손기화 글, 김강섭 그림, 주니어김영사)를 읽고 18세기 슘페터가 미리 예견한 자본주의의 본질과 21세기 미래 모습에 대해 알아보았다.
청소년 입문서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강신준, 사계절)를 읽고 노동자가 잘 사는 세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가능한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와타나베 이타루, 더숲)를 읽고 자본론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알 수 있었다. 2018년 7월 7일자 경향신문 유종일 교수의 ‘개츠비곡선과 장벽사회’를 읽고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다양한 접근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5 베드타임 스토리를 적극 활용하자
책 읽기를 거부하는 중학생과 베드타임 스토리 시간을 갖기를 권한다. 책 읽기와 멀어진 중학생 자녀에게 잠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가져보자. 바로 다음 날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큰아이가 중학교 1학년이던 겨울방학에 조셉 캠벨의 <신화의 힘>을 잠자기 전에 읽어주었다. 한 권을 완독하는데 2주가 걸렸다. 전날 들은 내용으로 다음 날 이어서 대화를 하고 주말에는 독서토론을 하기도 했다. 혼자 <신화의 힘>을 읽었을 때와 베드타임 스토리로 <신화의 힘>을 들려주며 중학생 자녀와 함께 나눌 때는 달랐다. 눈으로 읽고 소리 내어 읽고 내 목소리를 귀로 들으며, 책 전체를 구석구석 빈틈없이 여행하는 느낌이었다. 중학교 1학년이 <신화의 힘>을 혼자서 읽기는 어려운 일이다. 엄마의 목소리로 들으며 질문을 떠올리고 상상하며 함께 읽기의 여정을 따라왔기에 완독이 가능했다.
중학교 2학년 큰아이에게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어주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신화의 힘>을 읽어주었을 때와 달리 도입부가 지나자 아이가 직접 읽기 시작했다. 자녀 수준을 넘어서는 책을 자녀와 함께 나누고 싶다면, 잠자기 전에 읽어주자. 중학생 자녀도 베드타임 스토리를 좋아한다. 잠자기 전에 읽어준 책을 아이도 좋아한다. 완독할 가능성이 크다.

#6 하루 한 문장, 인문고전 원문을 소리 내어 읽자
하루에 한 문장씩 <논어> 속 원문을 소리 내어 읽어보자. 온가족이 돌아가면서 원문과 해설을 낭독한다. 그날의 문장과 관련해 각자 소감을 나누고 일상에서 지킬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생각을 공유한다.
지역 독서 동아리 멤버 중 이른 아침 슬로 리딩을 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이 가족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격몽요결>과 <논어>, <도덕경>을 완독했다. <격몽요결>을 읽는데 1년, <논어>를 읽는데 1년, <도덕경>을 읽는데 1년이 걸렸다고 한다. 매일 아침 6시에 온 가족이 모여 인문고전 속 한 문장 읽고 소감 나누기를 수년째 실천하고 있다. 이 가족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목격하면서 슬로 리딩의 힘을 실감했다.    

#7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자
중학생 큰아이가 유독 좋아하는 책이 바로 <법구경>이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이유 없이 불안하고 다가올 미래가 두려울 때, 아이는 <법구경>을 찾는다. <법구경>의 구절을 읽으면, 불안했던 마음이 안정을 되찾고 두려움도 사라진다고 한다. 부모 입장에서 <법구경>을 여러 번 읽었으니 이제 <성경>도 읽으면 좋겠다 싶겠지만, 아이는 ‘세종대왕의 백독백습’을 예를 들어 같은 책 여러 번 반복해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종은 어릴 적부터 책 읽기를 유독 좋아했다고 한다. 몸이 아파서 자리에 누워 있을 때도 머리맡에 책을 두고 틈틈이 읽을 정도였단다. 세종대왕의 독서법을 ‘백독백습(百讀百習)’이라 부르는데, 같은 책을 100번 읽고 100번 필사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좋아하는 책이 있다면 백독하여 책 한 권을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자. 

책과 함께 하는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김정은(toniek@naver.com)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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