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 조회 수 696
- 댓글 수 1
- 추천 수 0
지난 주말에 새로
나온 스파이더맨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왔습니다. 몇 년 전에 나왔던 스파이더맨 영화와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다음 작을 내심 기다려왔고 이번 영화가 괜찮다는 평이 많아서 기대를 갖고 보러 갔습니다.
마음 편지를 받는 분들 중에 곧 같은 영화를 보러 가실 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지만 이번 편을 보면서 왜 그동안
여러 히어로 중에 유독 스파이더맨이 짠하게 느껴졌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다른 영웅들도
어느 정도 비슷한 서사를 가져가긴 하지만, 스파이더맨의 경우에는 보통 앳된 청소년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영웅으로의 각성 과정에서 자기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자신의 진정한 힘을 깨닫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른 히어로들처럼 회사를 경영하거나 가진 게 많은 건 아니어서 그가 잃을 수 있는
건 오직 하나뿐인 가족이나 여자친구, 혹은 친구였습니다. 또
스파이더맨은 그 상실의 순간을 되돌리거나 없던 일로 할 수 있는 능력도 없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각성한 힘으로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악당을 물리치는 것뿐입니다. 그의 겉으로는 연약해
보이는 외형과 큰 상실이 맞물려 ‘아, 좀 안됐어’라는 마음이 크게 드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닥터 스트레인지를
다시 봤는데 그렇게까지 측은지심이 들지는 않는 걸 보니 저의 이런 마음은 스파이더맨 한정인 게 확실합니다.)
스파이더맨이 마음이
쓰였던 또 다른 이유는 히어로지만 스파이더맨이 저랑도 좀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에 그려보았던
저의 인생 산맥에서 가장 빛나는 꼭대기의 앞에는 항상 깊은 골짜기가 있었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입니다. 골짜기를
지나는 순간은 늘 앞이 안 보이고 어두웠지만, 그 어둠 속의 두려움과 다시 살고자 하는 마음을 꾹꾹
뭉쳐서 만들어낸 저의 에너지가 저의 봉우리를 만드는 원동력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사건은 두 가지 면을 갖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거나 상실을 겪는 일은
너무나 힘들고 괴로운 일이지만, 어려움이 있고 깨달음이 따라야만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내가 그동안 놓치고 있던 것들, 내 안에 숨어있던 더 큰 욕망과 장점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이 위기를 타계할 힘을 찾아내는 과정을 겪습니다. 지식과 경험을
쌓으면서 우리는 잘나가는 사람이 될 수 있지만, 찾아온 어두운 사건을 극복해낸다면 내 안의 위대함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제 회사원으로서의
위기도 스파이더맨처럼 엄청난 각성을 위한 시련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제 정체성의
구성요소들 중에서 ‘10년 차 회사원’이라는 큰 덩어리를
하나 떼어내겠다는 결정이 아무런 짐 없이 떠난 방황 끝에 제 삶을 발견하는 여행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히어로와 일반인의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시련이 닥쳤을 때의 마음가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리쳐야 할 악당은 세력을 넓히고
있고,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없고, 자신의 소중한 것은
잃어버린다면 이 상황을 타계하겠다는 의지가 꺾일 법도 한데, 주인공은 금세 악당을 물리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끌어내는데 집중합니다. 절대 포기하는 법이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부정적인
사건은 저의 호불호와는 상관없이 들이닥칩니다. 거기서 부정적인 영향만 받을 것인지, 부정적인 영향과 함께 들어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발견하여 내 삶을 바꿀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에 깎여나가지 않는 강한 멘탈은 위기 탈출을 위한 중대한 능력임에
틀림없습니다.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빛을 찾는다. 저는 이것이 히어로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마음속에 영웅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서 제 안에 있는 여러 두려움 속을 걸어가려고 합니다. 이렇게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저는 두렵습니다. 그래도 제 안에 빛이 있다는 것을 믿으니까 조금 용기를
내야겠습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116 | 목요편지 - 어린시절 두 장면 | 운제 | 2018.10.11 | 708 |
4115 | [금욜편지 82- 내 안의 또다른 나 일깨우기] [2] | 수희향 | 2019.03.29 | 708 |
4114 | 부모님의 삶 [1] | 어니언 | 2022.07.14 | 708 |
4113 | 모자라는 즐거움 [2] | -창- | 2017.08.26 | 709 |
4112 | [내 삶의 단어장] 담배 가게 아가씨 [2] | 에움길~ | 2023.08.14 | 709 |
4111 | [일상에 스민 문학] 효과 빠른 진통제 | 정재엽 | 2018.04.25 | 710 |
4110 | [일상에 스민 문학] 휴가 책 이야기 1. | 정재엽 | 2018.08.15 | 710 |
4109 | 65세, 경제적 문제없이 잘 살고자 한다면?(6편-저축과 투자) [1] | 차칸양 | 2018.10.30 | 711 |
4108 | [수요편지] 니체가 월급쟁이에게 | 장재용 | 2020.03.04 | 711 |
4107 | 따로또같이 프로젝트 - 화요편지, 가족의 정의 [1] | 종종 | 2022.05.03 | 711 |
4106 | [수요편지] 가을 하늘, 그리고 삶의 의미 [1] | 불씨 | 2022.11.15 | 711 |
4105 | [월요편지 117] 게을러서 미룬다고요? 땡! 우리가 미루는 진짜 이유 (Part1) [1] | 습관의 완성 | 2022.07.24 | 712 |
4104 | 스위치 다시 켜기 [1] | 어니언 | 2022.10.27 | 712 |
4103 |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자녀가 직접 고르게 하자! | 제산 | 2018.12.03 | 713 |
4102 | 삶의 실험 [2] | 어니언 | 2022.04.21 | 713 |
4101 | [수요편지] 습관의 완성은 본성(本性) [1] | 불씨 | 2022.10.25 | 713 |
4100 | [수요편지] 고민이 고민인 사람들에게 [1] | 불씨 | 2022.11.02 | 713 |
4099 | 목요편지 -세번째 이야기 [3] | 운제 | 2018.03.08 | 714 |
4098 | [일상에 스민 문학] 당신은 무엇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 정재엽 | 2018.11.07 | 715 |
4097 | 목요편지 - 꿈벗 소풍 | 운제 | 2019.05.16 | 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