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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10일 07시 45분 등록

입사 전, 한강공원을 걸으며 새로 지은 고층 건물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이런 곳에서 폼 나게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그 멋진 건물에서 일하게 되니 반대로 한강공원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날씨 좋은 오후에 저 풍광 속에 거닐고 싶다는 소망이 절로 고개를 듭니다. 이처럼 새로운 위치에 서면 새로운 관점이 생깁니다.


그것은 역사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새로운 시기였던르네상스도 르(re)는 라틴어로다시라는 뜻이 있고 네생스(naissance)는 프랑스어로 출생이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다시 태어나다, 재탄생, 재창조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긴 중세 시기 동안 신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인간을 중심에 놓고, 중세 이전, 그리스 로마 시기의 가르침과 철학을 되살려 서양 사상의 근간을 세우는 기간이었죠.


이 르네상스 시기를 불러오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은신대륙의 발견이라고 합니다. 뱃사람들이 항해를 해서 막상 신대륙에 가보니, 오랫동안 내려왔던 이론들이 현실과 맞지 않는 것도 있었던 것입니다. 세계가 확장되며 새로운 위치에서 가진 것을 다시 되짚어보는 경험을 했던 것입니다. 이를 통해 긴 중세의 어둠에 대항해 새로운 것을 찾고자 하는 정신적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현대인에게 아직 어둠 속에 남아있는 미지의 영역은 바로 자기 자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다른 관점에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제 안에 남아있는 상처였습니다. 자신이 괜찮은 사람인 걸 아는데도 어떤 사람, 어떤 상황에서 갑자기 주눅 들거나 벗어나기 힘들 때가 있지요. 또 잘 지내다가 갑자기 과거의 화나는 일이 떠올라 벌컥 열을 받기도 합니다. 심리학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보조적인 역할로, 내면의 상처는 결국 스스로가 보듬어 주어야 합니다.


피하고 싶은 갈등 속에도 화합과 해결의 실마리가 담겨 있을 수 있고, 현재 진행 중인 것 같았던 마음의 상처도 아물고 다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며 저는 이번 한주를 보내고 있습니다. 상황과 타인이 문제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내게 주도권이 있고 단지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르네상스 운동의 부흥 뒤에는 거대한 후원자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바로 메디치 가입니다. 그들은 자리 잡은 예술가들 대신 아직 기반을 잡지 못하는 신진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그 대가로 단 한 가지를 제시했다고 합니다. 바로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라는 조건입니다. (저도 이런 후원자를 찾고 있습니다) 과거에 있던 것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창조는 하루아침에 거저 주어지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다가 실패나 실수를 하더라도 다음 기회를 줄 수 있는 스스로의 후원자가 되어주지 않는 한 새로운 창조를 삶 속에 꽃피우는 일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인문학의 본래 목적은창조적으로 살고, 아름답게 죽는다라고 합니다. 제대로 된, 깊은 인생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탐구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삶의 작은 일부분이라도 나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그것으로도 자신의 새로운 영역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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