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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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는 아주 오랫동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 게임 시리즈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알던 포켓몬스터 지식을 갖고 지금 초등학생인 제 조카들과 이야기할 수 있으니 참 신기한 일입니다.
이 게임은 단순합니다. 스토리도 있긴 있지만 시리즈를 통틀어 달성해야
할 단 한 가지 목적은 게임 내에서 잡을 수 있는 모든 포켓몬을 모으는 것입니다.
올해 초에도 새로운 포켓몬스터 게임이 나왔습니다. 큰 화산이 가운데
있는 ‘히스이’라는 세계에 갑자기 떨어지게 된 주인공이 세계의
위기를 구하는 이세계 설정입니다. 몇 년 전 게임계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던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만들면서 닌텐도가 플레이어에게 높은 자유도를
주는 방법을 터득한 건지 제가 지금까지 해본 포켓몬스터 게임 중에 가장 덜 경직되어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저는
모르는 포켓몬 플레이어와 대결을 하는 것이 아닌 풀숲에 몸을 숨기고 야생 포켓몬을 잡고 광물이나 약초 등 재료를 채집해 필요한 물건을 만듭니다. 그리고 세계의 위기를 헤치며 만난 라이드 포켓몬을 타고 원하는 곳으로 빠르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제 앞에 포켓몬으로 가득한 세계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거기다 지금까지 포켓몬은 더 강한 포켓몬을 잡아서 다른 플레이어와 배틀을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제가 모아야 하는 포켓몬 도감도 한 번 잡기만 하면 바로 완료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버전은 포켓몬을 그저 잡거나 보기만 해서는 안 되고 스무 마리 이상 잡거나 여러 번 싸워서 충분한 데이터를 모아야 하고
그것 외에도 먹이를 주거나 직접 기르면서 어떻게 사는 포켓몬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도감을 완전히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주변을 잘 관찰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주변에 자기만의
버릇을 가진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회사 동료에 대해서도 가족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발견이 없었다는 것에 저는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회사야 업무시간에서 보이는 버릇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지만 가족에 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 사람을 제대로 봐준 적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관찰한다는 것은 오랜 시간 대상을 지켜본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포함되겠지만 특히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 관찰이 두드러지는 작품으로는 『안나 카레니나』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전형적인 인물을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의 행동과 속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로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났을 때 겉으로는 상대의 삶의 방식을 추켜세우지만 마음속으로는 자기 자신의 삶이 유일한 양식이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이나, 비서에 대한 직업을 말할 때도 자신의 보스에게 친절하지만 업무에 관해서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작은
우월감이 섞여 있다는 묘사는 평소의 습관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일상의 관찰자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작업입니다.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와 같이 엄청나게 큰 마을에 비슷한 인물이 없었던 것은 그들이 한 명 한 명의 모델을 관찰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관찰의 과정을 생각해 보면, 열린 마음과 어느 정도의 끈덕짐이 있어야
하니 그 배경에는 주변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저는 자신의 문제에 몰두하여
제 안에 주변을 관찰할 마음의 여유가 별로 남아있지 않더군요.
오늘부터 스마트폰에서 고개를 들어 누군가의 시각이 없는 날 것의 현실을 그대로 보는 관찰 연습을 하려 합니다. 일단은 함께 사는 가족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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