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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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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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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9일 10시 57분 등록

그때 나는 깨달았다.

추억을 만드는 데는 최소한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혼자서 하는 일은 절대로 추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

 

“사람들이 여기 왜 왔을까?”

“그리워서 아닐까요?”

“뭐가 그리운데?”

“아마......”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변화경영연구소에서 운영하는 꿈벗 프로그램을 마친 이들의, 1박2일 가을 소풍이, 괴산 여우숲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토요일 아침부터 쏟아지는 비는 아랑곳없이 전주, 부산, 광주 등 각 지역에서 참석자들이 하나 둘씩 모였습니다.

 

소박하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신간 축하파티와 신화에 대한 스승님의 강연, 그리고 시잔치가 있었습니다. 아끼고 사랑하는 시, 자작시, 사랑하는 이를 위한 3행시 등 시로 충만한 순간을 나누기도 하고, 숲이 주는 삶의 지혜에 대한 강연과 숲 산책이 있었습니다. 저는 참석한 구성원들의 소개와 반응이 인상 깊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스트레스만 주는 회사에 깊은 회의감을 토로하고, 자신이 설정했던 여러 가지 꿈을 이루지 못하는 아쉬움을 전하자 같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합니다.  6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접고, 우연히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볼 수 있는 회사로 옮기게 되었다는 얘기에 함성을 지르며 큰 박수를 쳐주기도 합니다.

 

그들은 걷는 사람들입니다. 먼저 길 떠난 스승이 밝혀주는 불빛에,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비추어보며, 걸어가는 사람들입니다. 자기 소개 끝에 덧 붙였던,‘소풍을 통해 좋은 기운을 받고 다시 힘낼 수 있는 에너지를 얻고 싶다.’는 그들의 말 속에는 자신의 길을 찾는 자의 불안과 이미 그 길을 걷는 자의 노곤함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서로에게 보내는 응원의 함성과 공감의 박수에, 자신의 길과 꿈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듯 했습니다.

 

일요일 아침, 청명한 하늘이 가을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데, 눈길을 끄는 광경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태우고 다닐만한 크기의 커다란 백구 ‘산’과 ‘바다’가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었습니다. ‘개 팔자가 상 팔자’ 라는 속담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세상에 부러울 것 하나도 없다는 표정으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개의 몸에 붙은 이물질을 잡아주며 키득대고 즐거워 합니다. 어른들이 숲에 대한 강의를 듣는 동안, 아이들은 이미 숲으로 내달리고 있습니다.

 

월요일 새벽, 병동의 아침은 분주합니다. 부산한 간호사의 손놀림 저편에, 환자의 영상을 같이 바라보는 의사 3~4명의 얼굴표정이 심각합니다. 한없이 무기력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환자, 퇴원 준비를 하며 옷가지를 챙기는 환자. 병상 옆에서 체조를 하는 간병인과 금연장소인 비상구에서 담배를 피는 보호자의 한숨도 병원의 아침 풍경입니다.

 

‘인생은 산파가 장의사에게 보내는 소포’라는 스페인 유머가 있습니다. 소포 안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요? 뛰노는 아이들과 병상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들.. 그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생이라면, 결국 꿈이 소포의 내용을 결정할 것입니다.

 

어떤 소포를 원하시나요? 전 아직 모르겠습니다. 꿈의 크기가 소포의 크기가 될 텐데, 제가 원하는 소포는 ‘커다란 소포가 아니라는 것’ 정도입니다. 처음 꿈을 생각했던 30 대에는 분명히 네모난 소포였는데, 40 대가 되니 마름모 형태로 변해 있습니다. 어쩌면 네모이던 세모이던 소포를 직접 디자인하고 싶은 게 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시간과 추억과 사람에 대한 욕심입니다. 어두운 밤,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숲길을 올라갔던 그 적막의 시간, 뜨거운 가슴으로 새벽까지 불렀던 노래의 추억들...그리고 사람들.. 아마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일 것입니다. 앞으로도 제 소포는 그렇게 채워지겠지요.

 

오랫동안 길을 걷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두 가지!

 

첫째, 아프지 말 것

 

둘째, 아일랜드의 작가 조지 무어 George Moore 의 말로 대신합니다.

 

‘현실은 꿈을 파괴할 수 있는데,

  꿈이 현실을 파괴하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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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1 08:55:47 *.72.153.11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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