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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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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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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7일 23시 49분 등록

지난 주는 하루도 숲을 떠나지 않고 지냈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숲에는 아침마다 서리가 짙어졌고 산국의 향과 단풍의 빛깔은 절정을 드러내며 깊어졌습니다. 새들 노랫소리나 잎새를 스치며 내는 바람 소리에도 겨울 목전의 기운이 가득 담겨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처럼 숲의 일원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좋았던 것은 숲을 찾아온 체험객 학생과 선생님들을 만나 함께 웃고 떠들고 놀았던 시간입니다.


쉰살 중학생이 있었던 그 괴산북중에 이어 이번에는 D중학교의 학생들 삼십여명과 선생님 다섯분이 여우숲에서 1박2일 함께 놀았습니다. 독서캠프라 이름붙인 놀이였습니다. 강의도 듣고 시도 읽고 책의 구절들도 읽었으며 숲도 거닐었습니다. 처음으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고 다른 친구들의 속 이야기를 다함께 듣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사서 선생님과 함께 퀴즈도 풀었고 5인조 북밴드의 수줍지만 즐거움 가득한 공연도 누렸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불을 지펴 고구마를 굽고 입가에 검댕이를 묻혀가며 나눠먹었습니다. 모처럼 학생다운 아이들을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한편 기획하고 준비하여 인솔해 오신 선생님들은 사막에 꽃을 피워내고 있는 분들이라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제주도의 학교로 첫 부임했다가 D중학교로 합류했다는 사서 선생님과, 시간제 교사로 시작해서 백령도로 첫 부임했다가 이 학교로 합류하신 미술선생님이자 연구부장을 맡고 계신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을 내내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상담 선생님과 국어선생님... 비록 학교는 다르지만 아이들에게 더욱 의미있는 캠프를 만들어주고 싶어 우정 출연하신 청주 소재 다른 중학교의 사서선생님까지 모두 한결같이 맑고 따뜻했습니다. 무엇보다 선생님들 모두 아이들을 깊이 사랑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학원만도 못한 곳이 학교라고 여기는 아이들이 많은, 사흘에 한 명꼴로 아이들이 자살하는 우리나라의 학교, 그 학교를 사막으로 여기는 아이들과 선생님이 많은 형편인 요즘 그 사막에서 학교가 얼마나 재미있고 즐겁고 따뜻할 수 있는 공간인지, 서로와 서로를 벗으로 만나며 공감의 관계를 넓혀갈 수 있는 공간인지 몸소 보여주고 함께 만들어가고 계신 선생님들을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제도권 학교의 선생님께 존경의 마음이 가득 들었습니다.


아이들과 1박2일 놀면서 ‘요즘도 이런 학교, 이런 아이들이 있다니... 도대체 비결이 뭘까?‘궁금해서 선생님께 여쭈었습니다. 미술선생님이 부임하시기 전 D중학교는 선생님들조차 그곳으로 배치되기를 꺼릴만큼 문제가 많은 학교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일 까지 있을 만큼 열악한 환경의 학교였던 D중학교가 지금은 다른 학교의 귀감이 될만큼 바뀌었다고 합니다. 나는 그 비결의 중심에 바로 이 미술선생님이 계시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그 선생님은 사막같은 학교에 아주 다양한 꽃을 피워내고 계시는 선생님이었습니다.  그 비결과 물오른 선생님의 삶과 감동적인 일화는 다음 주 편지에 담아드리겠습니다. 날이 많이 추워지고 있습니다. 한 주 건강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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