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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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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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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2일 00시 47분 등록

학교는 죽었고 교실은 무너졌다는 이야기가 만연한 시대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으로 살기가 너무도 어렵다는 시대입니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무언가 아프고, 선생님들은 선생님들대로 묵직한 통증을 안고 사는 시대입니다. 그 사막과도 같은 학교에 즐거움과 활기를 되살려낼 수 있었던 그 미술 선생님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저는 1박2일 동안 틈나는대로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며 그 비결을 알아보았습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만들어낸 그 비결은 학교만이 아니라, 이따금 절망스러운 여건을 견뎌내야 하는 다른 직업을 가진 우리 삶 전체에도 유용할 수 있는 비결이니까요.


선생님의 첫번 째 비결은 지향을 놓지 않는 것에 있었습니다. 처음 사범대학을 가면서 품었던 교사로서의 지향, 공부를 마치고 기간제 교사로 교직을 시작하면서 품었던 꿈, 이윽고 섬에 있는 학교로 초임 발령을 받으면서 한껏 설레였던 그 마음을 평생 유지하고 싶다는 염원을 선생님은 아주 자주 꺼내어 보았다고 했습니다. 분명한 지향이 있는 사람은 이따금 흔들리면서도 결국 그곳을 향해 갈 수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두번 째 비결은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평범한 다른 선생님들이 교직을 꿈꾸며 그렸던 모습의 학교와 교실이 아닌 현실에 실망하고 낙담할 때 선생님은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넘어서야 할 벽임을 직시하였습니다.


세번 째 비결은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대다수가 학생과 교육제도, 사회적 분위기 등을 탓할 때 선생님은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동료 교사 몇 분을 설득해서 먼저 ‘아버지 학교’프로그램을 이수했고, 그 경험을 학부모들에게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학부모들을 위한 ‘아버지 학교’를 열어 학부모들과 아이들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 것입니다. 참석하지 않거나 못한 아버지의 자리는 선생님들이 대신 그 학생들의 아버지 노릇을 해주었습니다. 마지막 시간, 아이들의 발을 씻겨주는 경험을 통해 아버지 혹은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은 여태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한 뜨거운 감정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변화가 시작된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네번 째 비결은 다양한 소통의 채널을 창의적으로 열고자 애쓴 것이었습니다. 학교는 아이들을 위해 ‘소원상자’를 설치했습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들었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소원을 들어주었습니다. 유치한 것도 있었지만 마음과 생활이 아픈 친구들을 살펴달라는 요청도 있었습니다. 또 그렇게 확인된 소원을 아이들을 포함한 구성원 모두가 함께 풀어나가는 노력으로 확장해 갔습니다. 미술수업을 통해 화분을 만들고 거기에 그림을 그리고 생명을 키운 뒤, 그것을 축제 때 바자회를 통해 판매하고 그 수익금과 후의를 모아 아픈 친구들을 함께 살피는 장을 만들어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인가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존재라고 느꼈을 것입니다.


마지막 비결은 오늘에 머물지 않는 자세였습니다. 그것이 선생님 안에 샘솟는 놀라운 창의력의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놀랍게도 선생님은 10년 뒤 교직을 떠날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학교에 최선을 다한 뒤 선생님은 ‘자연미술학교’를 열어 남은 삶을 살겠다는 계획을 품고 있었습니다. 제도적 한계 속에서도 꽃을 피우고, 제도 밖에서는 더 마음껏 자유롭고 다양한 형태의 꽃을 피우는 선생님으로 살고 싶어하는 그 미래 열망이 지금 스치는 모든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며 살게 하는 힘이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우숲에 숲학교 열고, 나 역시 이따금 무거운 압박을 느끼는 날이 있습니다. 괜한 오지랖을 펴서 부담을 안고 사는구나 자책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압박이나 자책에 갇히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아보이는 자리라 해도 숲의 모든 자리는 모자라거나 넘치거나 압박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을 탓하며 사는 한 어떠한 풀이나 나무도 숲의 일원으로 살 수가 없습니다. 스스로 받아들이고 넘어서기 위해 분투할 때 마침내 때에 이르러 神이 제 꽃 피어나게 하는구나... 이미 너무 자주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시라도 갇히지 않는 나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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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삶을 바꾼다는 그녀의 주장이 솔깃한 분은 이 곳을 방문하세요. http://www.bhgoo.com/2011/421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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