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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31일 09시 30분 등록
정년퇴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해진 나이가 돼서 직장에서 하던 일을 그만두는 것이지요. 그리 멀지 않은 옛날에는 정년퇴임식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회사를 떠난 사람들에게 직장은 추억담이 되고 자부심의 근원이 되기도 했다지요.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 사랑은 아주 오래된 옛날이야기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정년까지 회사를 다니고 떠나는 사람을 보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기업들은 불황에 경영이 어렵다면서 필요할 때면 구조조정이라는 칼을 꺼내듭니다. 법으로는 정년이 늘어났지만 늘어난 정년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기업에서 규정을 고쳐 60세로 정년을 수정하기도 합니다. 규정은 그렇게 고쳐지는데 회사에 임원 말고는 50세 이상이 없다면 그 규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무더기로 직원을 쫓아낸 기업에서 퇴직한 사람이 처음 한 일은 경쟁사의 제품으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다녔던 회사에 대해 사랑은커녕 분노만 품더군요. 벌써 오래전부터 이런 일을 보는 게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인건비 부담이 줄어든 기업들은 수익이 늘어나고 그만큼 살이 찌겠지요. 기업이 살찌면 경제가 성장합니다. 경제가 성장함에도 사람들은 얻는 게 없습니다. 5년간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9.8%가 늘었지만 실질임금은 2.3% 하락했습니다. ‘임금 없는 성장’ 입니다. 경제는 성장하는데 사람들은 생존의 위기에 내몰립니다. 경제든 무엇이든 세상 모든 것은 사람을 위한 것일 텐데 사람은 버려지고 시스템만 성장합니다. 사람이 필요해서 만든 경제인데 이제는 경제를 위해 사람이 부속품처럼 쓰일 뿐입니다. 

참사를 일으킨 세월호 선장은 월급 270만원의 1년 계약직 이었습니다. 선박직 직원 15명 중 9명이 계약직 이었다고 합니다. 세월호 운항사인 청해진해운은 계약직 선장을 써서 인건비를 줄였습니다. 그렇게 얻은 돈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세월호 사건이 가져온 후폭풍에 비한다면 무시해도 좋을 액수였을 겁니다. 거의 모든 기업들이 계약직을 고용합니다. 돈이 덜 들고 언제든지 내보낼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우리나라 내항여객선을 운항하는 선원들의 75%가 비정규직이라고 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비정규직 비율은 79%에 달합니다. 큰 기업들도 다르지 않겠지요.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일에 사랑을 느끼지 못합니다. 월급을 주는 회사에 충성심을 보이지도 않습니다. 회사는 사람이 필요해서 그 시간동안 쓸 뿐이고 사람들은 돈이 필요해서 그 시간동안 일을 해주고 있을 뿐입니다. 회사는 사람을 이용해서 돈 벌 방법만 찾고 사람들은 자신이 언젠가 버려질 거라는 걸 압니다. 남는 것은 사막 같은 공간입니다. 그 사막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생존할 수 있을까요. 당장은 성장을 한다고 기뻐해도 결국은 세월호처럼 가라앉지 않을런지요. 어디로 항해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그럼에도 빠르게 달리고 있는 이 시대가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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