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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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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9일 10시 37분 등록


호기심 많은 사람들은 왕성하게 책과 정보를 읽어 들입니다. 독서 목적을 세우지 않고서도 말입니다. 왕성한 지적 욕망에 걸맞게 날로 지성이 깊어지면 좋으련만, 끊임없는 지식 습득에 비하면 지적 성장이 더딘 경우를 봅니다. 책 선택이 눈먼 골동품 수집가의 모양마냥 체계도 우선순위도 없기 때문일 겁니다.

 

지적 성장을 이루려면, 목적을 욕망에 앞세워야 합니다. 욕망이 무분별하게 뻗어가는 것을 제어해야 합니다. 욕망을 줄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목적이 방향을 제시한다면, 욕망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니까요. 욕망의 한계를 인식하여, 때로는 고삐를 풀어주고 때로는 재갈을 물려야 합니다. 구슬이 세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니까요. 목적 없는 공부는 구슬만 만드는 셈입니다. 목적이 구슬을 꿰어줍니다.

 

인문학만 감안하더라도 문학, 역사, 철학, 종교 등 영역이 방대합니다. 역사를 따져도 서양사, 동양사, 한국사로 분류되고, 한국사에도 여러 나라의 역사가 있습니다. 조선사만 공부하더라도 읽을 책이 산더미더군요. 제 요지는 욕망이 던져두는 책을 모두 읽어내는 사람은 없다는 점입니다. 목적과 우선순위가 필요합니다. 중요한 지식이 사소한 지식에 파묻히거나, 반드시 읽어야 할 책들이 엉뚱한 책에 밀려서도 안 됩니다.

 

욕망은 어떻게 독서를 방해할까요? 목적 없이 욕망에 이끌리는 독서의 예를 들어봅니다. 니체 읽기를 계획했다고 칩시다. 어떤 이는 니체의 여동생이 쓴 일기부터 집어들 겁니다. 수많은 니체 연구서가 출간됐지만, 여동생의 일기는 최근에야 공개됐지요. 어떤 이는 니체의 메모를 담은 유고집부터 살필 겁니다. 다른 이는 니체가 쓴 아무 책이나 집어 들고 한 문장, 한 문장을 세심하고 꼼꼼하게 읽을 테고요. 또 다른 이는 니체 전작주의자가 되겠다고 결심하네요.

 

이러한 접근 방식이 니체 이해를 도울까요? 아닙니다. 여동생의 일기를 집어든 이는 사생활이나 내밀한 이야기를 알려는 관음증적 지식 욕망이 있는지 모르죠. 유고집을 펼친 이는 의미를 묻지 않고 무조건 살펴야 한다는 문헌학적 결벽증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겁니다. 목적을 간과한 채로 세부사항에 파고드는 이는 큰 그림을 놓치는 현미경주의자는 아닐까요? 전작을 읽겠다고 다짐한 이는 작가의 모든 글을 읽고 말겠다는 무분별한 이상가입니다. 전작주의는 신중해야 합니다. 전작주의로 접근하면 안 되는 작가도 있으니까요. 전집을 엮은 편집인이 통찰 대신 수집벽만 강할 수도 있고, 어떤 작가는 전작보다 훌륭한 편집인의 선집을 읽고 좋은 해설서를 참고하는 게 낫습니다.

 

네 가지 독서 유형은 니체 이해를 방해합니다. 니체 이해를 위해서는, 아무 책이나 집어서 파고들기 전에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지고 생각해야 합니다. “왜 다른 작가가 아니라 니체인가? 왜 다른 책이 아니라 이 책인가? 내가 니체에 대해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의 핵심은 무엇인가? 니체가 중요하게 읽히기를 바랐던 자신의 책은 무엇인가?”

 

질문을 두고 생각하면, 독서 목적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신에게 적절하고 유효한 목적을 세우면 다양한 모습의 욕망을 제어하기가 쉬워집니다. 지적 욕망 덕분에 책을 들지만, 욕망의 역할은 거기까지입니다. 독서가 시작되면 목적을 욕망에 앞세워야 합니다. 목적이 채워져 또 다른 욕망이 필요하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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