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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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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17일 09시 39분 등록

나는 ‘공명(共鳴)’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공명’이라는 단어를 보면 눈이 커집니다. 사진가 구본창 선생의 책 <공명의 시간을 담다>에 첫 눈에 반했습니다. 책 제목에 끌렸고, 표지를 본 순간 떨렸습니다. 이 책은 읽는 내내 맥놀이가 지속되었습니다. 책과 나 사이에 공명이 일어난 것입니다.


<공명의 시간을 담다>에는 구본창 선생의 글과 함께 사진이 풍성하게 들어 있습니다. 그의 사진에는 글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실물이 아닌 사진을 통해 이런 힘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구본창 선생은 ‘사진적인 공명’을 추구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내가 찍은 사물과의 교감이 일종의 에너지처럼 필름 속에 스며든다고 믿는다.”


2005년 구본창 선생은 오랜 기다림 끝에 오사카 동양도자미술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조선시대 백자를 촬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는 이 놀라운 작품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심했습니다. 백자와 사진가가 어느 정도 공명하는지가 관건이었습니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나는 백자를 단순한 도자기가 아닌 혼을 지닌 것으로 여기고 마치 인물을 찍듯이 촬영하였다. 한번은 큐레이터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백자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속삭였다. ‘어쩌다 네가 여기까지 왔느냐……. 네 영혼을 사진에 담고 싶으니 너도 꼭 응해야 한다!’”


사진가가 눈을 감고 하얀 도자기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이런 태도와 애정은 어떤 식으로든 사진에 반영될 것 같습니다. 나는 어떻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독서와 글쓰기도 사진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책과 독자가 공명할 때 독서는 깊어집니다. 책과 독자 사이에 아무런 벽도 없습니다. 글쓴이와 글감 사이에 공명이 일어나면 주체와 대상 사이에 경계가 사라지고 글 쓰는 행위만 남습니다. 구본창 선생의 표현을 빌리면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 사진이 찍히는 순간이고, 손과 의식이 연결된 느낌, 카메라가 내 의지대로 움직여 주는 느낌입니다. 이때 사진가와 카메라와 대상은 하나입니다. 서로 끌리고 떨리고 울림을 주고받으며 내가 그것이고 그것이 곧 나일 때가 공명의 절정입니다.

 

‘사랑하면 알게 된다’는 말이 있고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도 합니다. 이런 말들은 내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로 들립니다. 앎과 사랑, 사랑과 앎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먼저인지 나는 모르지만 이 모든 것이 공명임은 알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은 공명의 과정입니다. 공명의 범위가 한 사람의 수준이라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에 얼마나 공명하는지가 나의 실력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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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 저, 공명의 시간을 담다, 컬처그라퍼,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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