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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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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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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19일 11시 56분 등록

 

 

한 달 쯤 전, 외부 일정을 보내고 있는데 마을 어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자네, 다른 사람과 자네 오두막 앞의 밭을 바꾸기로 했나?” 내가 황당해 되물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전 그런 적이 없는데요.” 어른의 이야기는 지금 누군가 낯선 사람이 나의 텃밭에 풀을 베고 있어서 지나가는 길에 누구냐고 물었더니 그가 나와 서로 땅을 바꾸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황당하긴 했으나 땅이 어디로 도망칠 수도 없는 일, “남의 밭에 풀을 깎아주면 고맙지요. . 그냥 두세요.”라고 했습니다. 숲으로 돌아와 한 이틀 일상을 이어가던 중에 나는 정말로 내 밭의 풀을 베는 낯선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내려가 물었습니다. “누구시죠?” 그는 내 밭 아래쪽에 있는 밭을 산 사람인데, 자기가 판단하건데 현재 나의 밭 중 일부가 자신이 산 땅에 포함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측량을 신청해 놓았으니 측량이 이루어지는 대로 곧 알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수십, 수백 년 동안 서로의 합의와 인정 하에 자연적 경계를 지어 농사짓던 땅이 도시인들에게 팔려나갈 경우 종종 그 지적도상의 경계를 따라 재편되는 것을 이미 여러 차례 보아온 터라 그렇게 겹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즉시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순서가 뒤바뀐 것 같다고 일러주었습니다. 인접해 있는 땅의 소유자들에게 인사를 먼저 나누고 전후를 설명하고 그리고 측량을 한 뒤에 자기 경계를 찾는 것이 예의이고 순서가 아니겠느냐고 알려주었습니다. 조언은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는 이후로도 거의 매일 와서 주변 밭의 풀을 깎아서 자기가 예상하는 경계를 표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보름 정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후 그는 자신의 밭 경계를 튼튼한 줄로 꼼꼼하게 연결하여 표시했습니다. 내가 나의 밭인 줄 알고 있었던 땅의 일부와 마을 사람이 농사에 이용하던 농로 일부도 그의 소유권 안에 있었습니다.

 

자기 땅을 처음 소유해 보는 것이라는 그를 만나 다시 조언과 요청을 건넸습니다. 땅이 도망칠 일은 없을 것이다. 어차피 이곳은 맹지라서 집을 짓는 일은 안 될 것인데, 혹시라도 무언가 토목공사를 해서 주변 사람의 땅과 연결된 땅 부분과 저 농로를 정리하려거든 먼저 꼭 상의를 해주시라. 농로 주변과 내 밭으로 알고 있던 곳에 심어둔 나무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나무 한 그루마다 사연이 담겨 있으니 더욱 그렇다. 또 이 가파른 경사지를 허물면 곧 다가올 장마철에 내 밭의 흙이 유실될 것이므로 대책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주변 분들이 농사를 지으러 다니실 농로에 대한 대책도 챙겨야 할 것이다. 그러니 천천히 주변과 상의하며 일을 진행해 주시라.

 

하지만 어느 날 아침 시끄러운 소리에 나가보니 그는 굴삭기를 불러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심어두었던 은행나무 한 그루를 굴삭기로 부러뜨려 자신이 표시해 놓은 자기 밭 바깥의 내 밭으로 옮겨 심고 있었습니다. 스승님 선물해 주신 나무의 후계목으로 사다가 밭가에 심어놓은 나무도 삽으로 파헤치고 있었습니다. 땅을 처음으로 소유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최대한 물러섰던 마음이 순간 노여움으로 일어섰습니다. 사진을 두어 장 찍었습니다. 그리고 엄중하게 말했습니다. 땅이 도망을 가는 것도 아닌데 왜 이웃한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아프게 하느냐? 당신이 부러뜨린 저 나무에는 말했듯이 사연이 있다. 여름에 나무를 옮겨 심으면 나무가 죽거나 심한 몸살을 앓는다. 이렇게 작업을 하는 것은 당신이 근거로 하는 법으로 따지면 명백한 불법이다. 토목설계를 해서 관청의 허가를 득한 뒤에 공사를 해라. 당신의 소유개념대로 내가 소유를 주장하면 당신은 이곳에 더는 차를 가지고 올라올 수도 없다. 왜냐하면 입구부터 당신 땅에 이르는 자리까지의 땅이 모두 내 소유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농로를 주지 않아도 나는 내 집에 이르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내가 당신에게 이르는 길을 막아놓아야 마음을 헤아리겠느냐?

 

안타깝게도 그는 내가 전하는 말 너머에 담긴 깊은 뜻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또 몇 날이 흐른 뒤 다급하게 전화가 왔습니다. 군청에 들렀는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 맞고 설계비도 꽤 많이 든다고 한다. 일단 좀 만나자는 요청이었습니다. 내 스케줄과 맞지 않아서인지 이후 나는 아직 그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는 경사지를 떠받치고 있던 돌을 모두 캐내어 경사지에 단을 만들고 한 곳에 돌과 바위를 모아두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곳에 십 년 뒤 쯤에 집을 짓고 들어와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우선 컨테이너 하나 가져다 두고 요양 겸 들어와 농사를 지으며 지낼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우주를 지배하는 가장 큰 법칙에 가 있고, 모든 생명의 삶에는 順理가 있습니다. 우리는 만사에 첩경이 있다고 믿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순리를 거스르는 첩경은 지름길이 아니라 오히려 먼 길을 둘러가야 하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타깝지만, 그는 아직 순리를 사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으로 따지면 농막으로 신고한 컨테이너에서 잠을 자고 생활을 하는 것도 불법, 상식으로 따져도 물을 먹고 살아야 할 텐데 그 물을 내 소유(? 나는 땅을 소유한다는 말에 거부감이 있다)의 땅을 거쳐 끌어와야 합니다. 그것 역시 이런 모습이면 내게 동의를 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래 전 내가 그 험악했던 외딴 곳에 다른 분들의 땅을 거쳐 집을 짓는 데 걸린 시간이 4년입니다. 딱 한 분이 자신의 땅을 거쳐 가는 것을 동의하지 않으셨고 그 분의 마음을 얻는 데만 2년의 시간을 써야 했습니다. 핵심적인 반대 이유는 도시 사람이 하는 말을 믿지 못하시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자연에 깃들어 살고 싶은 것인지, 투기를 위한 것인지 믿지 못하겠다던 그 말씀을 이제 나도 그 새로운 분을 보며 떠올리게 됩니다. 의 요구는 늘 간단합니다. 順理를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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