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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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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29일 10시 16분 등록

친정 엄마는 올해 칠순을 맞습니다. 제가 마흔 중반이 되니 엄마도 일흔 노인이 되시네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려면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삼대가 함께 하는 여행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주말에 저는 엄마, 그리고 두 딸과 함께 일본 북해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자들만의 특별한 여행이었지요. 돌아보니 엄마와 함께 한 여행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5년 전 엄마, 여동생과 함께 담양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차창을 활짝 열고 메타세콰이어 길을 달리고 죽녹원의 푸르른 대나무 숲을 누볐지요. 그리고 백일홍이 진 명옥헌원림 정자에 앉아 가을 바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번 겨울, 오랜만에 친정엄마와 3박 4일을 보냈습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나는 누구를 닮아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이 많을까?' 예순이 넘은 나이에 아버지를 독거노인으로 두고 4년간 서울에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엄마의 모습에서 제가 보입니다. 소형차를 직접 운전해 노래교실에도 가고 교회도 가고 각종 봉사활동과 모임을 쫓아 다니는 엄마는 아직 청춘입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엄마의 굽은 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드시는 양도 많이 줄었고 쉽게 피로해하셨습니다. 어느새 엄마는 점점 작고 약해지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괴팍한 아버지와 사느라 평생 마음 고생을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가장의 역할에 충실한 분이셨지만 배려심 깊은 남편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저는 밤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드렸습니다. 엄마가 초보엄마였던 시절, 아버지는 방직공장의 엔지니어로 3교대 근무를 했습니다. 엄마는 밤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가 잠을 잘 수 있도록 저를 업고 집밖을 서성거리며 시간을 보냈답니다. 한 번은 화가 난 아버지가 저의 목욕물이 담긴 철제대야를 발로 차서 솜이불이 흠뻑 젖은 밤도 있었다네요. 명태처럼 꽁꽁 얼어버린 솜이불을 바라보며 엄마는 참 많이도 울었답니다. 젊은 시절 엄마는 아버지때문에 계모임 한 번 마음 놓고 가지 못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 다 하며 산다며 '구서방이 참 고맙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십니다.  

 

이번 여행의 최고령자는 여든이 다 된 할머니셨습니다. 50대로 보이는 딸이 모시고 왔는데 살뜰이 엄마를 챙기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저는 그리 다정한 딸은 아닙니다. 엄마의 하소연 들어주기는 제 여동생의 주특기지요. 하지만 저는 맏딸답게 엄마에게 든든한 큰딸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사는 것이 효도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마와의 추억은 더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엄마의 하소연도 맞장구를 치며 더 열심히 들어드려야겠습니다. 오늘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해야겠네요. '엄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그리고 우리 좋은 곳으로 여행도 많이 다녀요. 좋은 추억이 많은 삶이 성공한 삶이랍니다.'   

 

그대는 어떤가요?  

엄마와 함께한 여행이 언제였나요?  

더 늦기 전에 근사한 추억 하나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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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2] 연구원 부부의 출간 소식을 전합니다. 9기 연구원 유형선과 10기 연구원 김정은, 그리고 두 딸 수민이와 수린이가 함께 쓴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이 나왔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족의 위기를 극복했다는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클릭! http://www.bhgoo.com/2011/80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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