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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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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일 07시 17분 등록

 

혹시 198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기억하시나요? 해리슨 포드가 주인공인 인디아나 박사로 나와 종횡무진 활약했던 영화였죠. 그리고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에게는 엄청난 흥행을 안겨주었고요. 시리즈 첫 편인 <레이더스>가 1981년, 두 번째 편인 <인디아나 존스>가 1984년에 개봉하였는데, 저는 두 번째 편인 <인디아나 존스>를 영화관에서 접했습니다. 당시 고1이었는데, 엄청 열광하며! 보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가 재밌던 이유는 오금(?)을 저리게 할 정도의 긴박한 액션이 그야말로 숨돌릴 틈 없이 몰아친다는 거였죠. 아마도 제 기억상 이 영화 전에는 그 정도의 스릴을 주었던 영화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물론 제 주관입니다.^^)

 

하지만 이 이후로 생각의 한계를 뛰어 넘는 동시에 쉴 새없이 이어지는 멋진 액션을 보여주는 영화들이 종종 등장했는데요,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다이하드>시리즈, 그리고 제목까지도 아예 스피디했던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1994년작 <스피드>였습니다. 이 영화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죠.

 

이 영화들이 80, 90년대 작품이었으니 지금은 더 말할 필요도 없겠죠. 영화뿐 아니라 소설, 드라마, 희곡들 또한 상상을 뛰어넘지 못하면 더 이상 사람들의 눈을 끌지 못합니다. 반전에 반전 거기에 더한 반전까지 있어야만 사람들의 뒤통수(?)를 칠 수 있게 되었고, 그런 작품 정도가 되어야만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웬만한 충격에는 반응조차 하지 않게 되다보니, 한계가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자극의 세기가 강해지지 않으면 안되게 된거죠.

 

영화나 드라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저 상상 속의 일이라면 그래도 그러려니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현실 속에서 벌어진다면, 즉 정해진 한계도 없이 마치 미친 듯 폭주한다면 얘기가 정말 많이 달라지게 될 겁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오늘은 금리의 한계성을 뛰어 넘은,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마이너스 금리. 참 ‘뜨아~!’하지 않나요? 금리라는 것이 초저금리, 더 나아가 제로금리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이제는 마이너스 금리라니 말이죠. 우리가 아는 일반 상식으로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어쨌든 마이너스 금리란 무엇이며, 왜 마이너스 금리가 등장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세상이 우짜될 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현재 마이너스 금리는 2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하나는 은행의 예적금 금리보다 실제 물가상승률이 더 높을 경우 실질적 마이너스 금리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기예금 금리가 2%인데, 물가상승률이 3%라면 실질 금리는 –1%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죠. 다른 하나는 비교대상이 아닌 말 그대로의 마이너스 금리를 말합니다. 이는 우리가 아는 상식을 뒤집는 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즉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게 아니라 반대로 돈을 내야 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1%의 마이너스 금리라 한다면 1,000만원을 1년 정기예금으로 은행에 예치할 경우, 1년 뒤 1%에 해당하는 10만원을 제외한 990만원을 받게 된다는 겁니다. 일반적인 생각으로 본다면 말도 안되는 얘기죠. 하지만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겁니다. 예전 마음편지인 <돈, 이자, 물가.. 모르면 당연하다(http://www.bhgoo.com/2011/713214)>에서 중세시대에는 돈을 맡기면 보관료를 내야 한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엄청~ 과장해서 말씀드리자면, 이제 그 시절로 돌아가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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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출처 : 조선일보)를 보시면 현재 어떤 국가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정책금리로 채택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 유럽국가들이죠? 그 중 스웨덴은 이미 2009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으니 마이너스 금리에 관한 한 선조격이라 볼 수 있겠네요. 여기에 더해 ‘먼나라 이웃.. 아니 갈수록 더 먼나라’ 일본이 지난 1월 29일, 2010년 10월 이후 거의 제로금리라 할 수 있었던 0.1%의 기준금리를 –0.1%로 낮춤으로써, 마이너스 금리에 동참했습니다. 일본은행(BOJ) 총재인 검정밭(구로다, 黑田)씨는 오는 오는 2월 16일부터 민간금융기관이 일본은행에 맡기는 당좌예금(예치금)의 일부에 -0.1%의 금리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네요.

 

일단 여기서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 사항은 위의 국가들이라 할지라도 아직 일반인들에게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진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국책은행(우리나라로 따지면 한국은행)과 일반은행 간의 거래에만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한다는 것으로, 일반은행에서 국책은행에 자금을 예치하거나 또는 지급준비금(Payment Reserves, 일반은행이 예금 등 금전채무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을 의무적으로 한국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금액)에 대해 기존에는 정해진 금리만큼의 이자를 지불했으나, 지금은 반대로 0.1%만큼 돈을 받겠다는 겁니다. 즉 보관료 명목의 돈을 징수하겠다는거죠.

 

자, 그렇다면 일본은 왜 이런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을까요? 다음 기사를 읽어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민감 금융 기관이 일본은행에 돈을 맡기는 대신 대출에 나서도록 독려해 기업과 개인이 돈을 빌리기 쉬운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리스크에 대해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날 교도통신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은행 대출 증가와 금리 하락, 엔화 약세 촉진 등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 동아일보(2016. 1. 30일) -

 

일본 정부는 2가지 측면을 노리고 있습니다. 첫째는 그동안 시중에 무려 1,800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풀어댄 양적완화에 이어 금리까지 마이너스를 채택함으로써 소비를 활성화시키고 더 나아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유동성 정책(소위 ‘돈질’)을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조금 쉽게 설명을 드리자면, 마이너스 금리가 채택됨으로써 일반은행들이 국책은행에 돈을 맡길 때 비용이 발생되니, 이제는 돈을 예치하는 대신 어떻게든 더 많은 돈을 시중에 풀게 될 것입니다. 대출 금리도 지금보다 더 낮추거나 아예 제로금리로 빌려줄 수도 있겠죠.

 

시중에 자금이 더 많이 풀리게 되면 공급이 늘어남으로써 엔화가치는 지금보다 더 떨어지게 됩니다.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니 환율, 특히 달러 대비 환율은 올라가게 되겠죠. 즉 기존 환율이 <110엔 = 1달러> 였다면, 이제부터는 <120엔 = 1달러>가 된다는 겁니다. 환율이 올라가면 일본 수출기업의 입장에서는 미국에 보다 싼 가격으로 제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가지게 되고, 보다 수출을 많이 할 수 있게 되겠죠. 이런 환율 효과가 일본 정부가 노리는 2번째 잇점입니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함으로써 과연 경기부양에 성공할 지는 조금 지켜봐야 하겠습니다만, 일단 약간의 효과는 있는 듯 합니다. 전 세계 증시가 일제히 올랐으니까요. 그러나 진짜 약발이 듣는지는 조금 더 봐야합니다. 유럽 국가들도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지만, 아직 그렇게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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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마지막으로 상상력 테스트를 한번 해 볼까요? 만약 모든 은행들이 일반인들을 상대로 마이너스 금리(예를 들어 –5%)를 적용하기 시작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일단 은행에 돈을 맡길 수 없게 되겠죠. 무조건 손해니까요. 그러면 수 많은 사람들이 은행에서 현금을 빼오게 될 겁니다. 소위 뱅크런이 일어나는거죠. 그렇게 찾은 현금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금고를 사서 집안에 보관하는거죠.(금고 제작업체 대박나겠네요!) 다른 하나는 대여금고 업체에 맡기는거고요. 물론 은행의 마이너스 금리보다는 좀 싸야겠죠?

 

사람들이 돈을 빼 간 은행은 어떻게 될까요? 과연 그대로 존재할 수 있을까요? 기존 은행으로써의 역할은 의미가 없어지므로, 아마도 은행은 다른 기관으로 바뀌어 질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투자상품을 팔아 수수료를 챙기거나 혹은 사람들의 돈을 받아 대신 투자해주는 투자기관으로써의 역할이 더 커지게 될 겁니다. 그러면 기존의 Bank가 아닌 Invest Bank으로 변모하겠죠.

 

사람들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저축의 개념, 즉 은행에 돈을 맡기고 이자를 받는 저축이 불가능하게 되니, 사람들에게는 현금 보관, 소비 그리고 투자의 세가지 선택만 남게 되죠. 하지만 현금 보관은 물가가 오를 경우 오히려 큰 손해를 보게 되므로, 차라리 소비를 하거나 투자를 통해 이익을 얻어야만 합니다. 고로 지금보다 소비는 활발해 질 가능성이 커지며, 투자 또한 상당히 활성화가 될 겁니다.

 

그러면 경기가 좋아지겠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일반적으로 돈은 적은 곳에서 많은 곳으로 흘러들어 가는 속성이 있습니다. 자본주의란 큰 돈인 자본이 돈을 부린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처음엔 경기가 꽤 활성화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기간이 경과되면, 부자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부자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만약 지금 세계 경제의 상위 20%가 80%의 부를 차지하고 있다면, 추측컨대 그때가 되면 상위 10%가 90%의 부를 쥐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최소한의 방어 체계라 할 수 있는 ‘저축’조차 못하는 상황이니까요.

 

그저 상상에 불과하지만, 결말이 과히 유쾌해 보이진 않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이너스 금리가 전격적으로 도입된다면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요?

 

 

차칸양(bang_1999@naver.com) 올림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출간소식>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김정은, 유형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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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경영연구소의 부부 연구원인 9기 유형선연구원과 10기 김정은연구원, 그리고 그들의 두 딸 수민, 수린 양이 힘을 합쳐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이란 근사한 책을 출간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족의 위기를 극복했다고 하는데요, 현재 가족관계를 조금 더 좋게 만들고자 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를 클릭해 주세요.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58629917&orderClick=LEA&Kc=#book_info

 

2. <토크쇼 안내> ‘재키가 만난 구본형의 사람들’ 첫 번째 시간
<토크쇼> ‘재키가 만난 구본형의 사람들’의 첫 번째 시간이 오는 2월 18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마련됩니다. '굿바이 게으름'의 작가이자 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인 문요한님을 초대손님으로 모시고, 그가 말하는 ‘여행하는 인간’에 대해 들어볼 예정입니다.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해 주세요.

http://www.bhgoo.com/2011/806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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