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2016년 2월 16일 07시 28분 등록

혹시 아래 그림의 광고 본 적 있으신가요? 20147월 대우증권에서 대대적으로 했던 TV 광고였는데요, ELS라고 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파생상품을 아주 단순하게 그리고 쉽게 풀어 설명한 광고였죠. 이 광고 덕에 대우증권에서는 ELS를 평소보다 거의 2배 가량 팔았다고 하네요.

 

ELS 광고 이미지(대우증권).jpg

 

내용은 이렇습니다. 여자 아나운서(공서영)가 투수로 등장, 투구를 합니다. 어디로 던지든, 던지는 족족 심판은 모두 스트라이크로 판정합니다. 타자(최희)가 항의하자, ELS 야구에서는 그 존이 매우(!) 넓어 한계선 위로만 들어가면 모두 스크라이크라고 설명합니다. 즉 한계선 아래로만 가지 않으면 정해진 수익률을 보장해준다는겁니다. 어떤가요, 쉽죠? 그리고 구미가 당기시죠? 광고 동영상을 보고 싶다면 여기(https://www.youtube.com/watch?v=xaRJL5Zr-2M)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이번에는 경제기사 한번 보고 가시죠. 212일 방송된 SBS <김범주의 친절한 경제>입니다.

 

중국 회사 주식 중에 홍콩증시에 올라있는 것만 모아서 만든 홍콩H지수라는 게 있는데, 여기 연동돼서 만든 ELS 상품들이 지금 저 밑으로 내려가 버렸어요. 거기서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홍콩H지수와 연동해서 판 ELS가 한 37조 원 정도로 되는 걸로 추산이 되는데, 팔 때는 "요즘 중국 경제가 얼마나 잘 나가는데, 설마 70% 밑으로 가겠어요?" 이러면서 팔았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일이 지금 벌어졌습니다. 반 토막이 나고 말았어요. 작년 5월에 15천까지 갔었는데, 1275백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러면서 손해를 보는 ELS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지금까지 4조 원 정도 육박하는 돈이 손실 구간에 들어갔고, 만약 지수가 65백까지 간다고 치면 한 8조 원까지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2014년 하반기 대우증권의 광고를 본 후 은행, 증권사에서 홍콩H지수와 연계된 ELS에 투자한 사람들은 원금손실을 볼 확률이 매우 커졌습니다. 한계선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죠. 물론 대부분의 ELS 상품들이 3년 만기이므로 만기 때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만약 가입시점의 80~85% 수준(홍콩H지수 기준, 11,000 포인트 이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원금손실은 불가피해집니다.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만약 지금 수준 혹은 더 낮은 수준으로 지수가 떨어진다면 손실은 더 커지게 됩니다.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

 

, 여기까지 ELS란 상품에 대해 조금 말씀드렸는데, 어떤 것인지 대충 그림이 그려지시죠? 오늘 ELS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으니 제대로 한번 공부해볼까요? 내 돈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금융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아야 하니까 말이죠.

 

ELS를 영어로 풀어보면 Equity Linked Securities주가연계증권이라고 부르는데요, 한마디로 주가지수 혹은 개별주식의 주가와 연계하여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을 말합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홍콩H지수 또는 한국 종합주가지수(KOSPI)와 같은 지수에 연계가 가능하고 삼성전자, 현대자동자와 같은 개별주식과도 그 조합이 가능합니다.

 

ELS는 대표적인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라고 합니다. Risk, 수익도 중간정도(물론 전 동의하지 않습니다만..)란 말이죠. 특히나 최근과 같이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묶여 있어 개별주식 투자는 물론, 펀드 투자도 마땅치 않을 때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이 바로 ELS입니다. 이 상품의 장점은 대개 6개월 단위로 조기상환(조건 충족시)이 가능하고, 정기예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단점도 있죠. 보통 3년 만기상품으로 장기투자를 염두에 두어야 하고, 조건에 따라서는 원금손실이 가능하며, 원금보장형이라 할지라도 기회비용(정기예금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잃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상품의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으니 잘 읽어보셔야 합니다.

 

 ELS상품 예시1-1(표시).jpg

 

이 상품은 종합주가지수인 코스피200과 홍콩H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만기는 3, 만기시 최고 수익률은 무려 31.2%입니다. 꽤 높죠? 6개월마다 조기상환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첫 번째는 가입시 주가지수보다 코스피200과 홍콩H지수 모두(중요한 건 or가 아니라 and라는 겁니다) 95% 수준 이상이어야 조기상환(이때는 만기수익률 31.2%1/6[6개월/3]에 해당되는 5.2%의 이자를 받게 됩니다)이 가능합니다. 이후 6개월마다 해당 지수 2가지가 95%, 90%, 90%, 85% 수준내에 있으면 정해진 수익률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혹 조기상환되지 못하더라도 만기시 60%만 넘으면, 40% 이상만 하락하지 않는다면 해당 수익률을 챙길 수 있죠. 할만하죠? 개별주식이라면 40%가 빠질 수도 있겠지만, 종합주가지수가 40% 빠지기는 쉽지 않을테니까요.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들은 ELS 상품을 팔기 위해 주로 이렇게 말합니다. “최근 중국 경기가 얼마나 좋은데 주가가 40%나 빠지겠어요? 중국주가가 이 정도 빠지면 전 세계에 다시한번 금융위기가 와야할겁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투자하셔도 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 돈만 있으면 더 투자할 겁니다.” 어떤가요, 솔깃하지 않나요?

 

,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ELS에는 그냥 넘겨서는 안될, 아주 꼼꼼이 잘 챙겨봐야 할 조건들이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그 중에서도 녹인(KI, Knock In)이란 조건이 있는데, 이게 정말 무서운 겁니다. ‘녹인은 정해진 경계를 터치한다는 뜻인데요, 위 그림에 보면 빨간글씨로 60KI라 써놓은 부분이 보이실겁니다. 뜻은 이렇습니다. 만약 3년 동안 한계선인 60% 밑으로 내려간 적이 한번이라도 있다면, 만기시점의 지수가 가입시점 지수대비 85%를 넘기지 못할 경우 원금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럴 경우 수익률은 -15%부터 시작하여, 떨어진 지수에 따라 -100%까지 가능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어떤가요? 이야기가 확 틀려졌죠?

 

지금 홍콩H지수가 반토막이 났습니다. ELS 상품 같은 경우 한계선인 60%녹인혹은 터치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때문에 3년 만기되는 시점에 홍콩H지수가 85%를 넘기지 못한다면, 무조건 원금 손실이 나도록 되어 있습니다. -15% 수준은 약과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반토막 수준에서 만기가 도래한다면, 아무리 못해도 50% 이상 손실이 나게 될 겁니다. 왜 이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은지 아시겠죠? 각종 뉴스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오자 금융감독원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12일 브리핑을 갖고 "ELS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많이 팔린 ELS를 보면 녹인 구간에 진입해도 일정지수까지 회복하면 기존 약정된 수익이 보장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처장은 "현재 H지수를 기초로 하는 ELS 발행량의 91.7%2018년 이후 만기 도래한다""그 기간 안에 지수가 회복되면 투자자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건 제가 예민하기 때문일까요? 그러면서 이렇게도 말하네요.

 

아울러 일각에서 제기되는 불완전판매에 대한 가능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투자자들도 대부분 ELS를 위험상품으로 인지하고 있다"판매창구 점검과 미스터리 쇼핑(조사원이 손님으로 가장하고 해당 매장의 고객서비스를 평가하는 행위)을 통해 점검한 결과 불완전판매에 대한 정황은 없다고 설명했다.

 

불완전판매란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상품에 대한 기본 내용 및 투자위험성 등에 대한 안내 없이 판매한 것을 말하는데요, 불완전 판매가 없다는 건 아마도 금융감독원의 이야기가 맞을 겁니다. 왜냐하면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금융상품 가입할 때 엄청난 양의 서류에 사인하도록 만들기 때문이죠. 이게 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면피용이 된다는겁니다. 그러니 서류 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거죠. 하지만 진짜 그럴까요? 보유자금을 조금이라도 더 불리고자 안전하게 은행에서 예, 적금을 가입하려던 고객에게, 수익률이 이만큼이나 좋고, 별 위험도 없으니 가입 안하면 손해라는 사탕발림으로 상품에 투자하게 만든 행위는 불완전판매라 볼 수 없는걸까요?

 

물론 투자에 대한 손실은 전적으로 본인 책임이 맞습니다. 하지만 상품에 대한 이해도 하지 못하는데, 심지어는 투자하는 상품의 이름도, 뜻도 그리고 구조조차 모르는데도 투자하라고 종용(혹은 권유)하는건 불완전판매 여부를 떠나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의 윤리의식 결여라 봐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만약 고객이 금융상품에 대해 무지하다면, 아예 권유조차 해서는 안되는 것 아닐까요? 정말 많이 아쉽습니다. 어찌되었든 지금 다시 투자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만큼, 만기시점에는 지수가 회복, 원금손실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음 마음편지에서는 우리가 잘 모르는 파생상품의 진실이란 내용으로 조금 더 ELS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차칸양(bang_1999@naver.com) 올림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출간소식> 명상록을 읽는 시간, 유인창 지음

변화경영연구소 4기 연구원이 자신의 세 번째 책인 명상록을 읽는 시간을 출간했습니다.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으며 자신의 명상록을 적어 내려간 내용이라고 하네요. 순응, 선택, 평온, 관계, 변화를 주제로 한 그의 명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yes24.com/24/goods/24215690?scode=029

 

2. <1인회사 연구소> 4주간 자기경영 워크숍 모집

변화경영연구소 5기 수희향 연구원이 운영하는 <1인회사 연구소>에서 4주간의 자기경영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평생고용이 불가능해진 현재, 회사를 떠나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1인 지식기업가의 길을 걷고 있는 수희향 연구원이 같이 고민하여 해답을 찾게 될 것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밥을 해결할 수 있는 1인 지식기업가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아래를 클릭해 주세요.

http://www.bhgoo.com/2011/806292

 

3.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책 쓰기 과정 모집

변화경영연구소 2기 한명석 연구원이 운영하는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카페에서 책 쓰기 과정 9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풍류나이듦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공저과정도 있다고 하네요. 책쓰기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http://cafe.naver.com/writingsutra/13334

 

 

 

IP *.122.139.253

프로필 이미지
2016.02.16 15:56:16 *.254.49.218

재우형님.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


요즘 많이 떠드는 뉴스라서 궁금한게 많았는데 도움이 되고 다음주도 기대가 되네요.


바람이 있다면 


우리가 잘 모르는 파생상품의 진실


의 내용중에 은행이나 증권사가 땅팔아서 장사하는게 아닐텐데 저런 상품을 가지고 어떻게 돈을 남기는지에 대하여 포함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6.02.17 17:31:44 *.122.139.253

안녕~ 햇빛처럼도 새해 복많이 받어^^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

 

다음주 쓸 마음편지 내용은 햇빛처럼이 궁금해하는 그 부분에 대해 쓰려고 하는데

파생상품이란 것이 너무 복잡하고 또 쉽지 않아 솔직히 나도 자세히 기술하긴 어려울 듯 싶어.

하지만 대충 어떻게 하는 것이다하는 수준에서 얘기하면 되지 않을까 싶네. 뭐 내 수준이 딱 그 정도니까. ㅋ

넘 기대하진 말어.

 

건강히 잘 지내고~^^

프로필 이미지
2016.02.19 17:26:14 *.230.103.185

재우씨가 누구보다도 주제집약적으로 마음편지를 활용하고 있네요.

내겐 너무 어려운 주제지만^^  늘 귀감이 됩니다.


나도 그대로 초고가 될 수 있도록 주제를 강화하려고 하네요.

링크 고마워요~

프로필 이미지
2016.02.25 07:43:45 *.122.139.253

경제 이야기를 쓸 때만 '주제집약적'으로 보이는거고요,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한테는 경영이나 인문보다 오히려 경제를 이야기할 때 조금 더 쉬운 것 같아요.

그저 수치나 표를 조금만 삽입해도 웬지 있어 보이거든요. ㅋ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56 진짜 어른이 되었습니다. 한 명석 2016.01.27 1347
1955 출가(出家) 1 김용규 2016.01.28 1260
1954 서른아홉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친정엄마와 3박 4일 재키제동 2016.01.29 1654
1953 목표 추구는 삶의 질을 높이는가 연지원 2016.02.01 1435
1952 영화 <인디아나 존스>만큼 짜릿한 마이너스 금리 차칸양(양재우) 2016.02.02 1581
1951 화장실에서 철학하다 한 명석 2016.02.03 1365
1950 마흔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창립기념일 재키제동 2016.02.05 1608
1949 마흔아홉, 그리운 이를 만나다 3 書元 2016.02.06 1288
1948 <설특집> 뱃살조아왕, 근육조아헐크왕이 되다 차칸양(양재우) 2016.02.09 1889
1947 출가(出家) 2 김용규 2016.02.11 1333
1946 마흔한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고민 재키제동 2016.02.12 1315
1945 당신의 인터넷 서핑, 안녕하신가요? 연지원 2016.02.15 1260
» ELS(주가연계증권)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가는 이유 file [4] 차칸양(양재우) 2016.02.16 1799
1943 사는 게 재미가 없어서 한 명석 2016.02.17 1616
1942 더 사랑하고 더 미워하며 살리라 김용규 2016.02.19 1348
1941 마흔두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첫번째 토크쇼 [4] 재키제동 2016.02.19 1733
1940 마흔아홉, 고맙습니다 4 [1] 書元 2016.02.20 1312
1939 올해를 잘 살고 싶은 이유 연지원 2016.02.22 1348
1938 우리가 잘 모르는 파생상품의 진실 차칸양(양재우) 2016.02.23 1717
1937 노후대책 없이도 잘 살기 한 명석 2016.02.24 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