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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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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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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17일 10시 48분 등록

     

사는 게 너무 재미가 없어서 왜 그런가 따져 보았더니, 마음 깊이 품고 있는 것이 없어서였다. 그 생각만 하면 싱긋 웃음이 피어나고 살아갈 희망이 되는 그런 일! 더 이상 늘어지면 안 되겠다 싶어서 내 안을 들여다보며 좀처럼 변하지 않을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찾아 보았다. 그 대답은 이었다.

 

스무 살 시절, 자식들 가르치고 집 한 채 남기는 것이 전부인 부모님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지금 내게는 집이 없다. 가을에 이사를 해야 하는데 조그만 집이라도 사서 고쳐 가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서둘러 책을 찾아 보았더니 이건 또 하나의 신세계가 열리는 것이 아닌가! 일단은 작은 집 열풍. 작은 집을 꾸미는 노하우가 축적된 일본 책들을 보며 내 기준은 현실적으로 졸아 들었다. 그 다음에 셀프건축. 우리나라에도 흙이나 나무로 뚝딱 집을 짓는 강습이 많이 퍼져 있거니와 미국의 자연 속에서 직접 작은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의 얘기는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그러고보니 나는 시골에 살 때 60평의 축사와 10평의 사랑채를 애들아빠와 단 둘이 지은 적이 있다. 좀 더 거슬러올라가면 학창시절 농촌활동 가서 마을 사람들과 집을 지은 적도 있고, 내가 사는 수원에서는 조금만 외곽으로 빠지면 농촌과 다를 바 없어 검박한 짓을 짓지 못할 것도 없어 보인다. 주택 설계나 자재를 모듈 형식으로 표준화하여 건축비를 낮춘 방식도 많으니 말이다. 좀 더 검색해 보니 주택협동조합도 눈에 띈다. 내가 찾은 것은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과 하우징쿱의 두 군데지만, 조합원들이 모여 시공사를 찾는 방식은 좀 더 많을 것이다. 단가를 낮추고, 건축에 참여하며, 무엇보다도 이웃을 창출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아예 살림을 합치는 공동주택에 대한 사례도 흥미롭다. 인천 검암동의 <우리 동네 사람들>은 귀촌을 준비하는 6명의 스터디모임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꽤 큰 공동체로 자리잡았다. 일인당 1800만원씩을 모으고 대출을 더하여 세 채의 빌라를 구입, 20명 내외가 산다고 한다. 긴 시간 목매지 않고 집을 해결하고 나니 시간과 에너지가 대폭 남는다. 그들은 그 에너지를 동네카페를 만들고 농사를 짓는 등 좋은 삶을 실험하는 데 쓴다.

 

<마흔이후, 누구와 살 것인가>라는 책은  50대 여자 셋의 공동주택 10년에 대한 보고서이다. 캐런은 오래 전에 결혼했다가 오래 전에 이혼했으며, 진은 39년 간의 결혼생활을 접기로 원만한 합의를 보았으며, 루이즈는 이혼한 지 6년이 된 상태였다. 긴가민가 하며 공동주택에 대한 아이디어를 살펴보던 그들의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은, 너무도 매혹적인 집을 발견한 뒤였다. 1930년대 풍의 고풍스러운 벽돌집, 나무가 빽빽한 앞마당, 침실 5개에 화장실 3개 반, 2층과 다락방에 스위트룸(침실, 서재, 욕실이 딸린) 두 개와 욕실이 딸린 제일 큰 침실 한 개가 있는 그 집은, 아무도 혼자서는 구입할 수 없을 정도로 멋졌던 것이다.

 

이 두 가지의 사례는, 젊은 층과 기성세대에서 응용할만한 좋은 전범이 되어 준다. 단돈 1800만원에 악명높은 주택난을 해결한 것은 멋지고, 혼자서는 접근불가능한 저택에 살 수 있는 것은 매혹적이다. 게다가 미국의 예긴 하지만 우리도 결혼풍속이 대거 달라져서, 결혼보다도 협동이 더 필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혼을 했든 안 했든, 한 번 했든 두 번 했든, 3년을 살았든 39년을 살았든, 그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고, 혼자 살기 힘든 시절이 다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피부로 다가 온다. 살림을 합치는 것은 엄두가 안 나도 끼니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동네식당에 대한 꿈은 오래 품어 온 터인데 당장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러고보니 내가 하고 있는 공저작업도 집필협동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강생들과 시도한 세 번째 공저가 출간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이렇게 의미부여를 하고 나니 좀 더 강력한 비전을 가지고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들면서 부딪히는 내적 외적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실험하며, 공저로 마무리하는 일을 꾸준히 해야겠다.

 

 


** 제가 운영하는 <글통삶 책쓰기과정 9>를 모집합니다.

나이듦과 재미있는 삶에 대한 공저를 들이 팔 예정입니다.^^

http://cafe.naver.com/writingsutra/1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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