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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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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8일 23시 59분 등록

숲에는 식물만 살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에는 식물 중심으로 숲 공부를 시작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숲에 사는 또 다른 생명과 숲을 구성하는 물질과 환경으로 자연스레 그 관심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게 됩니다. 곤충이나 토양, 그리고 무수히 많은 동물들로 그 관심 영역이 커져가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습니다. 나 역시 그렇습니다. 나무나 풀이 가르쳐 주는 삶에 대한 지혜에 감탄하다보면 숲 공동체를 구성하는 또 다른 생명들은 얼마나 많은 지혜를 품고 숲의 일원으로 살고 있을까, 당연히 호기심이 들곤 합니다.


곤충이나 새같은 날짐승에도 관심이 가고, 지렁이나 지네 같은 토양 벌레들에게도 관심이 갑니다. 심지어는 관찰하기 어려운 미생물의 생활사에도 관심이 갑니다. 나의 경우 그 관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생명체가 있습니다. 뱀입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혐오하는 뱀, 그 뱀이 어디에 사는지, 그들은 어떻게 먹이활동을 하고, 어떻게 짝을 짓고 대잇기를 하는지, 그들 중 일부는 왜 독을 품게 되었고 언제부터 독을 품어왔는지, 그들은 어떻게 동면이라는 특별한 방법으로 겨울의 시간을 건널 수 있는 것인지... 그 궁금함은 차고도 넘칩니다. 하지만, 식물에 비해 동물에 대한 체계적인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마 움직이는 생명체를 꾸준하게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이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얼마 전, 뱀에 관한 책을 찾아보다가 아주 특별한 제목의 따끈한 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선, 뱀>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입니다. 제목부터 대단히 특별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국내에 나와 있는 뱀에 대한 책 대부분은 그 자료 형식이 나무도감의 형식을 따르고 있을 뿐이어서 기껏 사진과 이름을 알아가는 데 도움을 줄 뿐인데, 이 책은 무언가 특별한 시선으로 뱀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는 호기심을 갖게 했습니다. 나는 당장 책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 책의 저자가 고 3짜리 학생이었기 때문입니다.


헉! 고 3짜리 학생이 한국에서 그 누구도 체계적으로 시도하지 않은 뱀에 관한 입문서를 펴내다니!!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웠습니다. 서문을 펼쳐보니 차승훈이라는 고 3짜리 저자는 이 책을 4년 간 준비하여 완성해냈습니다. 학기 중에는 수업 때문에 책을 쓰기 쉽지 않아서 주로 방학을 이용하여 자료를 구하고 연구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고 했습니다. 몇 번이고 그만둘까 유혹을 느꼈지만 주변 선생님들의 지지와 응원에 힘입어 지속할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었습니다. 국내의 빈약한 자료를 극복하기 위해 궁금할 때 마다 서양의 연구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냈고, 그들의 친절한 대답과 첨부자료를 참고하며 책을 완성했다고 고마움을 표하고 있었습니다.


책의 구성은 입문서로써 매우 훌륭했습니다. 내가 궁금해 하는 모든 토픽들이 목차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내용은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가진 경험의 미숙과 간접 자료의 재정리 형식이라는 아쉬움이 군데군데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 책과 그 저자에게 깊이 감탄하며 책을 만나고 있습니다. 대학의 교수나 연구자들 중에서도 누군가를 위한 전공서나 관련 서적을 집필하지 못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저자는 그 일을 이미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했으니 얼마나 놀랍습니까? 다소 부족함을 느끼지만 나는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책을 읽고 있습니다. 고 3짜리 선생님을 만난 기분입니다. 그가 허락한다면 나는 그를 이번 여우숲 겨울캠프에 특별강사로 초대할 작정입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참가자들에게 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가 이 책을 쓰기 까지의 이야기를 나눠달라고 청할 작정입니다. 겨울캠프 참가 학생들에게 큰 영감을 줄 것이 틀림 없을 테니까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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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9 16:55:37 *.10.140.2

네 ..틀림없이 큰 영감을 줄 것 같습니다.

또 큰 영감이 아니면 어떻겠습니까...

큰 할매라도 괜찮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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