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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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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4일 00시 03분 등록

“할 수만 있다면 유서를 남기는 듯한 글을 쓰고 싶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읽히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삶의 진실을 담고 싶다.”

- 법정(法頂)

 

법정 스님의 글은 깊지만 어둡지 않고, 높은 기상을 담고 있으면서도 읽는 이를 숨 가쁘게 만들지 않습니다. 스님의 글은 맑고 그윽합니다. 그래서 빨리 읽을 수 없습니다. 읽다 멈춰 스스로를 돌아보고, 책을 편 채 먼 산을 보게 됩니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일상에서 길어 올린 글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맑고 향기로운 일상에서 글이 나오고, 그 글이 또한 일상을 맑고 향기롭게 끌어올려주는 듯합니다. 아! 마음도 있습니다. 글은 마음의 표현이고 일상도 마음 없이 설명할 수 없으니,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글과 일상은 그런 마음에서 우러나온 듯합니다. 아마 스님께서는 ‘마음’보다는 ‘영혼’이란 표현을 더 좋아하시겠지요.

 

‘맑고 향기롭게’, 법정 스님의 영혼을 함축한 표현처럼 다가옵니다. 스님의 대표산문선집 제목이 ‘맑고 향기롭게’인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물으면 너무나 막연하다. 구체적인 삶의 내용은 보고, 듣고, 먹고,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함이다. 따라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먹으며, 어떻게 말하고, 무슨 생각을 하며, 또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그 사람의 현 존재다.”

 

‘오늘 하루 내 살림살이’라는 제목의 글 중 일부입니다. 이 문장에 이어 스님은 당신의 ‘오늘’을 되돌아보며 스스로 어떤 삶을 이루고 있는지 차분하게 적어나갑니다. ‘오늘’은 지난밤 자다가 깨어 다시 읽은 책 한권으로 시작해서 아침에 마신 냉수 두 컵, 걷기에 대한 단상, 사는 곳 둘레에서 보고 들은 것, 아침에 들은 바흐의 음악으로 이어지고, 당신이 먹은 음식, 거처를 둘러싼 자연과의 대화, 군불을 지핀 일과 집의 ‘추녀 끝 물받이 홈통에 쌓인 낙엽을 긁어’낸 일로 끝이 납니다. 글만 봐도 맑고 향기로운 마음이 일상과 공명한 하루였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님은 ‘오늘 하루 내 살림살이’의 끝에서 말합니다. “오늘 나는 이와 같이 보고, 듣고, 먹고,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했다. 이것이 바로 내 현재의 실존이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나를 형성하고 내 업을 이룬다.” 그리고 묻습니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보고, 무슨 소리를 듣고, 무엇을 먹었는가. 그리고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했으며, 한 일이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현재의 당신이다. 그리고 당신이 쌓은 업이다. 이와 같이 순간순간 당신 자신이 당신을 만들어간다.”

 

나는 여기에 ‘오늘 무엇을 읽었는가’라는 질문을 추가하려고 합니다. 나의 일상에서 책읽기는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일상과 글쓰기가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이 모두를 마음이 아우르고 중심을 잡아주는 삶, 곧 일상과 글과 마음이 선순환하며 조화를 이룬 삶, 내가 따르고 싶은 삶의 지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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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法頂) 저, 맑고 향기롭게, 조화로운삶,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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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글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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