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9년에야 마네를 다시 만났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단번에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중략)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마음 상태를 항상 유지했고, 서로를 자극해 진지하고 사심 없는 질문을 주고받았으며, 마음속에 품은 아이디어의 최종형태를 구체화할 때까지 몇 주 동안 계속해서 열정을 쏟아 부었다. 그러고 나서 집으로 향할 무렵이면 언제나 치열한 논쟁에 한층 단련된 상태였으며, 새로운 목적의식이 싹텄고, 머리가 전보다 맑아졌다.”

- 도서 <그들의 생각은 어떻게 실현됐을까> 중에서 화가 ‘모네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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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2년 파리의 한 살롱에서는 있는 그대로를 재현하는 전통 회화 양식에 반기를 든 새로운 그림들이 전시되었습니다. 이 작품들은 빛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주관적으로 표현해낸 그림들로 전통주의에 입각한 비평가들은 이를 ‘부정이든 긍정이든 작품이 어쨌든 인상적이다’라는 말로 비꼬듯이 말했습니다. 서양근대미술의 큰 획을 그은 인상파가 등장한 순간입니다. 사실 인상파는 모네라는 뛰어난 한 미술가가 만들었다기보다 모네, 마네, 드가, 르느와르, 세잔 등 여러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들은 모임을 통해 그림에 대한 사심 없는 질문을 주고받았고, 서로에게 모험을 감행할 용기를 불어넣어 준 창조적 집단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창조성을 개인적 능력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창조성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키스 소여는 창조성이란 기본적으로 협력과 공유를 통해 생겨난다고 주장하며 ‘Group Genius’라는 개념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즉, 창조적 결과물이란 고독한 천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집단속에서 서로를 자극하여 혁신과 도전으로 이어진 결과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창조적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의미 없는 군중mass이 아니라 공통의 관심사와 창조적 젖줄이 되어줄 수 있는 ‘문화적 부족cultural tribe’이 필요합니다. 군중은 구성원을 탈 개성화시키고 집단사고로 몰아가지만, 부족은 구성원에게 깊은 소속감을 주면서도 자기답게 살도록 고양시켜주기 때문입니다.   

지난 11월 30일, 변화경영연구소의 오프라인 문화공간이 홍대 인근에 자리를 잡고 오픈하였습니다. 그 이름은 ‘Creative Salon 9’입니다. 오픈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을 보면서 하는 일도 다르고, 나이도 다양하고, 학연과 지연도 엮인 게 없지만 뿌리 깊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삶을 거부하고 자신의 삶을 창조하고자 하는 정신적 지향점이 서로를 이어주고 있었습니다. 인상파 화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 이 새로운 공간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서로의 창조성을 고양하여 주류적 삶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실험과 도전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창조성의 발현은 개인의 내부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상호과정입니다. 당신이 창조적인 삶을 원한다면 군중을 떠나 당신의 고유함을 드러낼 수 있는 문화적 부족을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