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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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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6일 00시 19분 등록

나는 이따금 삶을 작은 손수건이라고 가정해 보는 때가 있습니다. 삶이라는 손수건 역시 다른 직조물들처럼 아주 많은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면서 천을 이룹니다. 그렇게 내 삶을 이루는 씨줄과 날줄중에 몇가닥을 가만히 해체하여 뽑아봅니다. 어떤 날은 ‘돈’이라는 실을 뽑아서 살펴봅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 삶의 일부로 관여해 온 ‘돈’은 어떤 흐름을 가졌는가? 그리고 내 삶의 일부를 직조하고 있는 ‘사랑’이라는 실을 뽑아서 살펴본 적도 있습니다. 혹은 ‘공부’이거나 ‘건강’, ‘열망’ 같은 것을 뽑아내어 들여다본 적도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평탄한 것이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구불구불 흔들리는 모양의 실이었습니다. 어떤 실은 모자람 투성이에서 시작해서 여전히 모자람에 머물러 있고, 어떤 실은 넘치게 시작됐으나 점점 메말라 가늘게 사윈 꼴의 실이 되어 삶을 꿰고 있습니다. 내 삶이라는 손수건에 확대경을 대고 보면 그래서 곳곳에는 성긴 구멍이 있고, 다른 몇 곳에는 지나치게 조밀한 협착의 지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모양새에 불만이 없습니다. 예전에는 내 삶을 이루는 어떤 실의 시작점이나 꿰고 나가는 모양새가 참 못마땅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이 삶이구나... 너무 가녀리거나 지나치게 비대한 실들이 그렇게 성기거나 조밀한 구석을 만드는 것이 삶이구나... 그러니 모든 사람의 삶이 사각의 손수건처럼 대동소이한 모양으로 한정된 듯 하지만, 그 모양을 이루는 삶의 씨줄과 날줄은 그렇듯 다양한 것이구나... 겨우 그 내막을 알아채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내 손수건 모양에 불만이 없어졌습니다. 결국 불만하지 말아야 할 지점은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실의 시작점이고, 불만해야 할 지점은 그 한 올 한 올의 실을 어루만지고 다듬어 나만의 모양을 이루어가지 못하는 운행의 지점이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원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모처럼 아내와 딸을 만나러 가는 길 위에서 폭설을 만났습니다. 그곳으로 넘어가는 국도의 모든 고갯길에서 차들이 줄지어 멈춰섰습니다. 겨우 우회로를 찾아 세 식구가 모처럼 따끈한 집밥을 나누었습니다. 어둠 내리고 길은 얼었습니다. 그 위에 다시 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숲에 갇히지 못하고 도시에 갇힌 격입니다. 갇힌 곳에서 즐거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길 뚫려 숲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당분간 걸어서 여우숲을 오르내려야 할 듯 합니다. 겨울농사를 하기에 딱 좋은 시절로 삼을 작정입니다. 불만할 것과 불만하지 않을 것을 구분한다는 것, 평화에 이르는 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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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숲 산촌유학캠프 안내

이번 겨울 여우숲에서는 방학을 맞는 청소년(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각각 2~3주 간의 산촌유학캠프를 진행합니다. 오전에는 미국인 과학선생님과 영어로 자연과 생명을 공부하고 오후에는 모험과 성찰, 학습과 탐구, 관계력과 돌파력을 키우며 즐겁게 놀고 공부하는 과정이 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우숲 홈페이지 공지사항과 첨부한 안내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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