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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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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7일 10시 21분 등록

평등은 민주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평등은 법 앞에서의 평등이다. 민주 사회의 시민들은 주위의 사람들이 자신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특권이라도 인정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특권에 대한 증오심은 특권이 줄어들수록 더욱 타오른다. 모든 조건이 불평등할 때는 어떤 불평등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그러나 전반적인 획일 속에서는 작은 차별도 밉살스러운 법이다. 동일한 국민을 위한 동일한 정치제도에서 작은 차별도 가장 불쾌한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법 앞에서의 평등은 좋은 정부가 갖추어야할 첫 번 째 조건이다.

 

그런데 중요한 현상이 눈에 띈다. 사회가 평등해짐에 따라 개인의 중요성은 약해지고 사회의 중요성은 증대된다. 개개의 시민은 전체에 동화되어 군중 속에 매몰된다. 따라서 전체 국민의 거대하고 당당한 모습 외에는 아무 것도 뚜렷이 드러나 보이는 것이 없다. 사회를 대표하는 권력은 개인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와 지혜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개개의 시민을 지도함과 동시에 통치하는 것이 권력의 의무요 권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모든 정치 권력이 국가라는 대표기관에 집중되게 된다. 최고 통치권은 모든 시민 위에 존재한다. 자기 동료에게는 어떤 사소한 특권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웃에게 복종하는 것을 가장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중앙 권력에게는 모든 권력을 이양함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획일화된 규범에 즐거이 복종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모든 중앙정부는 획일화를 좋아한다. 중앙정부는 시민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시민이 싫어하는 것을 싫어한다.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은 중앙 권력을 부여받은 사람을 미워하지만 중앙 권력 자체는 언제나 좋아한다. 왜냐하면 최고통치자를 자신들의 손으로 뽑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스스로 뽑았기 때문에 최고통치자에게 속박당하는 것을 허용하게 되는데, 속박하는 사람이 한 개인이 아니라 전체국민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민에게 어떤 행동을 강요하는 일은 별로 없다. 그러나 끊임없이 행동을 제약한다. 획일화된 사소한 복종이 매일 주어진다. 시민은 서서히 생기를 잃게 되고 우둔하게 만들어져 한 떼의 겁 많고 근면한 동물로 전락하게 된다. 정부는 그 목자(牧者)가 된다. 서서히 노예로 전락해 가는 사람들을 간혹 불러다가 그 권력의 대표자를 선출하게 하도록 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선택을 하도록 하는 일이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독자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점차 상실해 가는 사람들의 판단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굴한 정도로 복종만을 일삼는 국민이 선거를 통해 자유롭고 지혜로운 정부를 탄생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이상한 자기모순이다.

 

 

180년쯤 전에 쓰여진 책을 30년도 더 지나 다시 읽고 있습니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1831년 미국을 여행하다가 이 신생국가의 평등과 민주주의에 대하여 깊은 충격과 감동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10년에 걸쳐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두 권의 책을 써내게 됩니다. 민주주의의 가능성과 위험성에 대하여 모두 언급합니다. 그는 민주주의의 가장 위험한 점은 무질서가 아니라고 못박습니다. 그것은 사소한 병폐이며 스스로 잘 방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토크빌에 따르면 민주주의의 가장 커다란 병폐는 서서히 도처에서 획일화되어 그물망처럼 죄어와 알지 못하게 얽어 맨 '겁많고 근면한' 소시민적 노예화라고 지적합니다. 통찰에 빛납니다. 왜 이 책이 그렇게 오래동안 민주주의에 대한 고전과 역서(力書)로서 읽혀왔는지 알게 됩니다.

 

다음 주면 선거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해 곰곰이 생각할 수 있는 오늘의 편지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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