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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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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일 00시 20분 등록


 1.

피로가 쌓여 몸이 힘들 때면 내 몸의 오른쪽 목 뒤 근육과 목뼈, 오른쪽 어깨가 굳어옵니다. 최근에는 갈비뼈 한쪽도 가담했습니다. 공기가 좋지 않은 공간에서는 즉각 비염증상과 두통이 찾아옵니다. 화학약품으로 과하게 소독된 침구나 염색된 옷을 입으면 나의 피부는 이내 트러블을 보여줍니다. 내 몸에는 이렇게 나를 지키기 위해 조치를 취하라고 알려주는 자각 포인트가 여러 곳에 있습니다. 그것을 나는 오래 전부터 알아채고 있었고 가능한 그런 상황을 피하려 행동합니다. 사실 가만 생각해 보면 그대 몸도 그렇게 그대를 지키라고 신호를 보내는 자각의 포인트가 있을 것입니다. 졸음이 오는 것도 자각의 포인트일 것이고, 허기를 느끼는 것도 일종의 자각의 포인트일 것입니다.

 

몸만이 아닙니다. 나의 마음은 내게 자주 자각하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이 신호는 여럿이 있을 때보다 홀로 있는 순간에, 밝은 시간보다는 어두운 시간에, 술술 일이 풀려나갈 때보다는 앞이 막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하지 못하는 순간에 더 선명하게 신호를 보내줍니다. 자각에 집중하면 욕망 너머에 숨어 있는 밝은 마음이 발동합니다. 덕지덕지 쌓아놓은 가면 너머에서, 떠밀리고 짓눌려 잠자고 있던 본성이 조용히 일어서서 내게 물어옵니다. 염치를 묻기도 하고 순리를 묻기도 합니다. 어떤 날에는 두려움에 대해 묻고 또한 용기를 시험하기도 합니다. 어떤 날에는 오만과 겸양에 대해 묻고, 때로 이기심을 질타하기도 합니다.

 

몸의 신호는 강렬합니다. 내 몸의 그 자리에 자각의 통증이나 트러블이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이때 나는 웬만해서는 약을 먹지 않습니다. 어깨나 뒷목이 무거워지면 잠을 자고, 피부가 힘들어하면 숙소를 바꾸고, 옷이나 신발이 피부에 신호를 주면 갈아입습니다. 하지만 마음에게 보내는 자각의 신호는 상대적으로 미약합니다. 홀로 있을 때, 어둠 속에 있을 때, 진로가 막혔을 때 아주 집중해야 겨우 포착할 수 있습니다. 포착이 된다고 자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직할 것을 요구하고 수치를 느끼게 하며 멈춰서거나 물러설 것을 요구하는 마음 속 자각의 명령은 차라리 외면이 쉽기 때문입니다. 이는 몸에 보내는 신호에 항생제나 다른 약물을 투여함으로써 그 귀한 자각 증상을 몸의 근본적 변화로 이끌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반복되면 나중에는 웬만한 약물로는 가라앉지 않는 몸 상황이 되듯 마음 역시 마비에 이르게 됩니다.

 

2.

그대도 그러시겠지만 나는 요즘 너무 아픕니다. 아프고 또 아픈 날들입니다. 벌써 보름째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구멍이 뜨거워집니다. 1 딸 녀석도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는 여지없이 분노가 치밀고 수치심에 몸서리를 치게 됩니다. 끝까지 자신들의 배에 오른 사람을 구조했어야 할 관계자는 제일 먼저 도망쳤다지요. 나와서는 젖은 돈을 말리는 행동을 보였다는 이야기는 무서웠습니다. 관계 당국은 이 참사가 어떤 사태인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과 뼈저린 통한과 아픔이 긴박하게 담겨 있는지를 모르는 듯 행동하고 있고. 너무도 아픈 사람들을 속여 돈을 취하려는 기생충을 닮은 인간의 이야기도 들리고. 너무도 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주검을 대하면서도 돈과 권력은 그토록 추악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에 분노가 일다가 수치스럽다가 절망스럽기까지 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연일 쏟아지는 아픈 소식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함께 애태우고 아파하고 있거늘, 돈과 권력에 마비된 이들에게는 자각의 포인트가 없나 봅니다. 아니,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돈에 마비되면 타자의 아픔을 더불어 느낄 수 없고, 자각의 포인트를 상실한 권력은 그 권력의 원천이 흘리는 아픈 눈물을 닦아줄 수 없습니다. 수치스러운 것은 나도 그런 마비된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이 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입니다. 먹먹한 미안함은 저 어린 딸 녀석에게 차마 할 말이 없다는 것입니다.

 

자각 증상이 사라진 몸은 통증을 잊게 하는 약으로 살고, 자각 증상이 사라진 마음은 그 헛헛한 돈에 대한 욕심으로 겨우 숨을 이어갑니다. 두려운 일이고 불행한 일입니다. 자각을 상실한 세상이 오늘의 아픔과 수치와 분노의 사태를 빚어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부터 휘둘리지 말아야 합니다. 자각하며 살아야 합니다. 자각의 처음은 아픈 자리를 똑바로 느끼고 주시하는 것입니다. 아프게 하는 근본 원인을 파고드는 것입니다. 해서 멈추게 할 부분이 있으면 멈추게 하고 도려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도려내야 하는 것입니다. 자각증상은 통증이 더 깊어지고 확산되지 않도록 근본을 돌보라는 명령이니 그 자각의 명령을 성실히 따라야 합니다. 힘들지만 나는 보름째 계속되는 이 비통함과 수치심과 분노가 내게 내리는 명령이 무엇인지 헤아려 보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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