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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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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6일 10시 57분 등록

지난 주 화요일 마음편지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마음편지를 쓴지 46개월만에 처음으로 보내지 않은 것입니다. 한 번 건너뛴 것뿐인데 내내 찜찜했습니다. 화요일부터 지금까지 일상이 흐트러지고 집중이 안 되고 있습니다. 마음편지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매주 마음편지를 보내는 일은 내게 일종의 의식(儀式, ritual)이자 중요한 습관으로 자리 잡았음을 알았습니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는 20대 초반에 소설가로 데뷔하여 50년 넘게 글을 써왔습니다. 그의 말처럼 소설을 쓰는 인생을 살아왔고, 글쓰기는 생활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는 습관에 대해 미국 출신의 여자 소설가 플래너리 오코너(Flannery O’Connor)와 그녀에게 많은 영향을 준 철학자이자 신학자 자크 마리탱(Jacques Maritain)의 생각을 빌려 어떤 직업에도 계속 해나감으로써 자신의 것이 되는, 습관이라고도 말하고 싶은 기능의 축적이 있는데, 그것이 일찍이 만난 적이 없는 어려움을 자력으로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덧붙입니다.

 

매일 소설을 쓰는 습관도 시간을 들인 경험으로 길러짐으로써 쓰는 사람의 인격 그 자체가 되고 살아갈 마음의 준비를 해준다.”

 

매일 되풀이하는 활동이 존재를 형성하고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어떤 활동을 매일 반복하고 싶은가? 답은 자명합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입니다. 내게 독서는 즐기는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글쓰기는 좋아하면서도 여전히 부담스럽습니다. 책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읽을 수 있지만 글쓰기를 시작하는 데는 독서보다 훨씬 더 강한 시동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 동안 글을 쓰는 일을 너무 무겁게 여긴 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럴듯한 글감을 잡아서 훌륭한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럴수록 부담감은 커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그러면 글쓰기를 미루게 됩니다. 사실 내가 추구하는 글쓰기의 방향 가운데 하나는 일상의 기록입니다. 하루는 파도처럼 오고 갑니다. 반복되는 파도처럼 어제와 오늘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같은 파도는 없습니다. 물결이 다르고 높이가 다르고 소리도 다릅니다. 하루하루도 그렇습니다. 바람이 파도를 춤추게 하듯 글쓰기로 하루를 춤추게 할 수 있기를 나는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글쓰기는 무겁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가볍고 경쾌해야 합니다. 구본형 사부는 기록은 이미 사라진 것들에게 옷을 입히고 영혼을 불어넣어 다시 내 눈 앞으로 되돌려줍니다. 그것은 초혼의 주술이며 시간을 머물게 하는 마법입니다라고 말하며 이렇게 강조합니다.

 

그 많은 하루들 안에서 나는 내 안에 사람이 살아 있던 날들이 점점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곧 성장이고 훌륭한 자기경영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글쓰기는 일상과 경쾌함만을 겨냥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지향점이 있으니, 바로 성찰과 자기실현입니다. 글쓰기는 삶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반성하고 계발하기 위한 내 나름의 방편입니다. 그 과정이 가벼울 리 만무합니다. 오히려 진지한 탐구와 자기 실험, 그리고 안으로 침잠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구본형 사부는 제자들에게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춤쟁이는 매일 춤춰야 하고, 환쟁이는 매일 그러야 하고, 글쟁이는 매일 써야 한다. 마치 검객이 매일 수련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롭듯이 매일 수련해야 한다.”

 

나는 독서의 가벼움과 무거움은 품고 있지만 글쓰기는 무거워서 춤출 때보다 잠겨있을 때가 더 많습니다. 이제 나는 글쓰기의 가벼움과 무거움 모두를 품어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춤추듯이 쓰고, 글쓰기 수련으로 스스로를 갈고 닦으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매일 글을 쓰려고 합니다. 매일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러고 싶은 적은 없습니다. 지금은 쓰고 싶습니다. 매일 쓸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이제는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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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저, 송태욱 역, 말의 정의, 뮤진트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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