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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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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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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8일 00시 06분 등록

딸은 중학교 시절 공부를 잘 한 녀석들만 모인다는 학교를 선택해서 입학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할 때 나는 녀석에게 물었습니다. “험난하고 힘들 텐데 꼭 그렇게 해야겠어?” 녀석은 자신이 지향하는 삶을 이야기 하더니, 그건 공부로 돌파해야 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삶이므로 치열함을 선택하는 것으로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자식은 결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므로, 아니 어쩌면 차라리 부모의 몸을 통해 세상에 온 우주적 존재이므로, 나는 말리지 못했습니다. 대신 그 선택으로 감당해야 할 그림자에 이러저러한 것이 있을 것이니 잘 생각하여 결정하면 그 선택을 지지하겠노라 말하고 말았습니다.

 

대부분 전교에서 5등 밖의 성적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었으므로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첫 배치고사 성적은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200명이 넘는 신입생 수이니 그만큼의 등수가 있을 테고, 그만큼의 패배감이 저마다에게 있었겠지요. 그래서 딸 녀석의 고등학교에서는 지금 공부에서 첫 패배를 경험하게 된 아이들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혼란과 아픔을 겪고 있는 모양입니다.

 

인생에서 첫 패배감을 느껴본 적이 있으시지요? 언제인지요? 돌아보니 살아오며 내게도 그런 시간과 경험이 여럿 있었습니다. 성적에서도 그런 적이 있고, 이성에 대해서도 있고, 세상에 대한 저항에서도 있고, 연봉의 비교나 사는 집의 비교에서도 그랬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런 패배감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이 부분은 타인과 다투는 삶이 아니라 오직 자신이 살아온 어제의 삶, 다시 말해 자신의 낡은 삶과 경쟁하는 것이 훌륭한 삶이라 가르쳐주신 스승님 공이 가장 컸습니다.

 

스승님과 더불어 승리와 패배의 기준에 더욱 더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게 해준 존재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입니다. 숲은 먼저 내게 스스로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알아채게 했습니다. 숲은 내게 만물의 영장이 곧 인간이라는 신념이 얼마나 오만하고 오류투성이인지 알게 했습니다. 제일 먼저 삶과 죽음에서 우리가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알게 했습니다. 태어나는 여건을 선택할 수 없는 풀이나 나무처럼 우리의 삶도 주어집니다. 한 발자국 내놓은 걸음 밑에 깔려 목숨을 잃은 개미나 지렁이처럼 한순간 떠날 수도 있고, 천수를 다하고 떠나는 고목처럼 떠날 수도 있으나 내 힘으로 개입할 수는 없는 것이 숨이므로 생사 앞에서 나는 참 작은 존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숲은 내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도 알게 했습니다. 튤립나무의 눈에서 새싹이 터져 나오는 광경, 쌓인 눈 속에서 움을 틔우는 산마늘이나 처녀치마의 모습, 완벽한 공 모양으로 집을 지어내는 꾀꼬리의 삶저 위대한 창조의 힘이 내게도 담겨 있겠구나 느끼게 되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숲생태학과 자연주의 사상, 그리고 깊은 체험을 통해서는 숲에 사는 어떠한 생명, 심지어 돌멩이 하나, 짐승의 똥 덩어리 하나 조차도 그냥 존재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촘촘하고 복잡한 생태계의 그물망 속에서 제 역할 없는 것이 없으니 모두가 귀하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러니 나라는 존재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자기 신뢰가 차오르는 경험 역시 당연했습니다. 풀 한 포기의 위대함을 깨치게 되자 내게 담긴 위대함을 느꼈고, 벌레 한 마리의 존귀함을 알게 되자 내 존재의 그것도 알게 된 것입니다.

 

살면서 사람은 누구나 패배를 경험합니다. 나의 딸 역시 삶에서 크고 작은 패배를 경험하겠지요. 그때마다 내가 아팠던 것처럼 녀석도 아플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경험들을 소중하게 대하고 다루면 이기는 삶과 지는 삶의 구분이 어리석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녀석이 그 경지를 만나는 날이 너무 멀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소한 존재이며 동시에 위대한 존재임을 알아내기를. 삶을 오직 세속의 기준에 묶고 사는 사람은 이 말의 뜻을 모를 것입니다. 숲을 통해 내가 터득했듯, 삶의 기준을 더 크고 높은 지경으로 확장하면 자신이 사소한 존재라는 자각을 통해 참다운 겸손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동시에 자신이 위대한 존재라는 자각을 얻게 되면 창조하는 삶, 숭고한 삶을 향한 열정과 노력을 멈추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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