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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24일 10시 23분 등록

지난 월요일, 고등학생 때 사사받은 선생님을 뵈러 고등학교를 찾아갔다. 철학을 가르쳤던 선생님은 나에게 깊이 있는 독서와 논리적 글쓰기를 가르쳐주셨다. 지금 내가 연마하는 일의 기초를 닦아주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에는 짧은 방과후 교실에서 수업을 들었던 것에 비해 지금은 정규 수업중에 철학 과목을 맡고 가르치신다 하니 뿌듯했다. 


 저녁 일곱시가 다 되어서야 학교에 도착했는데, 다섯 명의 고3 학생들이 선생님과 방과후 수업을 하고 있었다. 총명하고 사근사근하고 밝은 아이들이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아이들에게 선배로서 한 마디를 부탁하셨다. 말을 꺼내는데, 8년 전 아직 고등학생이던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친구들의 초롱초롱한 눈동자 앞에 꺼내놓을 수 있는 대학생의 현실, 직장인의 현실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다. 대졸자 실업률이 높아지고, 직장인들은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 그런 현실로 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또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방향성을 잡기 위한 방황 또한 이들의 몫일 것이다. 대학 신입생들에게는 소위 '오월병'이라는 것이 있다. 고대하고 바라던 대학에 합격한 기쁨도 잠시, 3월부터 즐겁게 놀러다니다가 첫 중간고사를 보고 나면, 갑자기 자신이 생각했던 장밋빛 대학생활과 실제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시점이 보통 오월이다. 어제까지 웃으면서 헤어졌던 친구가 갑자기 연락이 안된다거나, 조금 거리를 두는 것 같다면 오월병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이라고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부모님도, 학교도, 회사도, 앞으로는 그 누구도 나의 영원하고도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한다. 언젠가 우리는 결국 스스로 서서 혼자 힘으로 자신의 길을 가야한다. 그 순간에 흔들리지 않는 확실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스스로를 잘 관찰하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를 세심하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솔직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힘든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가닥 긍정과 희망이 우리 가슴에 남아있다. 우리는 신이 판도라에게 주었던 희망을 사용하자. 그래, 아직 우리 안에 남아있는 한 가닥 희망. 황급히 뚜껑을 닫아 나가지 못하게 했던 그 희망. 서정주 시인이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고 쓴 것처럼, 우리가 태어난 것도 어떤 필연에 의한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그렇다면, 세상에 나 이외에는 해치울 수 없는 어떤 일이 닥칠 것이다. 마치 운명처럼. 나는 그 일을 통해서 나의 이름을 얻게 될 것이고 나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여기서 한 번 더 긍정하자. 나는 그 일에 나의 모든 것을 바치게 될 터인데, 그 때 아주 기쁜 마음으로 나를 내놓게 될 것이다. 그 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향으로 나는 내가 가장 사랑하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순간으로 내 인생을 가득 채우게 될 것이다. 한 가닥 희망을 활용하자. 두려움 대신 즐거움이 나를 이끌게 하자. 나는 고3이었던 나에게, 후배들에게, 이 한 가닥 덕분에 이 인생, 참 괜찮은 인생이 되어간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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