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 조회 수 2773
- 댓글 수 2
- 추천 수 0
며칠 전 중3인 조카와 함께 서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조카에게 책 1권을 선물했습니다. <학문의 즐거움>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쓴 자전적 수필집입니다. 제게 이 책은 ‘내 인생의 책’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각별합니다.
처음 이 책을 읽은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누나가 고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이 책을 선물해주었습니다. 당시 저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누나도 <학문의 즐거움>이라는 따분한(?) 이름을 가진 책을 제가 끝까지 읽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 책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일입니다. <학문의 즐거움>은 당시 끝까지 읽은 몇 권 안 되는 책 중 하나였습니다.
헤이스케는 “사는 것은 배우는 것이며, 배움에는 기쁨이 있다. 사는 것은 또한 무엇인가를 창조해 나가는 것이며, 창조에는 배우는 단계에서 맛볼 수 없는 큰 기쁨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공부란 것을 한 번 해보고 싶다. 저자가 말하는 배움의 기쁨을 맛보고 싶다. 진짜 해볼까?’ 그 전까지 진지하게 공부해본 적이 없었고, 고등학교도 겨우 입학할 정도로 성적도 형편없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뭔가를 배우는 것에도 즐거움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즐거움을 맛볼수록 공부에 빠져 들었습니다. 1학년 때 거의 꼴찌였던 제가 2학년 말에는 반에서 2~3등을 다투게 되었습니다. 내신등급은 15등급에서 2등급으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 회자 될 정도로 놀라운 성취였습니다.
<학문의 즐거움>을 고1 때 처음 읽은 이후 지금까지 5번을 읽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이 책을 읽은 시기는 슬럼프에 빠졌거나 뭔가 힘든 일이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처음 읽고 나서는 공부를 시작하게 됐고, 두 번째로 읽은 대학생 시절에는 두 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고 수석으로 졸업을 했습니다. 취업이 안 되어 심란했을 때 세 번째로 읽었는데, 얼마 후 원하던 직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니까 <학문의 즐거움>은 제게 힘을 주고 행운까지 가져다 준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힘을 얻은 사람은 저 뿐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카이스트(KAIST)의 안철수 교수님은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에서 “내가 그리 뛰어난 재주를 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남보다 먼저 어떤 일을 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일본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쓴 ‘학문의 즐거움’이란 책에서 배운 바가 크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평생을 간직할 좌우명을 얻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안철수 교수님이 얻은 ‘평생의 좌우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한 문제를 택하면 처음부터 남보다 두세 배의 시간을 들일 각오로 시작한다. 그것이 보통 두뇌를 지닌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읽을 때마다 더 깊은 맛과 새로운 통찰을 보여주는 책이 있습니다. <학문의 즐거움>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밝아지고 힘이 충전 되었습니다. 제 조카도 그런 느낌을 맛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도 밝은 마음으로 이 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 오늘 소개한 책 : 히로나카 헤이스케 저, 방승양 역, 학문의 즐거움, 김영사, 2008년
* 저는 1992년에 나온 <학문의 즐거움> 초판을 읽었는데 2008년 양장본으로 재출간됐습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936 | 삶에 온전히 참여하기 [3] | 박승오 | 2008.02.18 | 2759 |
1935 | 나의 세상 하나 만들기 [1] | 書元 | 2013.12.21 | 2759 |
1934 | 너의 열정을 팔아라 [3] | 한명석 | 2007.12.20 | 2760 |
1933 | 명(命) [4] | 김용규 | 2010.02.04 | 2761 |
1932 | 두 배 이상 관찰하라 [7] | 문요한 | 2010.06.30 | 2761 |
1931 | 일, 삶의 빛인가 짐인가 [7] | 승완 | 2010.11.09 | 2763 |
1930 | 몰입, 선명한 사랑 [1] | 승완 | 2013.09.10 | 2764 |
1929 | 나는 읽은 책을 무엇으로 변화시키고 있는가 | 승완 | 2013.12.03 | 2764 |
1928 | 한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3] | 문요한 | 2010.05.12 | 2765 |
1927 | Hodie Mihi Cras Tibi [3] | 書元 | 2013.11.23 | 2765 |
1926 | 내가 미술에 다가서는 법 - 프랑크푸르트 시립갤러리 | 한 명석 | 2014.07.23 | 2765 |
1925 | 인간은 영혼이 외로워 예술을 만들고 [1] | 구본형 | 2007.12.07 | 2767 |
1924 | 때문에, 불구하고 그리고 덕분에 [1] | 문요한 | 2010.12.01 | 2767 |
1923 | 삶을 비추는 거울 [3] | 김용규 | 2010.12.23 | 2767 |
1922 | 장례(葬禮) 풍경 [4] | 신종윤 | 2010.02.22 | 2768 |
1921 | 사람이 못내 그리웠던 당신 [1] | 로이스(旦京) | 2014.03.07 | 2769 |
1920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보내는 편지 | 로이스(旦京) | 2014.10.25 | 2769 |
1919 | 삶에 재채기가 필요한 때 | 김용규 | 2014.12.18 | 2769 |
1918 | 그녀가 안겨 준 고민 [3] | 김용규 | 2010.07.22 | 2770 |
1917 | 나라고 왜 예외이겠는가? [2] | 문요한 | 2010.03.03 | 27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