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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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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일 15시 30분 등록


 

수강생들과 공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제는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 저까지 10명이 사례를 하나씩 발굴해오니 여러 가지 꽃이 어우러져 핀 꽃밭처럼 화사하네요. 서울 법대를 나와 신림동에서 스타강사를 하던 헌법학자가 홍천으로 들어가 전통주를 빚는가하면, 연대 법학과를 나와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분이 강남에서 우동집을 하기도 합니다. 아아! 학벌로 이야기를 시작해서 미안합니다. 남달리 학벌을 대단하다고 여겨서가 아니라 스펙 좋은 분들이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하는 모습에 임펙트가 있어서입니다. 이렇게 공부 잘 하고, 특정 직업을 갖기 위해 공들인 분들도 그 좋다는 직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경우가 많아지면, 보통 사람들이 자기 길을 가기도 용이해지지 않을지요? 먹방에 쿡방이 성황을 이루면서, 남자가 요리하는 것이 갈수록 자연스러워지는 것처럼요.

 

10개의 사례 중에는 이 분들처럼 지명도가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반반 되는데, 초고를 여러 번 읽다보니 모든 사례가 가슴에 들어와 콕콕 박히네요. 전에 없던 길을 내면서 걸어가다 보니 다들 어려운 단계를 거쳤고, 그러면서 소신이 단련되어 어떤 철학자보다 더 생생하고 강력한 목소리를 내게 된 거지요. 정선 산골에서 살아가는 이태인 씨 경우를 볼까요?

 

그는 12년 전에 건축업을 하다 실패하고 뒤처리에 급급하던 어느날 너무 재미가 없어서 그냥 떠났다고 합니다. 자동차에 이부자리만 싣고 아내와 강원도로 떠났을 때 수중에는 단돈 70만원 밖에 없었다구요. 그는 시골동네에 세 들어 살면서 청국장 가게를 하거나, 집을 리모델링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수입이 줄었는데도 생활비가 적게 들다보니 산골에 땅을 장만할 수가 있었구요. 그는 아내와 단 둘이 살림채와 손님방 두 채나 지었습니다. 전에 건축업을 했다곤 해도 한옥은 처음이었고, 더구나 그는 하나하나 직접 해 보면서 스스로 깨우치는 길을 택합니다.

 

기둥 세워놓고 감상하고, 지붕 세워놓고 감상하고 그랬어요. 창문 하나 짜놓고 감상하고요. 그렇게 둘이 1년 하니 뼈대가 잡히고 입주하게 됐죠.”

 

그는 똑같은 방식으로 목공예에 입문합니다. 어디 가서 배운 적도 없고, 하고 싶은 대로 나무와 공구를 다루며, 한 단계씩 기법을 개발시켜 나갔다구요. 그의 주된 작품은 도마인데 손잡이가 곡선으로 되어 있어 도시에서 목공 하는 방식으로는 고가의 장비를 갖고도 만들 수가 없다고 하네요. 그렇게 만든 작품을 가지고 전국의 박람회, 우드페어에 참여하는데 인기가 많다구요.

 

바로 이렇게 하고 싶은 걸 했을 때, 그 때 뭔가 신선한 게 나오는 겁니다. 사람들에게 배워가지고 하면 새로운 것이 안 나와요. 내가 하고 싶으면 그냥 하세요.”

 

상식을 툭 끊고 나아가 놀이하듯 자신의 규칙을 새로 만들어 가는 그를 보니, 니체가 말한 낙타-->사자-->어린아이가 절로 생각나네요. 너는 그래야 한다는 의무와 타율에 매여 살아가는 낙타가 아니요, 자신만의 기준을 가졌지만 아직은 방어적 자유에 머물러 있는 사자를 지나, 아무 곳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그 자체로 존재하는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낙타 시절을 겪어 보았기에 그는, 맹목적으로 순진무구한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대안을 갖고 있습니다. 자기 언어로 삶의 방식을 규정할 수 있는 거지요.

 

끝까지 사색하는 겁니다. 물질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행복만 주는 것인가 분석해 보는 거지요. 그리고 또 계산해보는 겁니다. 내가 물질을 확보하기 위해서 내 노동력과 내 인생의 시간을 얼마만큼 투자해야 하는가, 그런 것들이 만족되었을 때 과연 얼마만큼 행복할 것인가 계산해보고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실 물질을 쌓아놓는 것은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누군가를 지배하고자 하는 무의식적 본능이 있는 거죠. 지배란 타인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므로, 그 삶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도 분석해봐야지요

 

 

몇 사람 의기투합한다면 그렇게 살 수도 있으리라~ 스스로 삶을 만들어가는 데는 익숙하지만 아직 두려움에서 온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제 마음에 시원한 바람이 들이 찹니다. 당장 따라하지 못하더라도 정선의 자유인 덕분에 걱정 토막이 줄어 들었습니다.

 

이 분의 사례가 과격하다고 느끼는 분에게는 이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서울대를 나와 13년간 교직생활을 하던 김계수 씨는 새로운 삶을 살면서 생동감을 얻게 되었다고 하네요. 교사가 아니라 관리자가 되어야만 버틸 수 있었던 교직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바로 그것을 얻은 거지요. 낙타든 로봇이든 한 달만 버티면 나오는 월급이 아니라, 여차하면 수입이 생기지 않는 상황이 되다보니 애쓰며 마음 졸이는 것이 늘었지만, 그것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증거라서 기꺼이 달콤한 불안감이라 여기며 산다구요.

 

모든 것이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상태가 오겠느냐면서, 그는 그걸 누리는 최고의 비법을 소개합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지금 여기에서, 그냥 팍!” 살아버리는 거지요.

 

강하면서도 서늘한 그들의 화법이 느껴지시는지요? 오늘 그대를 사로잡고 있는 불안감 역시 달콤한것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직접 찾아 보세요.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삶은 지금, 여기밖에 없다는 것도 진하게 느끼셨으면 합니다. 나아가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대열에도 합류하시구요. 우리 거기 어디쯤 길목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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