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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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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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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0일 00시 34분 등록

 

온 천지가 꽃 잔치입니다만 마음이 좀 무겁습니다. 개나리며 벚꽃이며 목련 같은 봄꽃이 이렇게 빨리, 그것도 일제히 피어난 적이 언제 있었지 생각하게 하는 풍경이기 때문입니다. 개화시간을 관찰하고 기록한 이래 이렇게 빠른 건 처음이라고 하지요? 원인은 역시 또 기상이변! 물론 지구 역사를 통시적(通時的)으로 살펴보면 기후의 변화는 자연의 섭리입니다. 대략 45억 년 그 긴 시간이 마치 우리의 사계처럼 추워지고 더워지고를 반복했으니까요. 빙하기가 물러가면 따뜻한 시간이 찾아왔다가 그 정점에서 다시 서서히 추워지고 또 더워지고를 되풀이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구가 점점 더워지는 것이야 자연스러운 섭리일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그 속도와 진폭이 빨라지고 커지는 것이 자못 걱정스럽습니다. 학자들은 지구 기후변화의 통시적 자연성을 인정하면서도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그 변화에 끼치는 영향이 심대하여 너무 빠르게 변해 가는 기후를 염려하고 있습니다. 이 위험한 변화에 인류는 뾰족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욕망을 걸림 없이 실현하고 그를 통해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이 삶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사유되어온 이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한 자유와 개성을 향유하며 살게 되었지만, 너무도 긴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말았습니다.

 

빨라지고 편리해지고 자유롭고 풍요로워진, 밝고 눈부신 삶의 측면 뒷면에 깊은 소외와 불안, 그리고 생태적 위험이라는 어두운 그림자의 측면이 커졌습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고, 양이 있으면 음이 있고, 낮이 있으면 밤이 있다는 것에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눈부신 기쁨이 있으면 감내해야 하는 슬픔이 있고, 높이 솟은 산을 오르면 깊은 골짜기를 지나며 내려와야 하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위에 적은 근대적 사유와 삶의 방식이 빚어낸 더 큰 문제는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나만은 괜찮고 싶다는 지향이 만연해진 부분입니다. 저것이 소멸하면 나도 소멸한다는 것, 저 이가 아무것도 아니면 나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 내가 만물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 서로는 서로를 괴는 의자라는 점, 또한 돌고 돌고 돌아서 다시 제 자리로 찾아오는 것이 변화()의 궁극적 이치라는 진실에 눈을 감고 살아왔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흘에 한 명 꼴로 학생들이 자살하고, 삼십 몇 분마다 한 명이 자살하는 시대, 한 교실을 쓰는 벗이지만 그를 젖혀야 내 실존적 욕망을 더 확실히 안아올 수 있다고 믿는 시대, 항우울제 사용량 최고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세계적 차원에서는 자원이 고갈되고 환경과 생태계가 힘들어지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황까지 왔으면서도 서로가 한 걸음씩 물러나자는 제안에는 합의 서명할 수 없는 눈 먼 자본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 흐름은 바뀔 수 있을까요? 바꾸지 않고도 멀쩡하게 살아갈 수 있고, 바꾸지 않고도 지금의 편리와 속도와 풍요가 지속가능하다면 큰 문제없겠지요. 하지만 기후나 사회적 갈등, 심리적 불안, 소외 등과 관련해 길어지고 있는 그림자는 우리의 전망에 낙관을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흐름을 바꾸려 애써야 할 것입니다. 어떤 경우든 관성의 법칙을 따르며 악화되고 있는 삶을 바꾸는 시초는 회의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오늘을 회의하는 일은 언제든 가치 있는 일입니다. 나는 몇 년째 그 흐름을 바꿀 단초를 찾고 싶었습니다. 생태교육을 업으로 삼은 것이나 숲 인문학 강의에 지치지 않고 열정을 퍼부어온 일도 그런 열망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있는 단초를 찾아내려 애쓰고 있습니다. 지금 세상과 우리 삶을 구성하고 있는 얼개의 한계를 조금이라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적 얼개를 찾아보려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 주제는 역시 숲이 이루고 있는 성장과 삶의 비법입니다. 그들은 어떻게 인류와 다른 풍요, 인류와 다른 경쟁, 인류와 다른 향기, 인류와 다른 소리, 인류와 다른 색깔을 빚어내는 역사를 그렇게도 자연스럽게 창출해 내고 있는가를 정리해 보고 있습니다. 나는 몇 년 동안 삶과 경영, 그리고 세상에 답하는 숲의 가르침을 시론적으로 정리해 보려 숲과 인문의 영역을 살펴왔습니다. 이제 목요일마다 보내드리는 편지 중에 그 자못 진지한 이야기를 담아 보내드리는 날을 포함하려 합니다. 그를 통해 홀로 웅얼대던 모색을 묶어보려 합니다. 관련 편지를 받으시는 날에는 제 시론적 이야기를 보완할 의미 있는 지적이나 의견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연구모임도 만들어 볼 작정입니다. 몇 년 동안 함께 이곳 여우숲과 수목원, 도시와 외국 숲을 오가며 함께 공부해 볼까 합니다. 삶과 경영에 답하는 숲 인문학에 관심 있는 분이 계시다면 참여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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