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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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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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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8일 11시 19분 등록

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일반적인 기준, 그러니까 학력이나 경력 무엇 하나 뛰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독서를 즐기고 글쓰기를 좋아하며 배우고 익힌 것으로 강의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가운데 탁월하다고 할 만 한 것은 없습니다. 독서와 글쓰기와 강의를 이나마 할 수 있게 된 것도 한 사람 덕분입니다. 바로 구본형 사부입니다. 사부는 내가 평범한 사람임을 알고 있음에도 나를 특별하게 봐주었습니다. 나의 표층이 아닌 심층, 다시 말해 이룬 것이 아닌 잠재력을 나의 본질로 보았습니다. 돌아보면 사부는 이 세상에 평범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누구나 자기 안에 불씨와 꽃씨를 지닌 고유한 존재로 보았으니까요.


2008년 8월 8일 사부는 ‘마음편지’에서 내가 강의하는 모습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 그 강의는 내가 처음으로 돈을 받고 해보는 강의였으니 내게는 강사 데뷔전이었습니다. 사부가 강의 자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그 ‘마음편지’의 제목은 ‘여성 전용 강사’인데 그 글에서 사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그가 매우 훌륭한 여성전용 강사로서의 소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처럼 청중과의 애정의 끈을 꼭 놓치지 않는다면 그는 몇 년 안에 한국 최고의 여성 전용 강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는 처음 추는 춤이지만 파트너와 함께 아주 훌륭한 춤을 추었습니다.”


이 글을 보고 어찌 내가 스스로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존경하는 스승에게 받은 평가인데요. 하지만 사부가 이 편지를 쓴지 6년이 되어가는 지금, 나는 ‘최고의 여성 전용 강사’가 아닙니다. 그렇게 되지 못했고, 언젠가 그렇게 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부는 같은 해 10월 24일에 쓴 다른 ‘마음편지’에서 다시 한 번 나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 이 편지의 제목은 ‘마음으로 스며들 줄 아는 따뜻한 글쟁이’입니다.


“그는 언어를 다룰 줄 압니다. 처음 그는 많은 것들을 모방했습니다. 글도 훔쳐오고 생각도 훔쳐왔지요. 인류의 보고 속에 쌓인 위대한 스승들의 책으로부터 열심히 단어와 문장을 훔쳐 왔습니다. 내 것도 얼마나 많이 훔쳐 갔는지 모릅니다. 몇 년이 지나 그는 힘 있는 말을 찾아 낼 줄 알게 되었고, 꼭 맞는 적절한 단어를 찾아 낼 줄 알게 되었습니다. 곧 따뜻한 자신만의 문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서른이 갓 지나 그는 글을 통해 사람의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고 사람의 마음에 따뜻한 불을 지필 줄 알게 되었습니다. (...) 세월이 더 지나 오락가락하는 청년의 방황이 지나가면 자신 만의 훌륭한 책을 써내게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책을 보게 될 것이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할 것입니다. 그는 가장 뛰어난 자기 경영 작가 중의 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사부를 처음 만났을 때 내 나이 스물다섯이고, 위 편지 속 나는 서른셋입니다. 이제 내 나이 서른아홉이니 더 이상 청년이 아닙니다만 나는 ‘뛰어난 자기 경영 작가 중의 한 사람’이 아닙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책을 몇 권 쓰기는 했지만 혼자 쓴 책도 없고, 지난 4년 동안 책 한 권 내지 못했습니다. 며칠 전 위 ‘마음편지’에 사부가 단 태그를 우연히 봤습니다. ‘글쟁이, 여성 전용, 수련이, 모방, 제자’. 아... 나는 ‘최고의 여성 전용 강사’가 아니고, ‘마음으로 스며들 줄 아는 따뜻한 글쟁이’도 아닙니다. 사부를 열심히 ‘모방’했지만 성실히 ‘수련’했다고 자신할 수 없습니다.


나는 사부가 말한 대로 되지 못했지만 사부는 스스로의 바람대로 되었습니다. 사부의 두 번째 유고집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의 출간 직전 출판사로부터 사부에 관한 소개글 작성을 요청 받은 적이 있습니다. 내가 쓴 사부의 소개글 첫 문장은 “구본형은 평범한 사람이었다”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단락의 첫 문장은 “구본형은 특별한 사람이다”입니다. 세 번째 단락은 “이 평범함과 특별함 사이에 무엇이 존재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나는 이 질문의 답을 알고 있습니다. 내가 사부를 존경하고 그에게 감탄하는 이유는 평범함에서 출발해 특별함으로 도약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천재형이거나 스스로의 것이 아닌 어떤 것에 의존해서 도약했다면 나는 그를 부러워했을지는 모르지만 사부로 인연을 맺지 않았을 겁니다. 존경하지도, 감탄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구본형 사부는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가는 길을 자신의 체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여러 책에 입체적으로 풀어놓았습니다. 평소에 사부는 좋은 책은 ‘진실에 진실한’ 사람이 쓴 책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그가 발견하고 추구한 진실은 그의 글 속에 녹아 있습니다. 그의 책을 보는 것이 그의 삶을 이해하는 정석입니다. 구본형의 책이 구본형의 삶이니까요. 사부는 말합니다.


“나는 평범한 인간 속에 살고 있는 위대함에 열광한다. 자신의 삶 속에서 그 위대함을 끄집어내어 훌륭한 인생을 살아가게 될 평범한 사람들의 잠재력에 몰두한다. 나는 평범하고 초라한 사람들이 어느 날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위대한 순간을 목격하고 싶다.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고 싶다. 그들이 꽃으로 피어날 때 그 자리에 있고 싶다. 이것이 내 직업이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광이다.”


나는 사부에게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하지 못했지만 사부는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으로 살아 있습니다. 사부와 함께 보낸 시간이 14년입니다. 사부를 가까이서 지켜봤습니다. 우리는 함께 공부하고 책을 쓰고 일했습니다. 함께 밥 먹고 술 마시고 여행했습니다. 나는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구본형은 자신이 바라는 그 사람이 되었다”고. 사부 생전에 나는 그가 바라는 대로 되지 못했지만 이제 나도 내가 바라는 그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나는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나는 구본형의 제자이니까요.


“자신의 가능성을 가지고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한 변화의 주체가 자신의 전 역사를 통해 성취해야 할 필생의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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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저,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김영사,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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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9 13:22:11 *.124.106.136

승완님의 글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되고 있으신 중이라고 믿습니다. 좋은 글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의 평범함을 제가 원하는 특별함으로 변환시킬 수 있을 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이 글은 참으로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언제나 마음 속의 멘토인 구본형 선생님을 다시금 생각하고 힘을 내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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