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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14년 4월 4일 23시 50분 등록

잠깐의 봄비로 벚꽃이 느닷없이 피었습니다. 아직 초록이 많이 보이지 않는 무채색 겨울의 끝이어서일까요, 거리를 뒤덮은 순백의 꽃잎들은, 배경이 되어주는 건조한 거리의 풍경과 전혀 섞이질 못합니다. 그 모습이 아주 생경합니다. 그런데 이 생경함, 왠지 무척 익숙합니다. 한 사람이 떠오릅니다. 벚꽃이 피면 어쩔 수 없이 우리 모두의 가슴에 내려앉는 바로 그 사람입니다. 벌써 한 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그 때의 생경함은 아직 그대로 여기에 있습니다. 

 

2014 변경연 하계 여행을 짰습니다. 올해 여행은 정열의 나라 스페인입니다. 짜는 동안 스승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너무나 다양하고 아름다운 여행 루트마다 스승님이 우리와 함께 하며 기뻐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이번 스페인 여행은 바르셀로나로 들어가 마드리드에서 아웃하는 12일의 여정입니다. 발렌시아, 그라나다, 말라가, 론다, 세비야, 코르도바, 세고비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촘촘히 일정을 짰고, 거듭 다듬는 중입니다. 이번 여행을 기획하면서 제 마음 속에 떠나지 않은 이미지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모자이크였습니다. 이 문양 저 문양이 맞물려 영롱한 아름다움으로 탄생한 그곳의 모자이크처럼 우리 여행도 사람과 사람, 순간과 순간이 어우러져 우리 만의 아름다움으로 완성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변경연 여행에 한 번이라도 참여한 이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여행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여행지도 아니고 특별한 프로그램도 아니라는 것을요. 스승은 갈수록 형식을 없애고 즉흥으로 더 많은 시간을 채웠습니다. 각자의 빛을 잃지 않되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서 제3의 것으로 완성되는 것, 그것이 스승이 지향하는 관계이자 인생이었고, 여행은 그런 인생을 연습하기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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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우리는 뉴질랜드 남섬 캠퍼밴 여행을 비롯해 아직 뜨기 전의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를 다녀왔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자취를 따라 그리스 내륙을 여행했고 이스탄불과 에게해 크루즈 여행을 했습니다. 르네상스의 본고장 토스카나와 또 다른 그리스 유적지 시칠리아를 집중 탐구하는 여행도 했습니다. 스승이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은 단 하나, ‘지금 나의 심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였습니다. 때문에 다음 여행지는 어디가 될지, 모두의 관심사였습니다. 저는 스승이 여행지와 컨셉을 정해주면 그간의 경험을 가지고 쓸 만한 여행을 만들기 위해 애썼습니다. 부담은 낮추고 여행의 질은 높이는 것 역시 언제나 제 고심의 일부였습니다. 

 

스승의 10대 풍광에는 아직 남겨진 몇 개의 여행지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남미는 스승이 가장 아껴둔 곳입니다.


안데스 산맥을 따라 태평양을 굽어보며 칠레의 북에서 남으로 종단한 것 역시 아름다웠다. 마추픽추와 네루다의 집, 그리고 빙하까지. 바다와 포도주와 시와 열정...(구본형 10대 풍광 중에서)


작년 스승의 장례가 끝난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저는 보따리를 쌌습니다. 아이 넷 가진 아줌마가 ‘남미 한 달 반 여행’이라는 미친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어떤 힘이 나를 몰아갔는지 모릅니다. 하겠다고 결정하고 그 결정의 권위를 스스로 지켜내면 그 일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저는 생애 첫 배낭여행을 통해 경험했습니다. 스승의 마음으로 변경연의 여행을 기획하는 일은 이제 제가 스스로에게 부과한 가장 큰 숙제 중의 하나입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배낭 컨셉의 여행을 하나 둘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남미 한 달 배낭여행 역시 머지않은 미래에 실행하게 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였고 지금도 기다리고 있는 프랑스 프로방스(&스위스) 예술 기행은 내년에 진행합니다. 감사하게도 건축가 김억중 선생님께서 안내해주시기로 했습니다. 현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전공 주제를 가지고 직접 <빛과 공간 유희, 그 감흥의 진원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이미 건축여행을 설계해주셨습니다. 설계를 의뢰하고 함께 기획한 저로서도 내년 여행이 매우 기다려집니다. 

 

작년에 스승 없이 몽골여행을 다녀온 후에 변경연 여행이 계속되어야할 이유를 더 분명하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스승님이 이 땅에 남겨놓은 가장 훌륭한 유산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예수의 열두제자들의 사도행전을 기억합니다. 자신을 믿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에게 예수는 보혜사 성령(Spirit)을 선물로 남겨두고 떠났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신입니다. 정신은 계승됩니다. 스승의 정신이 우리에게 남아있는 한 변경연의 사도행전은 계속해서 쓰여질 것이고, 여행 역시 그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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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우리는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 그곳은 아름다웠다. 책과 상상 속에 있던 곳들이 이 지구상에 실존한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가 꿈꾸는 인생이 어째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렇게 쉽게 체념했는지 의아해졌다. 생각한 것이 존재하고 상상한 것이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어째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삶 대신 그렇게 쉽게 남의 삶 속에 나를 던져 넣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곳에 오기 위해 우리는 돈을 헐었고,시간을 냈다. 덕분에 그곳에서 우리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의 일부를 즐겼다.여행은 호사나 사치가 아니다. 내 삶을 내가 만들어간다는 믿음과 내가 번 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우선 순위를 배분하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우리는 번 돈과 가진 시간의 일부를 좋아하는 일에 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선택했고 잠시동안이나마 행복한 여행자가 될 수 있었다. (구본형 칼럼 중에서)


올 스페인 여행은 4월 30일까지 참여를 받습니다. 인기가 많아 조기 마감될 예정입니다. 연구원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변경연을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변경연홈페이지 자유마당을 참고하시거나 아래를 클릭하십시오.


 http://cafe.naver.com/morningpage/6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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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6 23:13:22 *.124.98.251

참여하고 싶습니다. 단군 활동 열심히 하고 성공하면 해외여행 하기로 했는데 연구원 분들과 함께하면 더 배우는 것이 많을 것 같네요. 혹시 초등학생, 중학생 아들 둘과 함께 참여해도 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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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7 14:08:44 *.33.17.147

삐리님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는 멋진 분이시군요.

전화주십시오.

010-9876-6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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