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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2일 01시 02분 등록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초라하고 비루한 일이다. ... 쥐가 쥐임을 깨닫는 것이고 쥐로서 사는 것이다. ... 쥐가 되고 싶은 쥐. 이것이 변화의 화두다.’

- 구본형 <떠남과 만남> p50

 

대학 학창시절. 집단 상담이라는 프로그램을 수강할 때였다. 다루는 주제들이 요상하다. 조하리의 창 (Johari window) 이론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혹은 타인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서로 나눈다. 어색하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나는 나란 인간을 발가벗겨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다. 진행자가 공통의 질문을 던진다.

“가장 행복하였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행복? 스무 살 살아온 청춘을 얼추 돌아보니 마땅히 떠오르는 기억들이 없다. 있다면 애써 지워버리고 싶은 아픔과 얼기설기 생채기들뿐.

“행복했던 적이 없었는데요.“

그런 나를 멤버들은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의 도민중마냥 이방인의 호기심어린 눈으로 쳐다본다. 그랬다. 나는 행복했었던 적이 없었다. 아니, 행복하다고 느꼈던 적이 없었다고 할까. 그저 자신과 주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불만 덩어리였다. 출생도, 성장 환경도, 건강치 못한 신체와 평균을 따라주지 못하는 머리도. 무엇 하나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기에. 그럼에 밝음을 노래하고 뭐가 그리도 좋은지 낄낄대는 그들에 속할 나의 공간은 부여되지 않았다.

 

‘나는 왜 이럴까?’

나의 18번 멘트. 어쩌다 잘난 것 없이 못생긴 이런 형상으로 태어난 거지. 그럼에 내가 아닌 나를 끊임없이 동경하며 변화를 꿈꾸었다. 180도 다른 뷰티플 라이프를 갈망하였다. 술로써 밤을 지새우고, 혁명의 돌팔매질을 휘두르고, 나아닌 다른 나를 연기하기 시작했다.

‘이봐, 나 좀 바라봐줘. 친절하고 사교성 있고 환하게 웃는척하는 나를 보라고.’

사람들은 의도한대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성격 좋은데. 그러나 그 과정은 오래지 않았다. 아니, 이봐. 내가 이렇게 연출을 잘하는데 왜 떠나가는 거지. 절망했다. 더 어둠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뭐가 잘못된 거지. 내안엔 무엇이 있는 걸까. 나는 왜 이런 모습인거야. 한낮 여유라는 단어를 누리지 못하던 어느 오후. 빛나는 갈색 치장된 몸뚱이의 털을 혓바닥으로 정성들여 핥고 있는 고양이를 만났다. 잘생겼다. 부러웠다. 그처럼 되고 싶었다. 흉내 내었다. 찍찍찍. 숨죽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대신 야옹이라는 대비되는 목소리를 내었다. 또다시 사람들은 쥐의 몸뚱이를 눈치 채지 못하고 겉모습의 고양이에 열광 하였다. 하지만 ……. 남는 건 공허함의 채워지지 않는 빈껍데기. 뭐지. 뭔가.

 

허기짐이 아닌 포만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는 사십대란 나이. 익숙함인가 아니면 적응력인가. 자신을 부정하던 형태는 어느덧 나름 관조의 시각으로 출근길 거울을 쳐다본다. 푸른색 와이셔츠와 줄무늬 넥타이의 말끔한 정장. 이런 복장의 차림으로 얼마나 오래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 머리카락은 하얀 눈밭을 뒹굴고 온 눈사람을 닮아간다. 씨익~ 순진함 보다는 세상의 때를 먹은 인생. 톰과 제리. 고양이 톰보다는 상대적 약자이지만 꾀많은 생쥐 제리가 오버랩 된다. 괜찮군. 약삭빠르지 못하지만 진솔하고, 까칠하지만 올곧은 면이 있고, 남들은 고집이라고 하지만 신념이 있으며, 융통성이 부족한 덕분에 한길만 죽어라고 들이파는 나.

 

이젠 원형을 만나고 싶다. 고양이가 아닌. 다른 자태가 아닌. 단지 나이고 싶다. 실제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닌 지금 모습대로.

 

 

cf. 유치원 노랑 병아리반 수업

“씨앗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내가 상상하는 씨앗속 세상을 그려보세요!”

 

선생님의 이 같은 질문에 한 원생이 종이에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그것을 쫓아가는 나의 눈길. 낯을 수놓은 태양, 푸른 하늘, 연기가 모락 피어나는 집, 녹색의 꽃과 나무들의 정경. 따뜻한 행복감이 와락 가슴에 안긴다. 이어지는 삐뚤삐뚤 연필로 눌러쓴 서툰 글씨.

‘내가 드린 씨앗은? 아름다운 세상이에요. 멋지죠. 아름답게 봐주세요.’

 

아름답게 봐 달라!

아아 ~ 봄날 벚꽃 열리듯 아이는 이미 자신만의 세상을 깨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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