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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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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5일 01시 54분 등록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자신의 선생님을 폭행했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만나는 것이 요즘 학교의 현실입니다. 그러니 선생님들의 상심이 얼마나 클 지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D중학교 역시 거칠고 좌절감이 큰 학생들이 많은 학교였고, 학부모가 선생님을 폭행할 정도로 한때 문제가 많은 학교였습니다. 해서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그 학교로 부임하는 것을 꺼려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사막과도 같은 학교에 그 미술선생님이 부임하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선생님은 먼저 학부모들부터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학교를 열어서 아이들의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버지 학교는 아버지가 아이들의 발을 씻겨주는 행사로 마무리했고 아버지가 참석하지 못한 아이에게는 선생님들이 아버지 노릇을 대신했고 그 학생의 발을 씻겨 주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병행했습니다. 독서콘서트를 열어서 책읽기의 즐거움을 놀이로 공유했고, 북밴드라고 하는 밴드를 만들어서 오디션을 보고 연주자를 구성했으며 해마다 한 두 번 밴드의 공연을 열었습니다.


학교 축제 역시 아이들의 참여를 극대화했습니다. 그 미술선생님은 아이들에 500원 짜리 찰흙을 사서 화분을 만들게 했고, 미술 수업으로 그 화분에 그림을 그려 넣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손수 가마에 그 화분을 구워 나눠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화분에 식물을 키우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은 생명이 싹을 틔우고 자라가는 모습을 바라보았고 그 과정을 매주 미술시간에 그림으로 그리면서 놀랍게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변화는 선생님이 그 화분을 모두 기증받아서 재벌구이를 한 뒤 새로운 식물을 담아서 축제 때 바자회를 열면서 생겨났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500원 짜리 화분을 누군가 10,000원에 사갔고 그 돈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친구를 도왔다는 점에 깊은 자부심과 감명을 공유했습니다.


사서선생님과 상담선생님이 가세해서 꾸준히 독서와 상담, 놀이를 병행했습니다. 또한 소원상자를 만들어서 아이들의 생각과 염원을 매주 편지로 확인했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 중에 해줄 수 있는 것들은 들어주었고 해줄 수 없는 소원은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에게서는 왕따가 사라졌고 오히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친구들을 찾아서 그 친구를 도와줄 방법을 찾자는 소원이 접수되는 변화가 생겨났습니다. 아이들은 화분을 열심히 만들었고 축제가 되면 다시 그 화분을 팔아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친구들을 돕는 일을 지속해 왔습니다. 지역 사회에 소문이 났고 D중학교의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들을 돕자는 지역 운동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간략하게 적어 그렇지, 실상은 이보다 더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그 선생님께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선생님들은 ‘아 스승의 길을 걸을 수 없는 시대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스승이 아니라 그저 교육공무원으로 살아야지...’ 낙담한 채 사시는 분들도 많은데 저 선생님은 어떻게 저렇게 놀라운 작업을 해냈을까...? 나름대로 판단한 그 비결은 다음 주 편지에 담겠습니다. 여우숲에는 첫눈이 왔습니다. 한 주 따뜻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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