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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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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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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1일 12시 33분 등록

요즘 거의 집과 회사만 왔다갔다한다. 자유시간에도 편안한 마음으로 노닥거리지를 못했다.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새로 시작한 연구원 레이스 덕분이다. 일주일에 한 권(그러나 일반적인 두 권, 세 권쯤 되는 분량)의 책을 읽고 세심하게 정리를 한 뒤 저자의 관점에서 관찰, 같은 주제에 대한 나의 에세이를 쓰는 것이 숙제인데, 일주일 내에 모든 것을 다 해내기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나는 무척 행복하다. 고전 속에 담긴 비범한 정신을 만나는 것은 황홀한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연구원 레이스에서 읽은 책들을 통해 배웠던 것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삶에 대한 강렬하고 굵은 의지가 인간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고전에 나온 작가와 주인공들은 쿨쿨 자고 있던 세포들을 마구 흔들어 깨웠다. 냉수를 퍼붓고 꽹가리를 치고 도끼를 던졌다. 그것은 내 인생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소시민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위치로 스스로를 끌어내리는 일인지 알려주었다. 숫자에 약하고 사람 얼굴을 잘 기억 못하는 단점이 있더라도 그가 인간임을 상기시켜주는 순간들이 왔을 때 속에 있던 영웅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한 고전은 시련을 새롭게 정의 내렸다. 신이 왜 이렇게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직 시련만이 진정한 인간을 키워 낼 수 있다. 물론 피할 수 있는 시련은 빗겨가는 것이 맞다. 그러나 때로 파멸, 이별, 분리라는 단 한가지 결말 외에는 길이 없는 순간이 온다. 거센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듯이 필연적인 운명이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힘으로 숨통을 조여오는 것이다. 운명적인 고통 앞에 신음하는 사람은 누구도 구해줄 수 없다. 그는 결국 온몸으로 그 물살을 모두 받고 정처 없이 떠내려간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낯선 강가에서 눈을 뜬 그 사람이 물결에 휩쓸리기 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 그것은 그가 깊은 심연 속에서 자신을 만나, 자기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의 글과 삶에서 위대함을 찾아내는 안목을 길러야 함을 알게 되었다. 4주간 읽은 책은 열하일기, 죽음의 수용소에서,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그리고 괴테와의 대화 이렇게 네 권인데, 모두가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위대한 인간상을 보여주는 방식은 저마다 달랐다. 다른 방향에서 보면 다른 색을 반사시키는 다면체의 다이아몬드처럼 각각의 작가들이 각자의 인생을 통해 바라본 깊은 인생도 다른 종류의 빛깔을 가질 것임이 분명하다. 각자 그들은 나의 다이아몬드를 찾은 셈이다. 그러니 각 작가의 글에서 서로 다른 모습의 위대함을 찾아내기 위해서 그들에게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훌륭한 점을 바라보는 유연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공들여 책을 읽었더라도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애먼 길을 헤매지 않고 가장 훌륭한 작품과 하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내 삶의 방식이 조금은 내가 쓰고자 하는 글에 가까워진 걸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이런 생활이 요즘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욕망이 생기면 나의 오늘에 그 일을 불러들여라. 힘들지만 용기를 가지고 계속해라. 그리고 나만의 다이아몬드를 찾아내라. 인류의 스승들이 나에게 전수해준 것은 이런 진지하고 따뜻한 충고였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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