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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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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28일 00시 34분 등록

때 이른 폭염이 쏟아지는 오후. 저마다의 일상에서 모인 사람들이 멍하니 잔디밭에 앉아있습니다. 무엇하는 걸까요. 멍 때리기 대회.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대상으로 이런 대회까지 열리다니. 그만큼 아무 생각 없이 지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삼십분을 넘기지 못하고 탈락자가 속출합니다. 자신만의 내면공간으로 빠진다는 것. 어떤 느낌인지 뛰어 들어가 볼까요.


혼자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떨어져 지낸다는 것에 대한 외로움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나에게는 대단한 도전과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물론 그 서곡의 첫발자국은 이제 내딛는 것에 불과한데도 말입니다.

도시에서만 살던 한사람으로써 막연한 시골생활에 대한 환상이 작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해가 지자 형형색색 네온사인 대신 가로등 불빛 하나 어둠을 밝히고 있습니다. 딱히 할 일이 없어 사람이 그립고 쓸쓸함에 목이 메기도 합니다. 오늘은 날벌레들의 합창 속에 이런저런 마음으로 일찍 잠을 청했습니다. 생각이 많아서인가요. 퇴사한 회사에 재입사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깨고 나니 헛웃음이 나옵니다. 아닙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배수진을 쳐야합니다.


머무르는 방. 무소유를 주창하고 싶은데 아니올시다 입니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아니 그렇게 살아왔기에 생각의 가짓수는 천 갈래 만 갈래입니다. 잃을 것이 없다는 똥배짱이 아닌 단조로움이 단순함을 낳음에도 그렇질 못합니다. 작은 소반, 생활용품, 문구류, 옷가지, 핸드폰, 시계, 책. 그리고 라디오 하나.

혼자만의 꿈꾸던 공간이 있었습니다. 햇볕이 잘 드는 통유리에 전경이 훤히 보이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질 못합니다. 하긴 법정스님이 거주했던 곳도 그렇지는 않았을 겁니다. 여하튼 이런 생각을 품는 것은 누려온 생활이 많았기에 그러합니다. 조금의 불편함을 각오해야 함에도 말입니다.


일기예보에서처럼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전날 그렇게 울던 뻐꾹새도 둥지에서 늦잠을 자는지 기상이 늦어집니다. 빠끔히 밖을 내다보다보니 막걸리 한잔이 그립습니다. 아참. 장이 선다고 하니 날이 개면 고무신을 사러 나가봐야겠군요.


필기구를 뒤적입니다. 육각형 모양의 연필. 수많은 문인들이 이 도구를 이용하였습니다. 창작의 밤을 부여잡고 원고지의 칸을 하얗게 물들여 갔습니다. 물론 세상과의 싸움에서 잊혀져간 글쟁이들이 더 많겠지만요.

김정운 교수의 신작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에서는 외로움의 설파를 자신의 새로운 삶과 결부시켜 이야기 합니다. 책 제목대로 나도 그 외로움에 물들기 위해 내려온 까닭도 있습니다. 업무란 공간도 있지만 혼자만의 고독 그 세계의 당면함에 부닥쳐 보기위해서입니다.

압니다. 그 절절함에 목을 매어야 고대하는 탄생물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기존방식과 생활습관을 바꾸기는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외부환경이 달라졌다고 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작가 이외수가 스스로를 감옥에 가둔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너그러움이 아닌 단호함이 요구되어집니다. 쓰고 있는 연필의 본질도 그러합니다. 생산물을 배출하다가 어느 시점 칼로 깎여지며 자신의 살을 한 움큼씩 내어놓습니다. 아픔과 생채기가 뒤따릅니다. 그 고통으로 자신의 외형은 점점 줄어듭니다. 반면 잉여분의 결과물이 쌓여갑니다. 아이러니입니다.


주의 깊게 봅니다. 조용한곳에서 마주합니다. 대할수록 묵묵히 접할수록 대상의 본질은 눈에 들어옵니다. 그것을 읽고 살아가야합니다. 그럼에 하루가 일어납니다. 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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