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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31일 07시 43분 등록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

경제학 용어 중에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라는 것이 있습니다.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각각의 올바른 행위가 전체적으로 모았을 때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를 가리켜 합성의 오류라고 불렀죠.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전세계 최고의 축구클럽은 어디일까요? 아마도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 혹은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퍼거슨 감독 이후 격이 좀 떨어진 듯 하지만)일 겁니다. 일단 바르셀로나라고 해보죠. 이 팀과 대항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가장 축구 잘하는 사람들만 뽑아 월드팀을 구성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월드팀은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이것이 바로 ‘합성의 오류’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죠. 아무리 아름다운 미인이라 할지라도 신체의 모든 부위가 완벽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누구의 눈, 누구의 코, 누구의 입 등 이런 식으로 아름다움의 순위를 매기곤 하죠. 자, 여기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미인들의 부위들만 빼내어 한 여자를 만들었다고 했을 때, 그 여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이 될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지요? 그렇다면 아래의 사진을 보고 판단해보시죠. 어떤가요? 과연 전 세계 최고의 미인이라 할 수 있나요?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합성의 오류’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합성 미인(세계)1.jpg
(이미지 출처 : 세계일보 2012. 1. 5일자)


저축의 패러독스

경제에서 이 합성의 오류에 대한 대표적인 예로는 ‘저축 패러독스’가 있는데요, 먼저 <자본주의 4.0>의 저자 아나톨 칼레츠키(Anatole Kaletsky)의 이야기를 들어보죠.

근검 ․ 절약의 역설은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기대 사이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가장 중요한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 부분이나 원소의 성질을 전체의 속성으로 보는 오류)일 것이다. 한 가정이 저축액을 늘리면 돈은 금융시스템으로 유입되었다가 투자처로 이동하여 개인과 사회의 부를 증가시킨다. 그러나 수백만의 가정이 동시에 저축을 늘리면 이들의 결정 때문에 투자 총량이 줄어들 수 있고, 그 결과 경제성장도 줄어든다. 따라서 저축이 늘어나면 나중에 투자가 줄어들 수 있고 사회전체의 부도 줄어들 수 있다.

한 직장인이 월급을 받아 대부분을 은행에 저축한다고 가정해보죠. 은행에서는 이 돈을 받아 투자를 원하는 기업에 대출의 형식으로 빌려주게 됩니다. 개인은 저축의 댓가로 이자를 받고, 은행은 이자를 주는 대신 기업에게서 더 많은 대출이자를 챙김으로써 그 차익을 얻게 되죠. 그리고 기업은 대출받은 금액을 투자하여 사업을 확대, 번성시킴으로써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게 됩니다. 이러한 순환 시스템으로 보았을 때 개인의 저축은 본인뿐 아니라 은행, 기업까지 모두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조금 바뀌어 불황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이때 수많은 직장인들이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너도나도 소비는 하지 않은 채 저축만 하게 된다면 경제는 위와는 반대로 침체의 길로 빠지게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저축액이 늘어남으로써 은행에 자금여력은 많아지겠지만, 소비가 줄어들게 됨으로써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수 밖에 없죠. 그렇게 되면 투자는 물론 향후 구조조정까지 허리띠를 졸라 매게 됨으로써 경제는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이렇듯 개인이 소비를 하지 않고 저축만 하게 됨으로써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저축의 패러독스’라 하는데요, 영국의 고전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1931년 “당신이 5실링을 저축하는 건 누군가의 하루 일거리를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로 ‘저축의 패러독스’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개인의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자립책은

자, 여기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과연 ‘저축의 패러독스’가 전적으로 맞는 말일까요? 저는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왜냐하면 불황기에는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금여력이 없기 때문에 저축을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또한 아무리 미래를 대비한다 할지라도 저축보다는 소비를 먼저 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미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일시에 모든 사람이 저축만 한다는 것은 그저 이론상의 이야기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불황기일수록 개인의 경우 ‘저축의 패러다임’에 대한 걱정은 고이 접어두고 적극적으로 저축을 통해 미래를 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국가에서 다양한 정책을 통해 불경기를 빨리 극복함으로써 모든 국민들이 경제적인 걱정없이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럴 고민조차 할 필요도 없겠지만, 지금까지 보아 온 정부의 경제에 대한 행태로 봐서는 개인의 안위까지 챙길 정도로 능력있어 보이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개인 스스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 자립할 수 밖에 없는데 그 유일한 방법이 바로 ‘저축’일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투자도 ‘저축’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 잊어선 안되겠습니다.



차칸양(bang_1999@naver.com) 올림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출간소식> 『강의 이야기를 듣다』, 신진철 지음
변화경영연구소 6기 신진철 연구원이 첫 책 『강의 이야기를 듣다』를 출간했습니다. 15년간 시민단체에서 강 복원과 관련된 일을 하며 얻게 된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강에 대한 이야기를 아랄해에서 낙동강까지 민물의 변천을 통해 인간 삶을 들여다본 역사적 기록과 인문적 에세이로 풀어 냈다고 하네요. ‘물의 인문학’에 대해 호기심이 이는 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09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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