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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3일 08시 53분 등록

마셜 로젠버그가 쓴 <비폭력대화>라는 책에는 '책임을 부정하는 대화'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유태인 학살의 주범인 나치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과 동료 장교들이 쓰던 암트스프라헤(Amtssprache)가 책임을 부정하는 대화의 좋은 예입니다. 이는 '사무 용어' 또는 '관료 용어' 로 번역할 수 있는데 이들은 누군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물으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냐고 다시 물으면 '상관의 명령' '부대의 방침' '법이 그랬다'는 식으로 답했습니다. 


로젠버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깨닫지 못하면 우리는 위험한 존재가 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프랑스 작가이며 언론인인 조르주 헤르나노스의 다음과 같은 의견에 공감한다고 말합니다.


만약 인류의 파괴 기술이 점점 더 발달해서 언젠가 인류가 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그 멸종의 원인은 인간의 잔인성 때문이 아니다. 그 잔촉함이 일으킨 분노, 그리고 그 분노가 가져올 보복 때문은 더욱 아니다. 그것은 일반 대중의 온순함과 책임감의 결여,그리고 모든 부당한 명령에 대한 비굴한 순종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온 끔찍한 일들, 또 앞으로 일어날 더욱 전율할 만한 사건의 원인은, 이 세상 여러 곳에서 반항적이고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온순하고 순종적인 사람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옥시 사태를 접하며 평범한 직장인도 아이히만과 같은 학살의 주범이 될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밀려듭니다. 본사의 방침이라서, 상사의 지시라서 어쩔 수 없이 한 일이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일이 될 수 있으니까요. 조직을 떠나 1인 기업가로 일하고 있는 저 역시 누군가의 지시나 방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고객의 요구나 필요에 따라 무엇인가를 해줘야만 하는 경우도 많지요. 그래서 가끔 마음 한구석에서 이런 질문이 솟아 오릅니다.


"이 일은 나의 가치관에 부합되는 일인가? 이 일을 하면서 나는 부끄럽지 않은가?"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살기 위해서는 실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철학에 맞는 일을 골라서 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아직 그런 위치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걸까요? 1인 기업가 재키의 고민이 깊어갑니다.    

         


[알림1] 6월 <재키가 만난 구본형의 사람들> 토크쇼에는 방송인 이희구 님이 나와 구본형 선생님과 함께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고전읽기'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나눕니다. 또한 방송에 함께 참여했던 박미옥, 정재엽 연구원도 힘을 보태 유쾌한 시간을 만들 예정입니다. 6월 17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새로운 장소인 인플로우에서 여러분을 만나뵙겠습니다. 곧 공지할게요!

 

[알림2] 한동안 중단되었던 꿈벗 프로그램이 다시 시작됩니다. 어제의 나와 경쟁하며 새로운 모색을 하고 싶은 분이라면 '꿈벗 40기'가 되어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해보시죠! http://www.bhgoo.com/2011/810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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