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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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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9일 10시 33분 등록

책쓰기강좌를 한 지 6년이 되었고, 100명이 넘는 수강생을 접했네요. 강좌를 하면 할수록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는 확신이 강해집니다. 깐깐한 퇴직 은행원이든, 늘씬한 커리어우먼이든,인생2막을 설계하고자 하는 주부든 하나같이 독특한 개성과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저는 번번이 그들의 성장속도가 너무도 빠른 것에 감탄하고 그들이 갖고 있는 자원에 어떻게 옷을 입히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 매료되곤 했습니다. “내가 그대의 글을 죽 읽다보니 이런 관심사가 보이는데 이걸 잡아서 조금만 비틀고 가공하면 얼마든지 책이 되겠다, 이 책에서 도움을 받을 독자가 보인다며 저 혼자 흥분할 때도 많았지요.^^

 

그런데 저는 책쓰기튜터이고 그 전에 책쓰기의 위력을 신봉하는 자로서 강하게 제시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위화감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어요. 두 가지로 정리해 봅니다. 하나는 경험의 차원입니다. 우리는 글을 통해 내 관심사와 문제꺼리를 다룹니다. 이것들을 어느 정도 객관화시켜야 글이 되고 책이 되는데, 문제의 복판에서 생생하게 문제를 껴안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것이 쉽지 않지요. (문제라고 해서 반드시 부정적인 의미로 쓴 건 아닙니다.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 혹은 인생의 절대적인 주제탐구) 저는 연장자라서 일정부분 거친 것도 있고, 첫 책을 쓰기까지의 과정을 왕복달리기 구간처럼 익숙하게 꿰고 있기에 특정 자원을 객관화시키고 가공할 수 있지만 당사자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아직 가 보지 않은 길이기에 정말 될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구요.

 

가치나 자세의 문제로 풀 수도 있습니다. 나는 이대로도 충분히 행복한데 그래도 꼭 책을 써야 하는 거야?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저는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하겠습니다. 내가 책을 썼다는 내면의 만족감, 외부의 찬탄이 주는 뿌듯함, 저자가 되어 맞이하게 되는 새로운 기회들의 총양이 가히 새로운 삶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크기 때문입니다. 외부의 시선이나 인정에 관계없이 스스로 행복을 정의하고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아주 강한 사람일 것입니다. 저는 사회성이 발달하지 않은 만큼이나 인정욕구도 적은 것 같은데 그래도 타인의 진심어린 찬탄이 짜릿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내면의 만족이라는 것도 외부의 인정과 비례하는 거구요.

 

책을 썼다는 것은 스스로 전문가가 되는 멋진 일입니다. 대학원을 나와 학위를 따고 전문가가 되는 것보다 자기주도적이라 훨씬 빠르고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대학만 나왔는데도 여러 권의 책을 쓴 후 대학 강단에 선 사람도 많고, 그 외에도 강의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수명이 연장되고 출산율은 낮은 저성장 사회에서 평생교육은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졌지요. 계속 새로운 분야를 익혀서 살아남아야 할 뿐만 아니라 소일거리로로 폭발적인 수요를 가진 분야입니다. 저자는 평생교육 분야의 공급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요즘은 동네 도서관에서도 온갖 강좌를 하던데 그 많은 도서관과 문화센터, 평생교육관이 모조리 내 일터가 되는 거지요. 수입을 창출하는 것은 기본, 나를 전문가로 인정해주는 사람들과 만나 이루는 교감, 전문가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해 나가는 재미가 좋은 삶의 핵심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내가 가진 전문성으로 사람들을 도와주고, 누군가 내 말을 듣기 위해 나를 찾아주고, 그들과 어울려 놀고, 그것으로 먹고 사는 일이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 같아요. 구본형선생님께서 온 몸으로 보여주신 바로 그것이고, 그 출발점이 책쓰기인 거지요. 만약 그대가 책쓰기를 도모하고 있다면, 이 좋은 꽃길에 들어선 것을 자축하며 더욱 매진할 일입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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