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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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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28일 11시 49분 등록

“큰 학문의 길은 밝았던 덕을 밝히는 데 있고, 백성과 하나가 되는 데 있으며, 지극히 좋은 상태에 머무는 데 있다.”

 

유학(儒學)에서 중시하는 네 가지 책(四書) 가운데 하나인 <대학(大學)>의 첫 구절입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우리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라는 해묵은, 또한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어릴 적부터 대학 때까지 내게 공부는 하기 싫고 지루하고 피하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인성을 키우고 지식과 기술을 익힌다기보다는 좋은 성적을 받아서 좋은 학교에 가는 것이 학교 공부의 목적이었습니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남과 경쟁해야 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가 그랬고, 대학교에서 하는 공부 또한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공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공부가 괴로웠던 이유입니다.

 

그런데 성인(聖人)과 현인(賢人)은 공부를 다르게 바라봅니다. 공자(孔子)는 “배우고 제때에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했고, 퇴계 이황(退溪 李滉)도 학문을 “일생일대의 기쁜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내가 경험한 학교 공부와는 완전히 다른 시각입니다. 공부에 대한 생각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학 · 중용 강설>의 저자 이기동 선생은 공부란 ‘나는 무엇 때문에 살며, 참으로 가치 있는 삶이란 어떤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입니다.

 

“해답을 찾기 위한 그들의 관심은 결국 삶을 영위하는 주체인 ‘나’의 존재를 해명하는 문제로 발전했다. 왜냐하면 존재의 본질이 밝혀지면 존재원리는 저절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 공자나 퇴계는 생가하고 배우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려고 애쓴 사람들이다.


우리도 이러한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공자나 퇴계처럼 방황하면서 생각하고 배워야 한다. 그러나 그 기간을 줄임과 동시에 확실하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찾아놓은 해답을 보고, 그 해답을 확인하면 좋을 것이다. 그 해답은 존재론에 속하고, 확인하는 과정은 인식론 또는 수양론에 속한다.”

 

<대학>은 유학의 성인과 현인들이 강조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와 존재론, 그리고 인식론과 수양론을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책입니다. <대학>의 뼈대는 삼강령(三綱領)과 팔조목(八條目)입니다. 삼강령은 맨 위에서 인용한 구절로, 공부를 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입니다. 격물(格物, 사물에 이르는 것), 치지(致知, 지혜를 이루는 것)로 시작해서 수신(修身, 스스로를 갈고 닦는 것)을 강조하는 팔조목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즉 공부를 하는 방법과 자세, 그리고 과정에 대한 것입니다. 이러한 공부는 어렵고 힘들기만 한 숙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대학>에서 말하는 공부의 출발점이자 요체는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살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기동 선생은 말합니다.

 

“나를 잃어버린 삶은 나의 삶이 아니다. 그것은 불행한 삶이다. 공자나 퇴계가 말하는 학문의 길이란 잃어버린 본래의 나를 찾아가는 길이다. 그러므로 학문의 길은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길이 된다.”

 

‘학문의 길은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길’이라는 구절에 눈이 머뭅니다. <대학>을 읽으며 내가 책을 읽고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또한 내가 어떤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도 성찰할 수 있었습니다. 왜 고전(古典)을 읽어야 하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고전은 시대의 산물이면서 시대를 초월한 책입니다. 고전은 오래되어 낡은 책이 아니라 그 오랜 세월 살아남을 만한 가치를 가진 책입니다. 내가 앞으로 계속 고전을 읽으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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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역해, 대학 · 중용 강설,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10년 10월

 

* 안내 : ‘인문학 아카데미’ 2월 강좌 - ‘대학(大學) · 중용(中庸)’

변화경영연구소의 오프라인 카페 ‘크리에이티브 살롱 9에서 ‘인문학 아카데미’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2014년 2월 강좌는 ‘대학(大學) · 중용(中庸)에서 배우는 인생과 행복의 지혜’를 주제로 대학·중용강설>의 저자 ·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장 이기동 선생이 진행합니다. 커리큘럼과 장소 등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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