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김용규
  • 조회 수 3289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4년 2월 6일 01시 27분 등록

경칩은 고사하고 입춘이 사흘이나 남은 그날 이 숲에서는 이미 개구리가 울었습니다. 그날 저녁 어둠 내리는 숲 실개천에 그들의 떼울음이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묵색으로 바뀐 이 숲은 그 울음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생각했습니다. 보름쯤 따스했던 날씨가 저들을 서둘러 깨웠나보구나. 뒤이어 염려했습니다. 이내 모진 추위 있을 텐데 저놈들 다 어쩌나? 결국 그 염려 현실이 되었습니다. 봄이 선다는 입춘에 때 이르게 찾아온 따사로움은 사라지고 다시 얼음이 얼고 땅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살롱9 강좌를 마치고 돌아온 밤 이후로 여태 개구리 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날 밤 나는 쉬이 잠들지 못했습니다. 개구리들이 일으킨 착각과 그 결과로 빚어진 실수가 마치 내가 저지르는 삶 속의 소소한 혹은 큰 실수의 기억들과 뒤섞이며 각성으로 일어선 탓이었습니다. 내가 일으키는 도모와 모색과 삶의 진행을 저 멀리서 듣고 보는 어떤 불가해한 존재가 있다면 그분은 내가 개구리를 염려하듯 나를 걱정하실까요? 나는 그러리라 믿습니다. 이따금 내 안에서는 나 스스로에게 자꾸 말을 걸어오는 때가 있습니다. 누가 시키는 것은 아닐 텐데, 어떤 욕망이나 두려움에 휩싸여 있을 때는 들리지 않던 그 소리가 불현 듯 들려옵니다. 내가 관성적으로 내딛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다시 살피게 하는 그 소리들이 들려옵니다. 많은 이들이 그것을 내면의 소리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숲으로 들어온 뒤 나는 나를 위해 살지만 또한 이웃과 세상에 기여하며 살겠노라 밖을 향해 몇 가지를 도모해 왔습니다. 대부분은 순풍을 만나 제 길을 걷는 느낌이지만, 어떤 도모는 꼬박 일 년 넘게 내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불면하고 이따금은 노엽고 때로는 선의를 짓밟힌 느낌이 들어 미운 마음조차 일어서는 날이 생겨 괴로웠습니다. 그럴 때마다 다른 한편에서는 예의 내면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엇 때문에 노여운가? 무엇을 기대했기에 서운하고 미운 마음까지 드는가?’ 그 소리는 그렇게 나의 진행을 멈추어 살피게 했습니다. 그리고 반복되는 성찰이 희미하지만 어떤 해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웃과 세상이 내게 무엇을 원했던가? 그것이 진정 이웃이 원하던 그림인가? 혹시 나 스스로가 아름답다고 믿어온 그림은 아니었던가?’

여러 차례 멈추어 살피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본래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기운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새로 방향을 정할 수 있게 되었고 그를 위해 허물어낼 부분을 알아채게 되었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모두 다시 시작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큰 바람에 가지를 꺾인 나무가 그렇고 발에 밟힌 풀꽃이 그러하며 삽날에 허리를 잘린 지렁이가 그렇습니다. 다시 시작해야 할 때 그 출발점은 모두 좌초된 지점입니다. 잘못 꿴 단추를 풀어 다시 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지금 다시 침묵 속으로 들어간 저 개구리들이야 시간에 대한 인식의 오류라지만, 사람들에게 있어 좌초의 원인은 밖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이제 그것이 대부분 제 과욕이거나 지나친 두려움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봅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은 모두 좌초된 지점일지라도 다시 시작할 때의 준거점은 바로 멈추어 살피는 것이요 내면의 깊은 소리를 맑게 듣는 것임을 압니다.

 

그나저나 개구리들은 지금 어쩌고 있는 걸까요? 아마도 동면을 다시 받아들이고 있을 테지요. 개구리들은 기다림을 배웠을 것입니다. 개구리는 다시 시작하기 위한 준거를 다시 시작될 해빙의 시점으로 삼겠지요. 우리에게는 입춘대길을! 개구리에게는 경칩대길을!!

IP *.20.202.74

프로필 이미지
2014.02.06 08:25:20 *.97.72.106

개구리들에게 경칩대길을! 재미있구먼.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