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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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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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1일 01시 37분 등록

‘나의 신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나의 세계가 없는 평범한 삶에서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세계 하나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p18

 

서른아홉 살의 끝자락에서 갱년기라는 것을 겪었었다. 아저씨라는 직함으로 들어선다는 왠지 모를 초조함, 불안, 막연한 무언가의 무게감이 가슴을 내리 눌렀다. 마흔의 새아침이 밝은 날 나는 십년 날들의 소망을 갈망하며, 모치즈키 도시타카의 책을 토대로 <보물지도>라는 것을 꾸몄다. 염원하는 것들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주석과 기한을 서툰 글씨로 덧붙이는 놀이를 하다 보니, 이미 이루어진 마냥 들뜬 마음이 가득하다. 그중 한 가지가 내가 생각한 세계를 기록한 책의 출간이었다. 방법을 찾았고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와의 인연이 이루어졌다. 과제를 통한 테스트를 거친 후 마지막 면접여행에서 앞으로 모시게 될 스승이라는 분은 이렇게 질문을 한다.

“1년 동안 가장 우선시하여 이곳에 투여를 하여야 할 터인데 출장을 다니는 직장 업무에서 가능한지.”

나는 대답하였다.

“가능합니다. 그리고 만약에 이번에 안 되면 저는 내년에 또 도전할 겁니다.”

능력이 모자람에도 그 도전을 어여삐 보셨는지 나는 연구원이라는 타이틀로 함께하는 여정에 동행할 수 있었다.

 

저마다의 살아온 역사와 함께 책을 쓰겠다는 공통의 꿈 아래 모인 동기 기수들과의 수련. 힘든 줄 예상은 했었지만 역시 과정이 쉽지 않았다. 한주에 한권씩 부여되는 도서들. 일단 그 책들은 제목과 두께부터가 심상찮다. 빨리 읽지 못하여 한 달에 한권 독서가 적정량인 나에게 양적, 질적 포스가 넘치는 녀석들을 일주일에 독파하라니. 거기다 리뷰와 칼럼 작성까지. 인내를 시험하는 한주 한주의 시간이 쌓여갔다. 지하철과 버스, 낯선 여관방에서도 날마다의 부여된 장수를 채워야 했고, 주말은 오롯이 노트북 자판 두드림의 울림은 멈추지 않아야 했다. 그런 모습을 몇 달간 마주하며 경주한 고3 수험생 조카가 말을 건넨다.

“삼촌, 뭐하시는데 그렇게 열심히 하세요?”

뭘 하고 있냐고. 글쎄, 책을 쓰기 위해서 아니면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서인가. 아니었다. 나는 절박 하였다. 사십대란 나이는 직장생활에서 절정의 기량을 뽐내기도 하는 순간이지만 그 이후의 나락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기간을 어떻게 어떤 나만의 차별적 산물로써 승화시키느냐에 따라, 향후 중년 삶의 꽃이 흐드러지게 필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연구원을 시작할 때 스스로와의 한 가지 약속을 하였다.

‘어떤 일이 있어도 과제물 제출은 빠트리지 말자.’

명절에도 고향집을 내려가지 못했다. 왕래하다 보면 나의 역량으로는 도저히 주어진 시간 내 제출치 못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이 약속을 지켜냈다. 뿌듯했다. 그런데 말이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 일 년의 시간이 지나면 열심히만 하면 작업물이 뚝딱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주제는 갈팡질팡 목차 및 구성자체에 대해서 혹독한 비판만이 쏟아졌다. 어떡해야 하나. 내 능력 밖인가. 그냥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보낸 건가. 쉽게도 쓰는 사람도 있건만 나의 글은 좀체 늘지 않았다. 포기해야 하나. 그럼에도 또 하나의 약속을 정하였다. 한주에 한 칼럼 쓰기. 수료 이후에도 나의 글은 게시판으로 향하였다. 바라봐 주고 읽어주는 사람이 없음에도 꼬박 등재가 되었다. 혼자만의 고독함과 단내의 외로움을 되씹기를 3년째. 버티던 에너지마저 막판 고갈될 즈음 승부수를 던져야할 시점이 다가왔다. 문을 두드렸다. 십여 개의 출판사를 선택해 출간 계획서를 호기 있게 노크했지만 돌아오는 건 쓰디쓴 상처의 생채기들. 그럼 그렇지. 내가 무슨……. 그러다 절실한 기원의 바람 덕분인지 계약서 작성. 이후 다시 몇 달간의 힘겨운 수정과 보완후 드디어 땀으로 쓰인 작품 하나가 세상에 선을 보였다.

 

나의 이름으로 된 책이 나온다는 건 나의 신화 하나를 이룬다는 것.

책을 씀으로

나는 자신의 세상 하나를

가지게 되었다.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여관 시녀 ‘알돈자’는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각성시켜준 돈키호테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당신이 나에게 다른 이름을 불러주었잖아요.“

자신의 책은 자신의 이름을 다르게 불러주는 작업이다.

그 과정에 글 쓰는 이는

세상에

사람에

신이 부여한 그 이름을 연필을 눌러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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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9 07:59:32 *.153.23.18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시는 과정 어디 쯤을 저도 목격한 듯 합니다. 그 과정에 피와 땀과 눈물이 묻어있음도 알구요.

2014년 뜻하시는 일들이 모두 이루어지길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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