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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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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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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7일 00시 07분 등록

‘연금술’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지요? 16세기의 연금술사 파라켈수스는 모든 종류의 물질은 수은, 유황, 소금으로 환원될 수 있으며, 이 세 가지 물질을 어떤 비율로 결합하느냐에 황금을 얻을 수 있는 비밀이 숨어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종종 인간의 성장발달이나, 정신분석이 이 ‘연금술’에 비교됩니다. 누구의 내면에나 존재하는 사랑과 분노, 불안과 공포, 질투와 시기, 냉담과 관용...의 요소를 어떻게 어떤 비율로 결합하느냐에 따라, 한 인간이 금이 될수도 있고, 구리가 될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어떤 연금술도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어느 연금술사도 ‘꿈의 황금’을 만들지 못했듯이, 인간 정신에도 ‘정상’의 개념은 없다고 합니다. 내면의 갈등과 긴장을 조절하고, 생의 자율성과 안정감을 획득해나가는 삶의 과정이 있을 뿐이지요. 이 과정에서 꾸준히 마음공부를 하여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통제할 수 있다면, ‘꿈의 황금’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 인생의 주인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심리분석 전문작가라는 평을 듣는 김형경의 작품은 모두 좋습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열 두 살 이후 하숙집을 전전하며 지내다, 대학생이 되어 겪은 성폭행 등 생의 질곡을 이겨낸 과정이 우리에게도 힘이 됩니다. 그녀의 자전적 소설 ‘세월’, 여행에세이 ‘사람풍경’과 본격적인 상담에세이 ‘천 개의 공감’을 읽고나면,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내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러면서 내 삶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책읽기가 구체적인 문제해결능력으로 전환되는 거지요.


특히 ‘천 개의 공감’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직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는 심리적인 문제들이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자기알기, 가족관계, 성과 사랑, 관계맺기에 대한 조언이, 작가의 전문지식과 표현력 안에서 빛납니다.

   
이무석의 ‘30년만의 휴식’과 앨리스 D 도마 지음 ‘자기 보살핌’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앞의 책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부에 가지고 있는 어린 아이의 속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보통은 사회적인 역할의 가면을 쓰고 지내다가, 관계가 깊어지면 드러나게 되는 그 어린아이는 의존적이거나, 질투하거나, 열등감에 빠져있다고 합니다. 이런 속성들은 주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것들이며, 관계 속에서 회복되기도 합니다. ‘자기 보살핌’은 내 마음 속의 어린 아이를 보살펴주는 방법에 대해 친절한 예시를 담고 있습니다.


에크낫 이스워런 지음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 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인도출신으로 미국에서 블루마운틴 명상센터를 운영하는 저자가, 영적자유를 설파하는 주옥같은 책입니다. 마음이라고 하는 엔진을 스스로 통제할 정도로 천천히 가라, 나의 기호를 느슨하게 함으로써 관계에 다가가라, 명상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 등, 인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간곡한 문체가 일품입니다.


조금은 은밀한 마음의 지도를 읽고싶으면 빌리 파시니 지음 ‘욕망의 힘’을 권합니다. 모녀관계, 연인관계, 부부관계의 근저를 이루는 욕망의 메커니즘을 속속들이 해부해줍니다. 감정 과잉에 빠져 지나치게 사랑하는 여자들, 연령에 따른 부부관계의 변화, 인간관계의 여러 유형을 예리하게 분석합니다. 이론적이면서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으면서도 품격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남녀간에 서로 선택하게 되는 유형의 분석, 부부치료의 방법론, 시선. 목소리. 음식 등으로 번져가는 욕망의 경로 등 세심한 팁이 많습니다. 직업훈련을 받듯 욕망에 대해서도 가르쳐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삶의 리듬을 깨트리지 않고도 스스로의 욕망에 귀를 기울이기, 타인의 욕망을 존중하는 방법에 대해 배워야 한다는 거지요. 그러고보니, 엄마로서의 내가 혹은 학교에서도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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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경
2007.06.07 09:25:21 *.96.166.110
참 신기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이월부터 평소 알고 지내던 몇분과 음 - 일종의 독서치료 공부모임 같은 걸 하고 있었거든요.
저 포함해서 다섯인데 서로는 각자 모르고 저랑은 모두 알고 있는 그런 관계의 사람들입니다. 나이도 다 다르고 직업도 모두 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딸만 두었네요.
이주일에 한번씩 모여서 책읽고 자기 이야기를 나누어요.
첫 번째 책을 “천개의 공감”으로 했었구요, “30년 만의 휴식”도 같이 봤어요.
“몸에 밴 어린시절”이란 책도 읽었답니다.
오늘이 모이는 날인데 “당신은 어떤 어머니입니까”를 읽어오기로 했어요.

공부모임이라 하기는 좀 그런 게
끊임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참 솔직하게 쏟아내는 시간이거든요. 아주 수다스럽지요^^
그게 참 신기해요. 어떻게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아낌없이 나눌 수 있을까 싶어요. 책의 힘인가 아니면 모두에게 아주 간절한 것이었나..

한명석 선생님께서 보내 주신 편지 도움을 받아서 오늘 다음 책을 골라봐야겠어요.
권해주신 책에 순서가 없다면 “욕망의 힘”을 읽자고 해야겠어요.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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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6.07 10:46:27 *.209.121.43
나경씨, 오랜만이에요.
간간히 올려주는 생활스케치 잘 읽고 있어요. 일이 많은가보다, 조금 마음이 쓰였는데<!> , 이렇게 좋은 모임이 있으니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을 것같네요. ^^

'욕망의 힘' 강추합니다. 적어도 폼만 잡는 책은 아니지요. '욕망'은 공연히 기피하게 되는 단어지만, 저자는 말하네요.

"욕망없이는 삶도 없다"

미묘하고도 심층적인 감정의 흐름을 제대로 짚어주어서,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상당히 리얼해요. 가령 여자들이 감정과잉의 상태에 놓여, 사랑할 때 지나치게 사랑한답니다. 수긍할만하죠. 아, 남자들은 다른 곳에 집중하여 한계를 넘어선다네요. ^^

개인적으로는, 열정을 제어할 줄 모르는 성향에 대한 분석에서 찔끔했지요. 상대에게 암시적인 방식으로 의사표시할 줄 모르는 사람의 미숙함에 대한 분석이 재미있었어요.

잘난척만 하면서 죽은 언어가 아닌, 이렇게 생동감있고 심층적인 책을 쓰고 싶지요. 자, 오늘도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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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7.06.07 21:12:09 *.252.102.245
아...저도 얼른 읽고 싶습니다. 이번 달에는 일도 많고 장기 출장도 있어서 당분간 힘들것 같지만.. 메모해 두고 숙제로 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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