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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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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9일 23시 03분 등록

고객만족 부서에서 병원 전산망에 올린 ‘칭찬사연’을 하나 소개합니다.

 

***

아이가 입원을 하게 되면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가정 처음 접하는 걱정은, 어떻게 이 작은 아이에게 주사를 아프지 않게 한번에 꽂느냐는 것입니다. 이제 9개월 된 우리 아이는 그날 3번이나 바늘을 찌르고, 아이는 죽겠다고 울고, 땀 범벅에 녹초가 되어 제 맘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한 간호사님을 만나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안달 난 엄마일수록 간호사들은 엄마를 밖에 나가 있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를 눕히고 바늘을 찌를 곳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럼 아이는 그때부터 울기 시작하지요. 그런데 그 간호사님은 달랐습니다.

 

저보고 아이를 안은 그대로 계시라고 하며, 본인이 쭈그리고 앉아서 아이 발이랑 손을 살펴보더니 찌를 위치가 정해지자 눕히자고 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아이의 눈을 바라봐주라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저는 정말 감탄했습니다.

 

아이들이 자주 아파 수많은 병원에 입원해봤지만 이렇게 아이의 입장에서 링거를 꽂는 간호사는 한 명도 본적이 없었습니다. 정말 너무 감사 드리고 이렇게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주는 간호사가 있음에 저는 정말 감탄했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감사 드립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아이들이 어릴 때 응급실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혈관을 못 찾던 간호사를 원망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9개월 된 아이에게 3번이나 바늘을 잘 못 찔렀으니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되었습니다. 엄마의 안심과 기쁨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간호사는 전문직이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한 직업입니다. 환자는 약자이지만, 또한 부정적 에너지로 가득 차 있기에 감정공격을 할 때가 많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병원은 지역이 낙후되고 재개발지역에 위치하여 성격장애 환자, 알코올 중독자 같은 취약계층이 많아, 사회적 소외에 대한 불만과 폭언을 간호사에게 쏟아 부을 때가 많습니다.

경영진과 환자들은 늘 친절을 주장하지만, 의학적 치료 이전에 소외계층의 감정공격을 직접 받아야 하는 간호사들의 감정노동 스트레스는 잦은 이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엄마에게 기쁨을 준 주인공이 궁금했습니다. 좋은 스승이 있었거나, 특별한 가치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객만족 부서에서 이름을 확인하고 찾아가니, 소아병동에서 근무하는 8년차 간호사입니다. 내심 ‘8년차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지쳐서 친절하기도 어려울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칭찬직원 축하를 드리고, 원래 그렇게 친절하냐고 물었더니 싱긋 웃습니다.

 

“특별한 건 아니었는데, 아이에게 몇 번이나 바늘을 찌르고 했으니 어머니가 더 많이 심적으로 힘드셨던 것 같아요.”

 

겸손한 그녀에게 몇 가지를 더 물었지만, 특별한 이유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그녀가 덧붙입니다.

 

“실은..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조금 바뀐 것 같아요.”

“네?”

“어머니를 병으로 보내드렸거든요.”

 

3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녀는 환자중심의 친절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간병을 하면서 보호자의 입장이 되니, 간호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눈에 보였다고 합니다. 의학지식과 기술을 전달하는 입장에서, 환자중심의 간호와 보호자의 어려움을 공감하는 입장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임종이 그녀에게 좋은 스승이고 특별한 가치관이 되었던 것입니다.

 

오래 전 수첩이 생각났습니다. 기획팀장 시절 갖고 다니던 수첩에 ‘내가 병원장이라면’ 이라는 제목이 있었습니다. “일본의 한 병원처럼 장례식장을 병원의 맨 꼭대기에 지어 천국과 가까이 있다는 느낌을 주게 하자. 김수환 추기경님 기념관을 지어 웰다잉과 웰빙을 성찰하게 하자. 직원을 채용할 때는 아픈 가족을 간병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자 등등..” 을 적어 놓았었지요. 아마 좋은 경영을 위해서도 공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픈 가족을 간병한 경험이 있다고, 모든 사람이 공감과 역지사지를 배우는 건 아니라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개인의 기질? 성격일까요? 잠깐 고민하다가 포기했습니다. 무어라 쉽게 규정지을 수 있을 만큼, 인간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니까요.

 

다만, 어떤 이의 죽음이 누군가의 행동에 변화를 주고, 누군가의 변화된 행동이 또 어떤 이들에게는 이 세상을 그래도 살만한 곳, 어제보다 더 좋은 곳으로 여겨지도록 한다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어떤 형태로든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인을 위한 작고 사소한 공감이, 그 우주적인 연결의 씨앗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

 

스승의 날 (5,15) 네 번째 추모의 밤이 잘 끝났습니다.

유족들의 배려로 기증된 선생님의 유품들이 하나 둘 제자들과 참석자들을 찾아갔고, 스스로 적절한 비용을 정하여 ‘살롱9’ 발전기금으로 전달했습니다. 다섯 번째 추모의 밤이 5.24일(금)에 진행됩니다. 꿈벗 동문회(회장:허영도)의 장호식 사무국장이 꿈과 추억을 나누는 ‘막걸리 파티’ 를 준비했습니다.

 

[꿈은 낮에 꾸는 것이다. 다섯 번째 추모의 밤 신청]

http://www.bhgoo.com/2011/4989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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