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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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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3일 00시 13분 등록

왜 글을 쓰는 당시에는 괴롭다가

끝낼 때가 되면 즐거웠다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사는 것도 이랬으면 좋겠다.

- 공지영,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오늘 편지를 끝으로, 저는 인사를 드립니다.

조금 더 일찍 그만두어야 할 상황이었으나, 선생님을 추모하는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욕심을 채우고 싶었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2012년 1월 2일 첫 편지를 보내고, 오늘이 75번째 편지입니다.

 

일과 글쓰기의 병행은 쉽지 않았습니다.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월요일 새벽까지 끙끙댔던 기억들이 새롭습니다.

마지막 편지는 짧은 인사로 끝내려 했는데, 다음 주부터 편지를 보낼 연구원이 보내 준 ‘의미있는 마지막 글쓰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문자를 받고, 평소대로 편지를 띄우기로 했습니다.

 

2010년 연구원 수련시절, 매주 한권의 독서와 20페이지 이상의 리뷰, 그리고 컬럼을 1년간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타이핑을 많이 했습니다. (첫 책은 버트란드 러셀의 ‘서양철학사’였는데 1,200 페이지를 확인하고,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책은 두껍고, 써야 할 것은 많고, 밤잠을 줄여 졸음은 오고, 마음은 바쁘니 자꾸만 타이핑이 틀리곤 했습니다.

 

이상한 것은 오타를 되풀이하는 것입니다. ‘삶’ 을 빠르게 타이핑하면 ‘사람’ 이 되었고, ‘사람’ 을 빨리 치면 ‘사랑’ 이 되었습니다.

‘살아가는’ 을 치면 ‘사랑하는’ 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다 혼자 결론을 내렸습니다. ‘삶은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고, 살아가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뭐 이런 뜻 아니겠어?’...매우 감상적인 결론이었죠. (음....무슨. 보험회사 광고 같군요...)

 

연구원 수업에서 첫 책 기획안을 발표할 때, 저는 ‘의료경영’에 관한 책을 쓰겠다고 했습니다. 절반 이상 책을 써놓고 연구원 지원을 했기에 자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승은 다른 말을 하셨죠.

 

“너는 의료경영보다는 환자경영 쪽으로 써보는 게 좋겠다.

‘인생의 가장 절망적인 순간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책’ 말이다. 어려운 시절에 읽어야 하는 책,

모든 환자들이 읽어야 하는 책을 써 봐라. 그리고 ‘할아버지의 기도’ 라는 책을 참고해라.”  

 

안 그래도 귀가 팔랑 팔랑했던 저는, 존경하는 스승의 코멘트에 바로 궤도를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잘못된 타이핑’이 주는 의미가 이렇게 연결되는가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그때부터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의 얘기를 쓰고, 스승님의 권유로 월요편지도 보내게 되었습니다. 당시 추천해 주신 책 ‘할아버지의 기도’를 읽고, 저는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책의 내용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자 ‘레이첼 나오미 레멘’은 환자와 오랫동안 상담해 온 소아과 의사입니다. 어릴 적 유대교 랍비인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치료보다는 치유를 중시하며, 환자들과 마음을 교류합니다. 책은 할아버지의 가르침과 축복에 대한 기억, 환자들과의 치유과정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는 건배에 관한 일화입니다.

 

어릴 적, 레이첼 나오미는 외할아버지와 하는 건배를 좋아했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잔을 부딪힐 때마다 늘‘레치얌’을 크게 외쳤습니다. 그 말은 히브리어로‘삶을 위하여’라는 뜻입니다.

‘행복한 삶을 위하여’라는 뜻이냐는 손녀의 질문에, 외할아버지는 고개를 저으며 말합니다.

 

“그냥‘삶을 위해서’라는 뜻이란다.”

“그러면 기도문 같은 거에요?”

“아니, 아니란다.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은 어떤 것을 청하느라 기도하지. 그러나 우리는 이미 생명을 지니고 삶을 살잖니.‘레치얌’은 우리의 삶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고 부당하다고 생각되더라도, 삶은 거룩한 것이며 서로 축하하는 게 마땅하다는 의미란다.”

 

우리는 늘 좋은 것을 위해 건배를 합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행복한 삶, 건강한 삶, 혹은 부유한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삶을 위하여’ 건배하라고 합니다. 질병과 고통, 가난과 불행이 친구처럼 존재하는 세상에서 아무것도 없이 그냥 삶을 위한 건배라니... 책을 읽고 한동안은 술자리에서 ‘삶을 위하여’ 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삶이 힘들다’ 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저도 입에 달고 삽니다. 삶이 힘든 것은 사람이 힘든 것이고, 사람이 힘든 것은 사랑하기가 힘들어서 살아가기가 힘든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다시 읽어보니, 할아버지가 외치는 ‘삶을 위하여’ 가 ‘당신을 위하여’ 로 들렸습니다. ‘삶’ 은 ‘사람’ 이고,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은 ‘당신’ 이기 때문입니다. 부유한 당신, 똑똑한 당신, 내세울 것 많은 당신, 자신의 꿈을 이룬 당신이 아니라, 그냥 ‘당신’ 이니까요.

 

잔을 부딪치며 크게 외쳐보겠습니다.

언젠가 당신하고도 함께 외치고 싶군요.

 

“당신을 위하여~”

 

 

[공지]

 

1. 소개합니다.

다음 주부터 새로운 필진이 월요편지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그는 좋은 글을 읽는 기쁨이 무엇인지를 당신에게 알려 줄 것입니다. 

소개글을 보내달라는 요청에, 이렇게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생의 절반은 읽고 쓰고 여행하는 삶을 사는 자유인으로,

나머지 절반은 만나고 듣고 교감하는 삶을 사는 지식인으로 살고프다.

나는 언제나 행복한 자유와 아름다운 만남에 배고프다."

 

2. 감사합니다.

편지를 쓰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글을 쓰고 난 후에는 알 수 없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부족했던 편지를 읽어주시고, 마음을 나누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3. 고맙습니다.

 

당신.jpg

 

5.31 추모의 밤에 참여해 주신, 꽃보다 아름다운 당신!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으로 함께 해주신 당신!

그 뜨거운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사진 : 최석근)

 

 

IP *.34.22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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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3 08:38:50 *.97.72.106

msn039.gifmsn039.gifmsn039.gifmsn039.gifmsn039.gif돌이켜보면 우여곡절이야 없지 않았겠지만 한마디로 "좋았다"라고 갈무리 되는 자신에게 맡겨진 귀한 한 자리를 사랑으로 지켜온 그대에게 박수를!

또한 사부님께서 익히 사려 깊은 고민으로 권하여 주신 그 말씀들로 세상을 환희 밝히는데 도움이 되기를!

수고 많았고, 즐거웠고, 무엇보다 적지 않은 시간 함께 해서 참 좋았다네. 또 만나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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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4 16:16:58 *.30.254.29

고맙습니다..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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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3 10:57:11 *.1.160.49

저도 함께 건배를 올립니다.

 

우성,  최우성,  당신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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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4 16:17:28 *.30.254.29

사랑스런 묙아.

건배는 술집에서 하자꾸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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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3 11:16:45 *.252.144.139

매주 월요일 선배님 편지를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는데 아쉽네요.

편지는 보내지 않으시더라도 글은 계속 쓰실거죠?

선배님 글을 계속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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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4 16:18:11 *.30.254.29

제키의 글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이제 신문에서 볼께요.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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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3 11:30:07 *.176.221.180

친구야 수고 많았어.

그대의 글은 참으로 따듯했어. 너의 노래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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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4 16:18:43 *.30.254.29

허당은 허당끼리 통한다 했지.

그래..고맙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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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4 13:23:00 *.242.48.3

사람의 빛남을 보고 느꼈습니다.

멋진 빛남이였어요.

멋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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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4 16:19:16 *.30.254.29

속 깊은 병진아..

화이팅 하자...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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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4 16:52:05 *.34.180.245
멋진 우성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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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0 19:22:01 *.30.254.29

같이 술한잔 나누지도 못했네..

앞으로는 마음껏 해야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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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4 17:28:31 *.236.3.224

독자들의 아침을 밝힌 햇살을 모아

이제 당신의 인생을 응원할 차례입니다.

으랏차차 최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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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0 19:22:34 *.30.254.29

아..참 멋있다.

상현이의 재치있는 표현..

 

음...살아있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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